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선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17 '기적의 축구팀', 한별고 선수들 만나보니..
사람 사는 향기2009/08/17 17:34

그것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울산현대 프로축구팀의 지원 속에서 팀을 꾸려온 온 울산 현대정보과학고와 전북 한별고의 싸움은 준비에서부터 차이가 컸다. 전용구장에서 연습해온 팀과 학교 운동장이 좁아 제대로 된 연습조차 해오지 못한 팀의 대결이었다. 게다가 울산 현대정보과학고는 지난해 우승팀이었다.

하지만 공은 둥글었다. 시작은 노소미(1학년) 선수의 발끝에서부터였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한별고는 후반 13분 상대진영 중앙을 파고들며 슛을 날린 노소미 선수의 득점에 힘입어 1:0으로 앞서 나갔다. 이어 27분, 승부를 결정짓는 문수진(2학년) 선수의 쐐기골이 터졌다.

지난해 10월 16일, 제89회 전국체육대회 축구 여고부 부문에서 전북 한별고가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팀 창단 7년 만의 첫 우승, 전북 유일의 여고 축구팀이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팀으로 떠오른 순간이기도 했다.


우승 후, 한별고는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제대로 된 운동장 하나 없이 반쪽짜리 운동장, 그것도 한번 넘어지면 팔, 무릎 가리지 않고 까지기 쉬운 ‘맨땅’에서 연습해 왔단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의 우승은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회자되는 상황이다. 그 영화 속 주인공들을 만나 보았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 될 터"

이유라 (3학년) 주장<중앙 수비수>

우승을 축하한다. 팀 창단 첫 우승인데, 당시 소감은 어땠나?


하하(큰 웃음). 너무 좋았다. 지금도 우리가 정말 우승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실감이 잘 안난다. 2006년도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땄었고, 2007년에도 전국대회에서 3위를 한 적은 있지만 우승은 처음이다. 결승전에서 이기고 난 뒤 동료들과 하염없는 눈물을 쏟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는 멍하니 있었다. 얘들이 막 소리 지르며 달려와서 ‘우승이구나’싶은 생각이 들더라. 요즘은 휴가를 받고 휴식을 취하는 중인데, 그때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긴장이 되고 또 기분이 좋아진다.

학교에 와보니 우승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맨땅에 비좁기까지 해서 제대로 된 연습도 못했을 거 같다.

팀플레이는 꿈도 못 꾼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그냥 패스와 드리블 등 기초훈련과 체력 단련위주로 연습을 한다. 세트플레이나 팀 플레이, 전술훈련을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20~30분씩 이동, 고산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곤 했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때문에 휴식시간도 줄어들고,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또 학교 운동장은 맨땅이라 한번 넘어지기라도 하면 여기저기까지기 일쑤였다. 충격을 완화시켜주지 못해서 발목을 접질린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데도 우승이라니 정말 놀랍다. 그런데 이유라 선수는 여자로서 처음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중학교 1학년 때 친척 중에 축구부 선생님을 하시는 분이 권유를 해주셔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원래 그전에도 친구들과 볼을 주고받거나, 남자 여자 같이 어울려 축구를 할 때면 재미를 느끼곤 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찮았을 거 같은데...

물론 처음에도 엄청 반대하셨다. 하지만 내가 계속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렸고, 숙소에서 합숙훈련을 하다가 집에 가게 되면 부모님을 설득하는 등 부모님께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는 내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응원해 주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다.

앞으로의 꿈과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현재 이탈리아 주장을 맡고 있고, 레알 마드리스에서 뛰고 있는 파비오 칸나바로라는 선수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다. 우선은 대학에 가서 계속 축구를 하고, 국가대표가 된 뒤 그 선수처럼 세계 최고의 수비수가 되는 게 꿈이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는 여자축구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기도 하다.

아, 그리고 바라는 것은 후배들이 앞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개인용품이나 기타 필요한 부분에 있어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별고를 축구명문으로 만들어나가겠다”


문수진(2학년) 학생 <공격수>

두 번째 골의 주인공이다. 아슬아슬한 1:0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이었는데, 골을 넣고 난 뒤 기분이 어땠나?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말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관중석의 응원도 들리지 않고 그라운드의 선수들도 보이지 않고, 나 혼자 주인공이 된 듯 한 기분이었다. 지금껏 힘들게 고생하며 연습하고 운동해온 보람을 느꼈다.

처음 축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축구의 묘미는 무엇인가?

원래 운동을 많이 했다. 초등학교 때는 육상과 수영을 했다. 여러 대회 나가서 상도 많이 탔었는데, 중학교에 올라온 뒤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축구를 하게 됐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은 축구가 너무 좋다.

축구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골 맛이다. 골이 상대 골대에 들어갔을 때의 그 스릴과 통쾌함은 뭐라 설명할 수 없다. 특히 골을 먹고 났을 때의 상대 골키퍼의 그 허탈한 표정은 보기만 해도 너무 즐겁다.

