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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29 솔향보다도 더 진한 길 맛, 상관수원지 길
만 가지의 덕을 품은 만덕정
 
전주에서 남원 방면으로 17번 국도를 따라 자동차로 10여 분을 가다 보면 좌측으로 상관면 신리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으면 곧바로 월암교라는 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 신리쪽으로 진입하여 상관초등학교와 상관중학교를 지나면 오른쪽 방면에 농촌마을에서는 보기 힘든 고층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바로 신세
대지큐빌아파트이다. 826세대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2001년에 준공된 이래 이 지역의 랜드마크(landmark)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세대지큐빌아파트 옆에는 천주교 상관성당이 있다. 상관성당은 
전주 서학동성당에서 분리되어 1976년 12월에 신설되었지만 원래 그 본당의 역사는 깊다고 한다. 상관면의 대성, 서당, 어두, 의암, 마재, 색장, 신흥, 공기 지역 인근에는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조선 말기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뿌리 깊은 천주교 신도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전쟁 때 상관 본당에는 큰 비극이 찾아온다. 어두리 공소에서 살고 있던 남녀 신도 7명이 천주교 신도라는 이유만으로 좌익에게 끌려가 학살당한 것이다. 현재 어두리에는 이들의 순교를 기리기 위해 성모상과 십자가가 설치되어 있다. 

신세대지큐빌아파트를 지나 조그만 더 가면 왼쪽으로 마치리로 가는 오르막길이 보이고 그 입구에는 등산로를 알리는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그 길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차량 서너 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곳이 상관수원지 길의 입구다.



상관면은 원래 전주에 속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인 1935년 10월에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완주군에 속하게 되었다. 현재도 전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15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다. 때문에 휴일이면 많은 완주군민과 전주시민들이 이곳을 등산로로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평일인데도 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주민 휴식공간으로 만든 만덕정(萬德亭)이 서 있
다. 아마도 만덕정이란 이름은 맞은편으로 멀리 보이는 만덕산(萬德山)에서 따왔을 것이다. 해발 762미터 높이를 가진 만덕산은 일명 부처산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만덕산이 품고 있는 만덕사(萬德寺) 때문에 유래되었다. 만 가지에 달하는 덕을 가진 이는 부처뿐이라는 뜻에 이름을 붙인 만덕사는 고구려 때 보덕이 개창한 절이다.

만덕산은 
임진왜란 때 웅치싸움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곳인데, 그 전적지가 전라북도기념물 제25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한국전쟁 때 곰치재에서 빨치산의 침몰이 많았는데, 그 곰치재를 막고 있어 수문장과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다. 높이 50미터를 자랑하는 만덕 폭포와 함께 그 주변의 풍광이 뛰어난 곳이기도 하다.

마재, 마재봉
 
만덕정을 뒤로 하고 등산로에 오르면 소나무 숲이 운치 있게 감싸고 있는 조그만 길이 보인다. 마재봉으로 가는 길이다. 깊은숨을 들어 마시니 가슴 속 깊이 시원한 공기가 들어차 도시 공기에 오염된 폐를 단숨에 정화시키는 듯하다. 솔숲 길을 따라 가다 보니 길 곳곳에 무덤이 많다. 몇몇 무덤은 큰 비석에 호석(護石)까지 갖추고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유독 변변한 비석 하나도 없는 이름 없는 무덤이 많다.

부귀영화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죽어서도 가난하고 신산했던 삶을 떨치지 못하는 그들이 안쓰럽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무덤을 크게 만드는 것도 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조상을 모시고 지키는 것은 정성이지 위압스런 돌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낮은 봉분에 비석을 얹은 소한 어느 무덤이 더 정겹다. 


소나무가 우거진 이 길은 너무 빨리 걸으면 안 된다. 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래서는 높아만 보이던 신세대지큐빌아파트도 이곳에서는 그저 작은 집일 뿐이다. 아득한 그곳에서 티격태격하던 삶이 티끌처럼 느껴진다.

40여 분을 천
천히 걸으니 마재봉 정상이다. 마재봉은 312미터밖에 되지 않는 작은 봉우리이지만 주변이 탁 트여 전망이 좋다. 그래서 정상에는 작은 전망대가 있다.

몇 개의 의자와 함께 철봉이 설치되어 있는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멀리 모악산의 줄기와 고덕산이 보인다. 그리고 만덕산과 묵방산이 둘러쳐 있다. 그리고 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과 집들이 있다. 갑자기 멀리 보이는 마을과 집들이 길을 따라 앉은 무덤들과 대비된다.

