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비봉면 동리마을 이성식 이장은 요즘 완주군의 '스타'가 됐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수필이 교과서에 실리면서 화제가 된 것이죠. 요즘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장님이 아닌 ‘작가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쑥쓰럽긴 하지만 자랑스러운 별명입니다.
운명의 그녀, 아내와의 만남
일약 마을의 '스타'가 된 성식씨지만, 원래 그는 완주 토박이가 아닙니다. 평범한 외국어 학원 원장이었던 그는 어머니의 요양을 이유로 완주군으로 이사오게 된 것이죠.
“여기 오기 전에 전주에서 조그마한 외국어 학원을 하고 있었어요. 대학 때는 중국어를 전공했고, 중국어통역자격증도 땄지요.”
평소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성식씨는 중국어뿐만이 아니라, 일본어까지 욕심을 내 유학도 떠났는데요. 그곳에서 그는 대만인 유학생인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됩니다.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요. 첫 눈에 반했죠. 아내가 대만인이었지만 전혀 그런 건 개의치 않았어요. 그저 내 마음에 들어온 한 여자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성식씨는 일본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되고, 한국으로 들어와 아내와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모의 병환으로 다시 밟은 고향 땅
15년간 전주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성식씨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면서 완주군으로 다시 내려와 살게 됩니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여기 비봉면에 들어와 살게 되었어요.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고향에서 하나씩 시작했죠. 제가 전통공연, 풍물 이런 거를 좋아했거든요. 고향에 와서는 마을 사람들과 풍물패도 만들고, 축제도 만들면서 마을사업들을 시작했어요.”
그는 농촌에서 생활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도와 농사일을 배우기 시작한 게 조금씩 손에 익어 복분자와 곶감 농사를 하면서 서서히 농사꾼이 되어갔습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정은 그에게 삶의 기쁨이고 행복이었습니다.
이방인으로 상처받는 가족
동리마을에서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려가던 성식씨, 그러나 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아내와 혼혈인 아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가진 편견으로 인해 아내와 자식들이 상처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아내가 울먹이면서 말하는 거에요. 공원에서 한 아주머니가 중국말로 아들과 대화하는 걸 보더니, ‘중국 사람이에요? 돈 줄 테니, 우리 집 청소 좀 해줄래요?’ 라고 아들이 보는 앞에서 얘기했대요. 얼마나 기분이 나빴겠어요.”
성식씨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우리보다 잘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야말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라고 하면,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사는 사람 중의 다수는 자기 나라에서 공부도 많이 했고,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많죠. 단지 그 나라의 경제가 우리보다 못하기 때문에 사람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성식씨의 말입니다. 스스로가 다문화가정을 꾸린 한 사람으로서 겪었던 고난과 아픔, 슬픔이 있었기에 그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1 국어교과서에 실린 '나는 대한이 엄마'
가족 이야기로 수필작가가 되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2009년 전북교육청에서 다문화가정 체험수기 공모전이 열린 것이죠. 성식씨는 그동안 다문화 가정으로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응모했고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당선될지 몰랐죠. 그냥 우리 가족이 겪은 이야기를 해 본 건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글을 써서 상을 다 받고......”
성식씨의 수필에는 그가 살아가면서 겪었던 다문화가정의 경험과 아픔, 애환, 그리고 극복사례가 담겨있었습니다. 그의 수필은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대한이 엄마’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야기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책에도 실렸지만, 우리 아들 대한이처럼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중국어나,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요. 이 아이들이 같은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 서로 외국어 공부도 되고, 경쟁력을 더 키워나갈 수 있죠. 다문화 가정은 커다란 장점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 자신들이 기죽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위기가 곧 기회, 다문화 자녀를 리더로!
성식씨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문제는 정부에서 관심을 많이 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다문화 자녀에게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완주군의 상당수 초등학교에는 다문화 자녀가 많은데, 10년, 20년 후에는 그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 세대가 되겠죠. 그런데 그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서로 편을 나누고 싸운다면 먼 미래에는 범죄 집단으로 변질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어요. 만약, 거꾸로 그 아이들을 대우해주고 위해 준다면 경쟁력을 갖춘 사회 리더가 되겠죠.”
이장님의 말을 듣고 보니, 다문화 가정의 문제는 풀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우리 사회가 더 경쟁력을 갖고 성장할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왼쪽부터 이성식씨, 딸 이심문양, 아내 뤼훼이쩐씨
다양한 색깔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이제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매년 2만 5천 명씩 늘어나는 다문화 자녀는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동리마을 이장님의 말씀처럼 똑같은 생김새, 똑같은 사고방식들만 모여 사는 사회는 재미없고 무미건조할 것입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 7가지 색깔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피부색이나 출신 성분에 따라 대접받고, 냉대받는 사회가 아닌 모두가 하나로 조화롭게 사는 세상!다문화 가정과 하나 되는 희망찬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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