평소 연습과 대회 준비는 어떻게 해왔나?


보통 새벽 6시 반에 일어난다. 7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 체력 운동을 한 뒤, 아침을 먹고 오전 수업에 들어간다. 피곤해서 조는 경우가 많다. 하하(큰 웃음). 그리고 오후에 축구부 연습을 하는데, 학교 운동장에서 할 때가 있고, 고산에 가서 할 때도 있다.

대회 준비를 위해서는 경기감각을 기르기 위해 도내 남자 중학교 축구부와 친선게임을 주로 가졌다. 우리학교 운동장은 좁아서 경기를 할 수 없어 모두 우리가 상대 중학교에가서 경기를 치렀다. 우리가 이긴 경우가 많다. 그 정도다.

대단하다. 우승 후 주위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데, 혹시 부담스럽지는 않나?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다만, 이렇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는데 앞으로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매우 죄송할 거 같아서 그게 걱정이다. 특히 올해 우승은 바로 열심히 뛰어준 3학년 언니들의 선물과 다름없는데, 우리가 그걸 이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 겨울방학 때 실시하는 동계훈련 준비를 잘 해서 내년 4월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한별고를 축구명문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내년에는 우리 2학년이 3학년이 돼서 축구부를 이끌어 나가야 하니 그만큼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한별고 축구부 송병수(36) 감독

우승 축하한다. 감독으로서 우승 비결을 꼽자면.

사실 동메달을 목표로 출전한 대회였다. 알다시피 학교 운동장도 그렇고, 내가 부임한지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완벽한 팀 훈련을 하지 못한 채 경기에 나갔다. 그런데 선수들의 의욕이 넘치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강해서 쉽지 않은 팀을 상대로 승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자 축구부는 처음 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수들을 지도함에 있어서 힘든 점은 없었나?

그동안 전주 삼천 남초등학교와 이리고등학교, 원광대학교 등을 거치며 축구부 코치와 감독을 해왔다. 하지만 여자축구부 부임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과 달리 힘이나 스피드에 있어서 차이가 나고, 동작 하나하나에서도 비교가 되더라. 그래서 처음 지도하는 방법을 찾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전 감독이 여자선생님이어서 거기에 적응된 아이들도 내 스타일에 맞추느라 고생이 많았다. 우리는 서로 적응하는데 3개월 이상이 걸렸다.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은 무엇이며, 그게 이번 대회에서는 어느정도 통했다고 보는지.

부임해서 선수들을 보니 여자 감독님 밑에서 패스 위주의 아기자기한 축구 스타일을 배워 온 것 같더라. 난 파워풀한 축구를 즐기기 때문에 기초체력 훈련 시간을 늘리고 축구를 함에 있어서도 펑펑 지르는 것을 강조해왔다.

결승전에서도 비록 어려운 상대를 만났지만 슛을 과감히 많이 시도하다 보니 찬스가 많이 생겼고, 결국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운동장이 매우 좁아, 처음 부임해서 많이 놀랐을 것 같은데...


아, 장난 아니었다. 축구부가 제대로 된 축구장 하나 없이 어떻게 연습을 하나 막막했다. 게다가 축구부 운영비도 어려움이 있었다. 학부모들의 회비로 겨우 충당했는데, 고산에 있는 경기장으로 연습을 하러가게 되면 비용을 지불하게 돼 있어서 그마저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코치나 그 외 스텝도 없어 나 혼자 일을 다 해야 했고, 여자축구부가 삼례여중 밖에 없어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고 하다. 어려움이야 말로 다 못하지만 그래도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이 있었기에 모두 극복하고, 오늘의 영광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승 후, 많은 관심과 함께 지원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특별히 바라는 게 있다면?

운동장을 늘릴 수는 없고, 그래도 여기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아 준다고 하더라. 그나마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온 학생들이다. 이들이 아무런 생각하지 않고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설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나로선 더 바랄 게 없다.

# 취재 뒷이야기...

한별고 축구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삼례 한별고 운동장은 정말 너무 작았다. 골대와 골대 사이는 말할 것도 없고, 옆 라인도 골대와 바로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운동장에는 자갈들도 많아 정말 이런 곳에서 어떻게 연습을 해왔나 싶을 정도였다.

지난해 10월 21일 전북교육청은 한별고에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고 그 외 지원을 위해 1억 2천600만원의 예산안을 편성,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항상 그렇듯이 ‘우승’이라는 결과가 있어야만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주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앞으로 학생들이 다치지 않고 연습할 수 있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도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고 있을 학생과 선수는 비단 한별고 뿐만은 아닐 터. 제2, 제3의 한별고를 만들기 위한 지름길은 바로 숨어 있는이들을 찾아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길일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 한별고등학교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