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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7 강물 속에 숨겨진 엄마의 '맛' 비법은?

마을에서의 하루는 엄마로부터 시작된다. 단정하게 머리를 여미고, 쌀을 씻어 솥에 담그고,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그리고는 선반 위에 올려두었던 빛바랜 갈색 소쿠리를 들고 성큼 성큼 대문 밖을 나선다. 모두가 고요하고 안개가 얼핏 낀 아침은 느릿하기만 하다. 엄마는 밀려오는 강 가로 들어서고는, 한 가운데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소쿠리로 한 번을 크게 뜬다. 까만 새우들이 파닥 파닥 거리며 소쿠리 안에 가득 찬다. 강은 한번도 아침 반찬을 위해 나선 엄마를 서운하게 한 적이 없다. 그렇게 한 번 뜨면 하루 국거리로 충분해진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미리 받아놓은 물에 까만 새우들을 한 번 씻어내고는 냄비에 그대로 담는다.

까만 새우는 크기가 손가락의 한 마디보다도 더 작아 따로 내장을 분리하거나 손질이 필요가 없다. 냄비에 물을 담고, 된장을 풀어 넣는다. 된장은 집 된장으로 직접 메주를 쑤어서 만들어놓은 것인데 3년도 되고, 4년도 된 것으로 그 맛이 깊고 여운이 길어 따로 양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이다. 물이 어느 정도 끓으면 살아있는 까만 새우들을 넣고, 적당히 익기를 기다렸다가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한 마늘과 파를 넣고, 소금과 고춧가루로 살짝 간을 한다. 이것은 마치 찌개처럼 먹는 것인데 갓 잡은 까만 새우의 시원한 맛이 일품인 요리이다.


때때로 엄마는 보다 더 일찍 강을 찾기도 한다. 하얀 새우를 잡기 위한 것인데, 하얀 새우는 새끼손가락보다 약간 크거나 약간 작다. 아침에 나가서 보면 그물 한 가득 하얀 새우가 걸려 있다. 강기슭으로 그물을 끌어당겨 소쿠리에 담아보면, 한 집에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이 걸린다. 엄마는 자신의 부지런함을 고스란히 담은 하얀 새우를 이웃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윗집에도 주고, 아랫집에도 주고, 옆집에도 주다보면 엄마 얼굴에는 절로 웃음이 가득해진다.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많이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충분히 가졌기 때문에 이웃에게도 줄 수 있는 정이고, 마음인 것이다. 하얀 새우를 요리하는 방법은 까만 새우를 요리하는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하얀 새우는 약간의 손질이 필요한데 찌개에 넣었을 때 쓴 맛이 날 수 있는 내장을 살짝 발라내고 끓인다. 하얀 새우를 넣은 찌개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애기호박을 썰어 넣기도 한다. 하얀 새우와 애기 호박은 서로 죽이 잘 맞아 해물의 시원함과 채소의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엄마의 부지런함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할 때가 있다. 새벽 4시 혹은 6시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강가로 나서면 물이 빠질 때가 있다. 깊지 않은 강가의 물에 풀이 흔들거리며 춤을 추는데, 거기에 우렁이 듬성듬성 붙어 있다. 풀에 없을 때는 물 속에 앉아 땅을 파보면 우렁이 있다. 강가에서 우렁을 잡는 것은 텃밭에 상추를 뜯는 것과 비슷하다.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시작된 우렁 잡기는 어느덧 해가 뜨고, 다시 물이 밀려들어오고, 소쿠리가 우렁으로 한 가득 차면서 활기찬 아침인사로 끝이 난다. 엄마는 잡은 우렁을 물에 다시 한번 씻고는, 그대로 돌려 꺼내 회로 아침상을 차리기도 한다. 엄마는 아이 입 안에 초고추장을 찍은 우렁 한 조각을 넣어주고는 오물오물 거리는 볼을 바라보면, 새벽의 노곤함이 다 풀리는 뿌듯함을 느낀다. 이 우렁은 삶아 양념을 해서 먹어도 맛이 있다. 고추장과 참기름, 마늘을 넣고 주물러서 놓으면 꿀꺽, 군침을 삼키게 되는 반찬으로 놓여진다.

배고픈 만큼만 가져가는 겸손이 있었던, 남편과 아이를 먹일 수 있어서 감사함이 담겨있던, 그 시절 엄마의 모습은 함께 어울림이 있어 행복했고, 서로를 위할 수 있어 따뜻함이 있어 기뻤던 순간들이었다.

* 이 글은 김재순(85) 할머니의 인터뷰를 재구성 한 것입니다.

# 이 원고는 완주군 비비정마을 소식지 '비비정마을신문'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