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적으로 길 만들기가 인기입니다. 가히 '길 열풍'이라할 수 있겠습니다. 길 열풍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제주의 올레길을 비롯해서 지리산 둘레길, 강화도 마실길 등등... 전국에 수많은 길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언제나 '빨리빨리'를 외치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일상에서 잠시 쉬며, 놀며, 걸으며 보낼 수 있는 '걸을만한 길'이 생긴다는 건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길들이 다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최근 지나치게 많은 길들이 빨리 만들어지는 탓인지 서투르게 만들어지는 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길이건 만드는 이들의 마음이야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며 걸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겠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완주군도 마찬가지지요. 완주군은 길 만들기에 무척 좋은 고장입니다. 전체 면적의 약 73%가 산으로 둘러쌓여 인공적인 요소들이 적은 데다가 그 어느 지역보다 자연경관이 우수해 군 어느곳을 걷더라도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맞이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걸어지는 길이 되려면 신중하게 만들어야 하는 법. 그래서 완주군은 전국의 길 전문가들에게 '좋은 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삼남대로는 좋은 자원... '천천히' 고민하며 만들면 좋은 길 될 것"

지난 11일, 완주군이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길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조선시대 9대로 중 하나인 '삼남대로'를 중심으로 한 길 복원을 진행하기에 앞서, 길 전문가들에게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세미나에는 말 그대로 Olleh~ 를 외쳤을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 전국의 산과 강을 걸어 쓴 '다시 쓰는 택리지'의 저자 신정일, 영남대로에 이미 전국 최초의 '길 박물관'을 세웠던 안태현 학예연구사, 그리고 (사)도시환경연구센터 정휘 이사가 발제자로 초청되었고, '길위의 풍경'이란 여행집을 냈던 작가 김병용, 전북도민일보 하대성 사회부장, 완주문화원 이상민 사무국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세미나는 4건의 발제와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첫 시작을 맡은 신정일씨는 "조선시대 제4로인 영남대로 상에는 옛길박물관이, 관동대로 상에는 대관령박물관이라는 작은 박물관이 각각 있지만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지나는 길목에는 옛길박물관이 없다"며 "삼남대로의 교통 요충지인 삼례읍에 옛길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교통이 어려웠던 시절에 조선을 잇는 9개의 큰 길중 7번째 길인 삼남대로는 서울에서 제주를 잇는 길로, 과거 추사 김정희 선생 등이 이용했던 길이라고 합니다.

이 삼례 지역이 교통의 요지였던 증거는, 지금의 '삼례역'에 해당하는 '도찰방'이 당시에 삼례에 존재했고, 1892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삼례에서 집회가 열리기도 하는 등 과거 호남 최대의 교통 요지였다고 합니다.

신정일 선생의 첫 발제가 '삼남대로 길 만들자'는 주장이었다고 한다면, 두번째 발제부터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두번째 발제자는 이미 제주에 멋진 길을 만들어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제주로 향하게 한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입니다.
제주올레 서명숙 "'안티 공구리'와 '느림'은 필수... 삼남대로 길 통해 '느림의 혁명' 일으키길"


