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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5 [창작동화 1-3] 구미호를 찾아간 단우
이야기 속으로2010/07/15 15:51

밤에 일어났던 일들이 버거웠는지 단우는 늦잠을 잤다. 


“김단우! 여름방학이라고 늦잠자는 걸 봐주지 않는다. 얼른 일어나!”


원장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잠이 깬 단우는 서랍 속에서 지난밤 용이 준 지도를 찾아 두꺼비와 함께 서둘러 고아원을 나섰다. 고아원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산길에 이르자 두꺼비는 다시 소녀 섬백으로 변했다. 


“어느 요괴부터 잡으러 갈까?”


섬백은 신나서 물었다.


“넌 뭐가 그리 재밌냐? 무섭지도 않냐?”


“인제 보니 너 겁쟁이구나? 용을 봤을 때도 돌처럼 굳어서 입을 다물지도 못하더니. 크크”


“그거야 용이란 건 태어나서 생전 처음 본 거니까 놀라서 그런거고. 절대 겁먹어서 그런 거 아냐!”


“아…… 그러세요? 그럼 오늘은 구미호를 잡으러 가자.”


“구…… 구미호? 좋아!”


“음…… 지도를 보니 구미호는 대둔산에 살고 있군. 대둔산으로 출발!”


“근데 구미호는 어떻게 잡지?”


“내가 누구냐? 이 섬백 님이 구미호를 물리치는 주문을 알고 있지.”


섬백은 모처럼 만의 모험이 즐거워 깡충깡충 뛰며 단우를 앞서 나갔다. 반면 단우는 용 앞에서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요괴 잡을 생각에 걱정돼 한숨을 푹푹 쉬며 섬백의 뒤를 터덜터덜 따라갔다. 


구미호를 찾아 대둔산으로 향하다


대둔산은 등산객들로 바글거렸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구미호가 어디 있다는 거야?”


“아마 인적이 드문 산골에 숨어 살고 있을 거야. 김단우! 그렇게 꾸물거리면 오늘 안으로 구미호를 못 찾을 수도 있어. 깜깜한 밤에 산속을 헤매고 싶지 않으면 서두르라고!”


지도에 표시된 대로 계속 가다 보니 단우는 어느새 구름다리 앞에 서 있었다. 


“야호! 이 구름다리 정말 재밌다. 흔들거리는 게 정말 스릴 넘치는데.”


섬백은 신이 나서 구름다리를 뛰면서 건너갔다.


“섬백! 위험해! 그렇게 뛰어다니면 안 돼.”


단우는 구름다리 밑을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섬백에게 질 수 없어 심호흡을 크게 한 뒤 구름다리 위로 발을 내디뎠다. 구름다리가 흔들거릴 때마다 단우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어느새 섬백은 다리를 다 건너 단우를 향해 어서 오라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단우는 자신의 맘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뭐야…… 이까짓 구름다리 건너는 데 30분이나 걸리다니. 정말 실망이다.”


단우는 섬백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하며 앞서 나갔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은 금세 밤이 되었고, 부엉이가 음산하게 울기 시작했다. 


“벌써 밤이 됐네. 이게 다 네가 꾸물거려서야. 굼벵이 고기를 먹었는지 도대체 왜 이렇게 느린 거야.”


볼멘소리로 섬백이 말하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단우가 대답했다.


“도대체 넌 지치지도 않냐? 정말 외계인이 맞긴 맞나 보다.”


섬백이 지도를 보며 말했다.


“쉿! 구미호가 이 근처에 있어.”


섬백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섬백과 단우 앞에 구미호가 나타났다.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갑자기 구미호가 나타난 것이다. 도화지처럼 창백한 얼굴에 머리를 길게 내려뜨리고 꼬리 아홉 개가 넘실거리는 구미호의 모습에 섬백과 단우는 선 채로 굳어버렸다.


