연이는 손이 아픈 것도 잊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이번에는 무려 일곱 달을 걸어 천등산에 도착했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데다 배고픔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으나 오직 두메장수만을 위해 천등산을 오른 연이 앞에 천등장수가 나타났다.
“천등장수님, 저는 두메장수의 아내로 당신의 편지를 구하러 왔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두메장수가 최근에 참한 처자와 혼인했다고 하더니 지아비를 위해 이런 고생도 마다치 않는 처자를 신부로 맞은 두메장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연이는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천등장수가 말했다.
“전 여기서 태어나 이제껏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이 천등산은 길이 험하여 저는 머리털 나고 아가씨 한 번 본적이 없답니다. 또 저에게는 옆 불명산에 불명장수라 하여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산은 험하지는 않으나 이상하게 처자들이 다니지 않아 그 친구 역시 장가를 못 들고 있지요. 어디 처자들을 소개해주면 제가 편지를 정성껏 써드리겠습니다.”
연이는 고민스러웠다. 어릴 적부터 연이네는 가난하다 하여 동네의 놀림거리여서 친구 하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고민하고 있는데 웬 거지가 나타났다. 바로 두메장수였다. 연이가 너무 반가워 눈물을 흘리며 두메장수를 껴안는데 두메장수가 말했다.
“참 고생 많았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대가 너무 보고 싶어 기도를 끝내자마자 달려왔는데 무슨 고민이 있습니까?” 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두메장수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언니들을 소개해주면 되겠군요. 잠시만 기다려보십시오.” 하며 ‘펑’하고 사라지더니 언니들을 데려왔다. 두메장수는 자신이 가진 온갖 재주를 써 죽은 언니들을 살린 것이었다.
놀란 연이를 보며 언니들이 말했다.
“연이야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언니들은 네가 보내준 곡식을 먹으며 잘 지냈단다.” 하는데 연이가 놀랄 정도로 언니들이 착해진 것이었다. 다시 태어나면서 두메장수의 신성한 기를 받은 덕택이었다. 그렇게 언니들을 천등장수와 불명장수에게 소개해주자 네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혼인하였고, 천등장수는 거듭 고맙다며 편지를 정성스레 써주었다. 그렇게 연이와 두메장수가 옥황상제께 올라가 보물들을 바치며 용서를 구하자 옥황상제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때는 너무 화가 나서 판단을 잘못하였다. 이를 깨닫게 해주어 고맙구나. 두메장수에게는 다시 본래 모습과 집을 돌려주마. 아니지. 이것으로는 부족하겠구나.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그래 두메장수는 이제 두메장군으로 두메장수의 부인 연이는 두메 부인으로 임명하겠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 계속 사양하던 두메장수와 연이는 결국 옥황상제의 명을 받들어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서 대둔산으로 집을 감추고 살았다.
둘은 아직도 대둔산에서 잘살고 있다 하는데 혹시라도 대둔산에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불장난을 하는 듯 해를 입히지 않는 게 좋다. 두메 장군과 두메 부인이 언제 나타나서 작은 옥 조각으로 만들어 옥계천에 떨어뜨리고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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