옛사람들은 무덤을 높고 양지바른 곳에 
만든 것일까. 단순한 음택풍수의 영향 때문은 아닐 것이다. 혹시 조상의 은덕이 낮은 곳에 사는 후손에게 흘러들어 가길 염원한 것은 아닐까. 저 아래에 조상의 은덕이 고인 듯 물이 모인 상관수원지가 겨울바람에 언 몸을 뒤틀고 누워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11월에 준공된 상관수원지는 전주시의 상수도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수원지의 넓이는 13만평에 이르며 만수위때 깊이가 9.5m에 다다르고 최고 2백13만9천3백60 톤의 저수량을 자랑한다. 수원지가 조성되기 전에 그 곳에 50여 호의 민가가 있었으나 담수가 시작되던 1919년부터 인근 마치리 용신마을과 신리 수월마을로 이주해 나갔다. 오랫동안 상수도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낚시와 수영이 제한되었는데 곧 풀릴지도 모른다 하니, 주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마재골물머리, 소대판
 
30여 분을 걸으니 갈림길이 다시 나온다. 이곳이 마재인데, 달래봉으로 오르는 길과 마재골물머리로 내려오는 길이 갈리는 곳이다. 달래봉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 있다. 이 근처부터는 소나무는 보이지 않고 거의 참나무종류와 잡목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다시 30여 분을 걸어 오른다. 금세 달래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표지석이 없이 갈림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에 이곳이 해발 436미터 달래봉 정상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앞뒤로 완주순천고속도로와 익산포항고속 도로가 보인다. 이곳이 사통팔달의 요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듯하다.


여기서 소대판 쪽으로 쭉 
내려가면 천주교 문중묘지가 나온다. 천주교문중묘지는 보통 박해를 받아 교인이 순교한 곳에 많이 만들어진다. 이 깊은 산 속에 천주교 문중묘지가 만들어진 자세한 유래는 알 수 없었으나 아마도 한국전쟁 때 희생당한 교인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천주교 문중묘
지를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소대판이 나온다. 이쪽 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길을 잃기 십상이고 마을 사람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초보자는 이 길을 피하고 마재에서 물머리 쪽으로 그냥 내려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재 갈림길에서 마재골물머리로 내려오는 길은 응달이 져서 그런지 잔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내려오는 길에 있는 달팽이 모양의 이정표가 귀엽다. 하지만 곳곳에 길이 끊겨 있어서 이 귀여운 이정표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이 길의 
끝자락인 마재골물머리에 이르면, 그동안 멀리서 보이던 상관수원지가 바로 눈앞에 드러난다. 산을 끼고 뉘엿뉘엿 지고 있던 해가 얇게 언 수원지를 비추는데, 설핏불어오는 바람이 얼음 위 눈을 흩날린다. 겨울수원지의 풍경은 쓸쓸해서 더 장관이다. 그리고 이 길 겨울산행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수원지를 오른쪽에 끼고 걸어가는 길은 
상관수원지 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이어서 금세 나오는 소대판이 서운함을 느낄 정도이다. 소대판에는 등산로 이정표와 함께 이곳이 상수도보호구역이라는 것을 알리는 알림판이 있다. 마재골물머리라는 지명도 그렇지만 이 근처에는 물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수월리(水越里)’의 옛 이름은 무넘이, 즉 물넘이라는 곳인
데 이곳으로 수몰지 주민이 이주했다. ‘어두(魚頭)’ 마을은 앞산이 물고기의 대가리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다. ‘용신리(龍新里)’는 용정(龍亭)과 신하(新下)마을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용정마을에는 용이 오른 용샘이 있다고 한다. 수원지가 생기기 전에 붙인 이름인데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지은 지명이어서 신기할 따름이다. 용담댐이 있는 진안 용담(龍膽)도 댐이 생기기 전에는 물과 별로 상관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소나무 숲 산책, 마재 아랫길

마재골물머리에서 왼쪽에 수원지를 끼고 만덕정으로 가는 길은 좁고 잡목이 우거져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서 조금 힘든 길이다. 더구나 이정표가 별로 없어서 불편하고 윗길보다도 걷는 게 더디다. 

하지만 잡목 사이로 언뜻 보이는 수원지의 모습은 아름답다. 약 한 시간 정도 산행을 하니 소나무 숲이 나온다.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놓여 있다. 이 길부터는 산보를 하듯 걸을 수 있다. 곧이어 만덕정이 보인다. 종착지이다. 입구에 있는 등산로 표지판에는 4 코스를 3시 30분이면 걸을 수 있다고 쓰여 있지만, 전문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은 4시간 정도는 잡아야 완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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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