그녀의 발제 주제는 '길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었습니다. '안티 공구리(콘크리트)'가 제주올레의 주요 모토라고 이야기 한 서 이사장은 "지친 현대인들이 걷고 싶어하는 길은 결코 돈으로 만든 산책길이 아니라 자연이 살아 숨쉬고 조상들의 땀과 숨결이 베인 소박한 흙길, 돌길, 마을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 이사장은 "동학혁명 집결지 삼례가 현대사회의 '빨리빨리' 속도에 대응해 '느림'을 실현하는 새로운 '혁명'의 거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세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태현 학예연구사는 이미 먼저 영남대로 박물관을 지었던 사례를 설명하며 완주에 '삼남대로 박물관'을 지을때에 유의할 점에 대해 조언했습니다. 전북의 대표 시인 안도현 시인의 동생이기도 한 안 연구사는 "삼남대로 박물관을 건설하려면, 삼남대로길 900여리를 박물관에 모아놓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몇 백년 동안의 역사와 문화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면 충분히 가볼만한 박물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마지막 발제자인 정휘 이사는 "행정에서는 최근의 '길'에 대한 명칭을 '탐방로'로 붙였다"며 "탐방로 건설시 생태적, 물리적, 탐방활동 등 3가지를 충족시키는 '지속가능한 탐방로'란 개념이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이번 세미나는 '세미나'란 딱딱한 형식과 달리 무척 즐겁게 진행되었습니다. 완주군의 숨겨진 길 자원인 삼남대로를 알게 됐고, 짧은 시간이나마 제주올레와 지리산 둘레길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경새재의 길 박물관에도 다녀왔네요.
요즈음의 길 만들기 열풍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완주군의 '삼남대로'길도 남들 다 만드는 그런 길 중 하나가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앞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 완주군의 삼남대로는 과거부터 내려온 '이야기가 있는 길' 입니다. 이 이야기를 담아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서명숙 이사장의 말처럼, '놀명,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며란 뜻의 제주방언) 갈 수 있는 길이 될 것 입니다. 급하게 콘크리트 덧칠해가며 만들어지지 않을 이 길이, 어떻게 복원될지 기대됩니다.
그러나 모든 길들이 다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최근 지나치게 많은 길들이 빨리 만들어지는 탓인지 서투르게 만들어지는 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길이건 만드는 이들의 마음이야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며 걸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겠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완주군도 마찬가지지요. 완주군은 길 만들기에 무척 좋은 고장입니다. 전체 면적의 약 73%가 산으로 둘러쌓여 인공적인 요소들이 적은 데다가 그 어느 지역보다 자연경관이 우수해 군 어느곳을 걷더라도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맞이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걸어지는 길이 되려면 신중하게 만들어야 하는 법. 그래서 완주군은 전국의 길 전문가들에게 '좋은 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삼남대로는 좋은 자원... '천천히' 고민하며 만들면 좋은 길 될 것"
왼쪽부터 완주군수 및 토론자들입니다
지난 11일, 완주군이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길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조선시대 9대로 중 하나인 '삼남대로'를 중심으로 한 길 복원을 진행하기에 앞서, 길 전문가들에게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세미나에는 말 그대로 Olleh~ 를 외쳤을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 전국의 산과 강을 걸어 쓴 '다시 쓰는 택리지'의 저자 신정일, 영남대로에 이미 전국 최초의 '길 박물관'을 세웠던 안태현 학예연구사, 그리고 (사)도시환경연구센터 정휘 이사가 발제자로 초청되었고, '길위의 풍경'이란 여행집을 냈던 작가 김병용, 전북도민일보 하대성 사회부장, 완주문화원 이상민 사무국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세미나는 4건의 발제와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첫 시작을 맡은 신정일씨는 "조선시대 제4로인 영남대로 상에는 옛길박물관이, 관동대로 상에는 대관령박물관이라는 작은 박물관이 각각 있지만 삼남대로와 통영대로가 지나는 길목에는 옛길박물관이 없다"며 "삼남대로의 교통 요충지인 삼례읍에 옛길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교통이 어려웠던 시절에 조선을 잇는 9개의 큰 길중 7번째 길인 삼남대로는 서울에서 제주를 잇는 길로, 과거 추사 김정희 선생 등이 이용했던 길이라고 합니다.
자리에 앉은 4명의 발제자들
이 삼례 지역이 교통의 요지였던 증거는, 지금의 '삼례역'에 해당하는 '도찰방'이 당시에 삼례에 존재했고, 1892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삼례에서 집회가 열리기도 하는 등 과거 호남 최대의 교통 요지였다고 합니다.
신정일 선생의 첫 발제가 '삼남대로 길 만들자'는 주장이었다고 한다면, 두번째 발제부터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두번째 발제자는 이미 제주에 멋진 길을 만들어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제주로 향하게 한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입니다.
제주올레 서명숙 "'안티 공구리'와 '느림'은 필수... 삼남대로 길 통해 '느림의 혁명' 일으키길"
제주올레 및 산티아고 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그녀의 발제 주제는 '길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었습니다. '안티 공구리(콘크리트)'가 제주올레의 주요 모토라고 이야기 한 서 이사장은 "지친 현대인들이 걷고 싶어하는 길은 결코 돈으로 만든 산책길이 아니라 자연이 살아 숨쉬고 조상들의 땀과 숨결이 베인 소박한 흙길, 돌길, 마을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 이사장은 "동학혁명 집결지 삼례가 현대사회의 '빨리빨리' 속도에 대응해 '느림'을 실현하는 새로운 '혁명'의 거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세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태현 학예연구사는 이미 먼저 영남대로 박물관을 지었던 사례를 설명하며 완주에 '삼남대로 박물관'을 지을때에 유의할 점에 대해 조언했습니다. 전북의 대표 시인 안도현 시인의 동생이기도 한 안 연구사는 "삼남대로 박물관을 건설하려면, 삼남대로길 900여리를 박물관에 모아놓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몇 백년 동안의 역사와 문화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면 충분히 가볼만한 박물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세미나를 관심있게 지켜본 200여명의 관객들.
마지막 발제자인 정휘 이사는 "행정에서는 최근의 '길'에 대한 명칭을 '탐방로'로 붙였다"며 "탐방로 건설시 생태적, 물리적, 탐방활동 등 3가지를 충족시키는 '지속가능한 탐방로'란 개념이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이번 세미나는 '세미나'란 딱딱한 형식과 달리 무척 즐겁게 진행되었습니다. 완주군의 숨겨진 길 자원인 삼남대로를 알게 됐고, 짧은 시간이나마 제주올레와 지리산 둘레길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경새재의 길 박물관에도 다녀왔네요.
요즈음의 길 만들기 열풍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완주군의 '삼남대로'길도 남들 다 만드는 그런 길 중 하나가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앞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 완주군의 삼남대로는 과거부터 내려온 '이야기가 있는 길' 입니다. 이 이야기를 담아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서명숙 이사장의 말처럼, '놀명,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며란 뜻의 제주방언) 갈 수 있는 길이 될 것 입니다. 급하게 콘크리트 덧칠해가며 만들어지지 않을 이 길이, 어떻게 복원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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