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마을'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0/04/08 [연재소설 5-1] 선녀가 가르쳐 준 연날리기
이야기 속으로2010/04/08 11:24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연 두 개가 날고 있습니다. 하나는 호랑이가 그려진 방패연이고, 다른 하나는 학이 날개를 편 모습을 하고 있는 가오리연입니다. 두 연은 멀찌감치 떨어졌다가도 이내 부딪힐 듯 거리를 좁힙니다. 서로 실을 부비며 빙글빙글 하늘을 납니다. 연싸움을 하는 것이지요.

“이겨라! 이겨라!”

“야, 일단 떨어져!”

아이들은 두 패로 나뉘어 저마다 자기 패의 연을 응원합니다. 무리 가운데에는 실타래를 잡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 손으로 실타래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직접 실을 잡아 연을 조종하고 있습니다. 무영이도 그 아이들 중 하나입니다.

“학이 감긴다!”

한 아이가 소리칩니다. 호랑이연이 빙글빙글 돌면서 학연의 실을 감고 있었습니다. 가오리연의 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뚝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에이. 또 졌어?”

“몇 번째야.”

“대보름 연싸움은 금당리가 이기겠네.”

무영이를 둘러싼 친구들이 저마다 아쉬운 소리를 합니다. 반면 금당리의 친구들은 호랑이방패연의 주인인 기석이를 둘러싸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봤지? 너희들은 아무리 해도 안 돼.”

기석이와 금당리의 친구들이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삼거리마을 아이들은 분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서 졌으니까요.

무영이는 멍하니 학연을 보고 있었습니다. 실이 끊어진 학연은 춤추듯 바람을 타고 하늘 여기저기를 날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산꼭대기 쪽에 내려앉아 모습을 감췄습니다.

“선녀탕 쪽에 떨어졌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모두 사색이 되어, 아무런 말도 않고 서로 끔뻑끔뻑 쳐다봤습니다. 무영이가 삼거리마을 아이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연 가지러 가자.”

무영이의 말을 듣고, 삼거리마을 아이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안 돼, 봤잖아? 선녀탕 쪽에 떨어진 거.”

다른 아이들도 거듭니다.

“선녀탕에 사는 선녀는 말이 선녀지 알고 보면 귀신이래.”

“하늘로 올라가려다 애기를 많이 낳는 바람에 못 올라갔다더라.”

“우리 엄마도 선녀봉에는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셨어. 애들은 거기 가면 안 된대.”

저마다 알고 있는 선녀탕의 전설을 말했습니다. 무영이도 선녀봉의 선녀탕 이야기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선녀봉 꼭대기에 있는 샘인데,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다만 동화 속의 선녀는 하늘로 올라갔지만, 사실은 애들을 다 안고 올라갈 수 없어서 지상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럼 혼자라도 갈 테야.”

무영이는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가는 길에 슬쩍 뒤돌아 봤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따라오지 않고, 무영이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차츰 숲은 깊어지고, 길은 험해졌으며, 눈 위에 찍힌 사람의 발자국도 점점 없어졌습니다. 이제 뒤를 돌아봐도 친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손에서는 피도 났지요. 무영이는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연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산을 올랐습니다.

어느덧 무영이는 선녀탕까지 왔습니다. 선녀탕에서는 맑은 물이 솟아나와 산 아래를 향해 흐르고 있었습니다. 무영이는 손으로 물을 떠서 마셨습니다.

“아. 시원하다.”

차가운 물이 가슴을 지나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한숨 돌린 무영이는 연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땅에 떨어진 게 분명한 연은 하늘 높이서 날고 있었습니다. 무영이는 서둘러 연이 날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숲을 가로질러 나간 곳에는 하얀 머리카락에 하얀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무영이의 연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무영이는 겁이 났습니다. 친구들이 이야기하던 아이 잡아먹는 선녀인 줄 알았거든요. 할머니의 얼굴은 깊은 주름이 여럿 나있어서 무서운 얼굴이었습니다. 무영이는 나무그늘에 숨어서 할머니가 연을 놓고 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쩜, 할머니와 연을 바라보던 무영이는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연이 마치 살아있는 학처럼 아름답게 날고 있거든요. 날갯짓을 하듯 너울너울 날다가도, 금세 먹이를 잡으려는 새처럼 총알처럼 날기도 합니다. 무영이는 넋을 잃고 연을 바라봤습니다.

“네 연이냐?”

무영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연에 정신이 팔린 사이, 할머니가 코앞까지 와있었거든요. 무영이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무서워 대답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할머니는 말없이 무영이의 손에 연실을 쥐어주었습니다. 그러다 상처 난 무영이의 손을 보시고는 “에그, 다쳤구나?” 하시며 손수건을 꺼내 손에 묶어주셨습니다.

“해지기 전에 어서 내려가거라.”

무영이는 인사하는 것도 잊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혹시 할머니가 쫓아오지나 않을까,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말이죠.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