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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4 병덕씨가 '물고기아빠'된 이유는?
사람 사는 향기2009/07/24 09:41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 산과 논으로 둘러싸인 이 곳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물고기 마을’이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좀 뜬금없다. 강이나 바다에 맞닿아있는 곳도 아닌 이 곳에 ‘물고기 마을’이라니?  

‘물고기마을’은 다양한 물고기의 탄생에서부터 성장, 먹이주기 등의 체험까지 경험할 수 있는 양어장 겸 체험전시장이다. 바닷가나 강 인근이 아닌 이 지역에 위치한 ‘물고기마을’이 이상해 보일 법도 하지만, 이미 연 20만명 이상의 방문자들이 찾는 인기 관광지 중 하나다.  

“‘물고기마을’이 지금 이 정도로 성장하기 까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마을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스스로를 ‘물고기 아빠’라 칭하는 유병덕(50)씨의 말이다. 물고기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진 물고기 애호가이자 물고기 예찬론자인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물고기마을’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물고기마을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물고기들.

물고기마을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물고기들.


20대 청년의 마음 뺏은 ‘생명의 신비’ 

‘물고기마을’의 역사는 곧 병덕씨의 인생이다. ‘물고기아빠’로 살아온 병덕씨의 삶이 ‘물고기마을’의 탄생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다 마치지 못한 병덕씨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분이 운영하시던 양어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맞이했고, 그 찰나의 경험이 병덕씨의 삶을 바꿔놓았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이 양어장을 하셨었지만, 제가 물고기에 빠졌던 건 다른 이유에서 였습니다. ‘생명의 신비’ 때문이었거든요. 집에 있던 어항에서 키우던 금붕어가 낳은 알에 꼬리가 생기고 눈이 생기고 하면서 하나의 물고기가 되는 모습을 보고 그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혼자 '물고기마을'을 일궈낸 '물고기아빠' 유병덕씨

혼자 '물고기마을'을 일궈낸 '물고기아빠' 유병덕씨


금붕어의 산란에서 ‘생명의 신비’를 느낀 병덕씨는 자신과 같은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곤 곧바로 양어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81년, 그의 나이 21세 때였다.  

의욕적으로 양어 사업에 뛰어든 병덕씨는 큰 규모의 양어장 4곳을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열정이 넘쳤던만큼 그의 생활 하나하나가 양어장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기 일쑤였다.  

“당시 양어장이 무지하게 컸었죠. 제 양어장을 돌아보려면 새벽에 나가도 밤 열두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거든요. 한밤 중에도 불을 환히 켜놓고 물고기 밥을 줄만큼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생산성도 좋은 편이었구요.” 

가뭄, 마른 하늘의 ‘날벼락’
 

하늘이 그의 노력을 몰랐을까. 1995년의 어느 여름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가뭄이 찾아 온 것. 바싹 말라버린 저수지는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양어장도 말라버렸다. 물이 말라버렸으니 물고기라고 안전할 리 없다.

“당시 손해가 26억원 가량 됐어요. 제가 밤낮없이 일하면서 큰 양어장을 관리했었으니 피해액도 클 수밖에 없었죠.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 누워 하늘이 노래지는 걸 느꼈습니다. 한동안 거식증 증세가 올 정도로 힘들었었죠.” 

거의 모든 재산을 날린 병덕씨는 지칠만큼 지쳐 있었다. 매일 말라버린 저수지를 바라보면 한탄했다. 그러던 어느날, 기회가 찾아왔다.  

“큰 돈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다가 우연히 다른 사업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어요. 내가 양어장을 하면서 이걸 단지 물고기를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테마학습장 식으로 만들면 더 안정적이고 나은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거죠. 마침 당시 체험생태학습이라는게 유행하고 있었기도 했구요.” 

갑작스레 떠오른 그 생각에 병덕씨는 뛸 듯이 기뻤다. 아니, 정말 뛰어다녔다. 병덕씨는 “그 생각이 떠오르고 나서 한 두시간 동안을 저수지바닥에서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병덕씨, ‘물고기 아빠’ 되다
 

물고기마을에서 먹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물고기마을에서 먹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병덕씨는 즉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기존 해오던 양어장은 노하우가 있었지만 양어장을 이용한 생태체험학습이라는 건 당시까지 한번도 시도되지 않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시엔 그런 개념이 없었죠. 조사를 하던 중에 관상어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관상어 시장이 6조원 가까이 됩니다. 큰 시장인거죠.” 