“오호…… 이게 웬 떡이냐. 달두꺼비와 싱싱한 소년의 냄새가 코를 찌르는구나. 달두꺼비를 잡아먹으면 영력이 높아진다는데 오랜만에 영양보충을 좀 해야겠다.”


구미호는 날카롭고 긴 갈고리 같은 손톱을 치켜세우며 단우와 섬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안 돼요!”


눈 깜짝할 새에 시호가 단우의 눈앞에 서 있었다. 시호는 두 팔을 벌려 단우를 보호했다.


“어머니,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제발요. 이 아이가 제가 말했던 단우예요.”


“오호…… 이 아이가 네가 그토록 얘기하던 그 아이란 말이지? 그래. 좋다. 저 사내아이는 살려 보내주지. 하지만, 저 달두꺼비는 안 된다.”


“안 돼! 섬백이한테 손끝 하나 대지 마!”


단우가 소리쳤다.


“걱정 마, 단우야. 나한텐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


섬백은 눈을 감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나무금강반야바라밀경, 나무금강반야바라밀경, 나무금강반야바라밀경…….”

섬백이 주문을 외자 구미호는 귀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제발…… 제발…… 그만해…….”


섬백이는 주문을 멈추고 말했다.


“내가 당신을 찾아온 건 용의 혼이 담긴 구슬 때문이에요. 그 구슬을 저희에게 주셨으면 합니다.”


구미호는 섬백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그 구슬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데 순순히 내어줄 것 같으냐?”


순간 표정을 싹 바꾸며 구미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좋다. 그 구슬을 내줄 테니 그 대신 내 소원을 하나 들어주어야겠다.”


“그게 뭐죠?”


단우가 물었다.


“옥계천에 살고 있는 이무기 때문에 난 옥계천으로 20년 동안 내려갈 수가 없었어. 그 이무기를 죽여준다면 너희들이 원하는 구슬을 내어주지. 이무기를 죽인 다음 이곳으로 다시 찾아오너라. 시호, 넌 이 녀석들을 따라가 정말로 이무기를 죽였는지 감시하거라.”


구미호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또다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단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호를 쳐다보았다.


“윤시호. 대체 네 정체가 뭐야?”


“이 바보야. 넌 여태 저 여우 두 마리가 떠드는 소리도 못 들었니? 저 시호라는 여자애도 구미호잖아.”


섬백이 시호를 째려보며 말했다.


“정말 그런 거야?”


믿기지 않는 듯 단우가 시호에게 물었다. 시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내 어머니는 구미호야. 하지만, 난 엄밀히 말해서 백여우고 아직 구미호가 되진 못했어. 구미호가 되기엔 나이가 어리거든.”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시호는 자신의 꼬리를 보여주었다. 분명히 시호 뒤에 꼬리 하나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이젠 믿겠니? 난 인간들의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속세로 내려갔어. 하지만, 처음 접하는 인간들의 세상에 적응하기는 너무 힘들었지. 그러다 단우 널 만났어. 너 때문에 난 인간세상에 적응할 수 있었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지. 단우야 난 정말 널 좋아해. 어머니가 널 해치도록 가만있진 않을 거야.”


“교활한 여우의 말은 믿을 수 없어.”


섬백이 시호의 말을 중간에 가로챘다.


“네가 여우라 해도 상관없어. 그리고 난 널 믿어. 아까도 구미호가 우릴 해치려 할 때 네가 우리 앞을 막아줬으니까. 네 정체가 여우라 해도 넌 내가 알던 예전의 시호 그대로야.”

단우가 말했다.


“고마워, 단우야.”


시호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웃었다. 섬백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빨리 이무기가 있는 옥계천으로 가자.”


“내 손을 잡아, 단우야. 그리고 달두꺼비 너도.”


“나도 이름이 있어! 내 이름은 섬백이야!”


섬백이가 발끈 화내며 말했다.


“그래, 섬백이. 나도 어머니처럼 빨리 이동할 수 있어. 그러니 눈 깜짝할 새에 옥계천에 갈 수 있을 거야.”


시호가 웃으며 말했다. 


#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