생각을 굳힌 병덕씨는 즉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물고기마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 때부터 이 ‘물고기마을’이 시작된 겁니다. 용접 하나, 기둥 하나까지 저 혼자서 모두 만들었죠.”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기에 병덕씨가 시도하는 모든 것은 ‘최초’였다. ‘최초’이기 때문에 누구의 도움도 받기 어려웠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누워있어야 할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일했다. ‘물고기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병덕씨가 본격적인 ‘물고기아빠’가 된 시기가 바로 이때 쯤이다. 국내에 취약한 관상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선 새로운 경쟁력이 필수였다. 그는 물고기에 대해서만큼은 ‘박사’가 되기로 했다. 공부에 공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새로운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차’라고 불리는 저 수중 공기 유입기도 제가 처음 만들었던 거구요, 비단 잉어를 처음으로 육종하기도 했죠.” 

병덕씨가 300여회의 노력끝에 만들어낸 비단잉어 신품종 '검은천사'

병덕씨가 300여회의 노력끝에 만들어낸 비단잉어 신품종 '검은천사'

그의 노력 때문일까. 지난 해 10월, 병덕씨는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품종의 물고기 ‘검은천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검은 천사’라는 물고기는 제가 처음 만들어 낸 것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특허를 가진 물고기이기도 하구요.” 

발명 뿐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물고기마을’이 전국 관상어 시장의 85%에 달하는 점유율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 20만명의 관광객과 85%의 국내시장 점유율. 자신이 구상한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병덕씨의 계획은 성공한 듯하다. 

“우리 마을 다 잘살게 만드는 게 꿈”
 


“아직 멀었죠”

소위 “성공했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병덕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에게 아직 ‘성공’이란 없다. 아직 그에게 남은 꿈이 많기 때문이다.  

“제가 50입니다. 이제 뭔가를 이뤄놓을 수 있는 시기는 10년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 다 해결해야죠. ‘물고기마을’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이 곳이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려면 먹을거리나 즐길거리, 쉴거리 등 기타 여러 가지 것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겨우 볼거리정도만 진행되고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마음에 걸려 저희 ‘물고기마을’에 대한 홍보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너무 부족해요.” 

병덕씨는 이미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물고기마을’ 내에서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과, 인근에 ‘물고기 주말농장’도 개설했다. 물고기를 이용한 각종 체험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병덕씨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 

“저희 마을 인근에 총 6개 마을이 있습니다. 저는 이 ‘물고기마을’로 제가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우리 인근지역 주민들과 함께 더 좋은 마을로 만들고 싶습니다. 제 꿈은 다른 마을 분들과 제 노하우를 공유해서 이 지역을 물고기 테마생태체험지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곤 순환철로를 놓아 셔틀버스같이 기차가 움직이도록 하는 거죠. 그럼 우리 지역 사람들이 관광객도 많이 맞이하고 하면서 더 나아지지 않겠어요? 우리 마을 더 잘살게 하는 것. 그게 요즘 제 꿈입니다.” 

물고기를 이용해 지역이 모두 잘살게 하는 것. 그것이 요즘 병덕씨의 꿈이자 목표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마을 주민들과도 가깝게 지내고, 기술교류나 노하우 전수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노력이 인정받아 최근에는 한 언론사가 주최한 ‘장한한국인상’ 환경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말한다. 

“제가 처음 양어장을 시작할 때엔 주변 분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양어장 허가도 정말 어렵게 어렵게 냈죠. 그러나 12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마을분들도 마음이 바뀌었어요. 지난 5월에 치른 ‘물고기마을 축제’도 마을분들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에요. 그러니까 이제 다른 분들하고 함께 도우면서 살아야죠. 마을 전체 소득도 늘리고요.” 

마을과 함께 더불어 살겠다는 그의 의지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면 다음 목표는 더 쉽게 이룰 수 있을겁니다. 신품종에 대한 개발도 하고 싶고 물고기마을도 좀 더 멋지게 꾸미고 싶어요. 그러니까 주민들과 꼭 함께 가야지요.”  

병덕씨의 말처럼만 된다면, 이제 이 마을이 진정한 ‘물고기마을’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아 기대가 된다. 29년이란 세월을 물고기 하나만 보며 사아온 병덕씨. 이제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할 때다. 그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소원을 말해봐'? 인면어에게 빌어봐!
'물고기 아빠' 유병덕씨에게 집에서 쉽게 기를 수 있는 물고기를 추천받았다.
병덕씨가 추천한 물고기는 바로.... '인면어'와 '검은천사'다. 성장하면서 점차 사람의 얼굴형상을 띄게 되는 인면어와 처음 태어날 당시에 얽힌 이야기때문에 유명해진 검은천사는 각기 다른 능력(?)이 있다고 한다. 병덕씨에 따르면 인면어는 예로부터 소원을 이뤄준다는 설이 있고, 검은 천사는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말이 있어서 물고기마을을 찾는 방문객들도 이들 물고기에게 행운과 소원을 빌고 간다고 한다. 안풀리고 갑갑한 일이 생길 때, 인면어에게 '소원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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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