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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30 [창작동화4-상] 루위유성과 김만수
이야기 속으로2010/11/30 11:36

산이 깊고 물이 맑은 운장산 자락에 김만수라는 노총각이 살고 있었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만수는 원인도 없이 종기가 나서 살이 썩어 들어가는 병을 앓고 계신 홀어머니를 위해 산 좋고 물 좋다는 완주 땅을 찾아왔습니다.

사람들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유난히 물과 공기가 좋은 이곳은 마침 지척에 화심 온천이 있어 만수는 한 달에 사나흘씩 어머니를 업고 온천욕을 하러 갔습니다.


만수는 원래 불과 쇠를 다루는 대장장이였으나 지금은 산속에 들어가 약초를 캐고 나무를 내다 파는 산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마을에 사는 노총각 둘이 만수를 찾아왔습니다.


“여보게 만수 우리와 함께 모악산에 있는 선녀 폭포를 찾아가지 않겠는가? 그곳에 가면 운 좋게 선녀와 혼인을 할 수도 있다더군.”


그들은 그 이야기를 쌀 한 섬을 주고 방물장수에게 샀다고 했습니다. 만수도 함께 가고 싶었지만, 선녀 폭포가 있다는 모악산을 다녀오려면 어머니가 혼자서 며칠을 지내야 하는 것이 마음이 쓰여 도저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웃마을 총각들이 선녀 폭포를 향해 길을 떠나자 만수는 어머니를 모시고 온천으로 갔습니다. 낮에는 온천욕을 하고 밤에는 송광사라고 하는 절에서 묵었습니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던 어머니가 이상한 듯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참으로 이상하구나. 동이 트기 전이면 어김없이 청아한 종소리가 들리는데 오늘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구나.”


만수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절에 한 번 더 들러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송광사에서는 종이 울리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소리가 울렸는데 오늘은 종을 쳐도 소리가 울리지 않습니다. 텅텅 부딪히는 소리만 날뿐 울려 퍼지지를 않는데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종이 깨지기라도 한 걸까요?”


만수는 종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두드려 보다가 바닥에 엎드려 종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 엉덩이로 뒷걸음질을 쳐서 저만큼 물러나 앉았습니다.


“아이코, 스님! 이게 웬일입니까? 종속에 엄청나게 큰 구렁이가 들어 있습니다.”


만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찬물을 들이키고 돌아오니 종 밑에는 커다란 자루가 준비되어 있고 사람들은 구렁이를 꺼내느라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만수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구렁이는 몸통에 크게 찢어진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녀석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이곳에 몸을 숨기고 있을 작정이었나 봅니다. 상처가 다 나으면 스스로 돌아갈 터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만수는 구렁이의 몸에서 커다란 돌조각을 빼내고 약초를 찧어 바르고 무명천으로 묶어주었습니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은 만수는 구렁이가 궁금하여 종이 있는 십자각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종속에 숨어 있던 구렁이는 온데간데없고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 종각에 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만수를 보자 큰절을 올리며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제 이름은 루위유성입니다. 본래 저는 하늘의 선녀로 비를 관장하는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 땅의 흙을 먹어보고 너무 마른 냄새가 나면 하늘에 고해 비를 내리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만수는 선녀라는 말에 무척이나 놀랐지만, 자기에게 큰절하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저는 나라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물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 살펴야 합니다. 낮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구렁이의 몸을 하고 다닌답니다. 또 땅을 가장 잘 살피자면 구렁이의 몸만 한 것이 없지요.”


“그런데 어찌하여 그렇게 큰 상처를 입었습니까?”


만수의 말에 선녀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제가 닷새 전에 산속을 지날 때였습니다. 웬 사내 두 명이 길을 가다 저를 발견하고는 커다란 돌멩이들을 마구 던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그들을 위협한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저를 죽이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수는 그들의 생김새를 묻고는 얼마 전 선녀 폭포로 길을 떠났던 이웃마을 총각들임을 알았습니다.


“제 친구들이 선녀님께 해를 끼쳤군요.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곳에 머물면서 당신의 상처를 치료할 약초를 구해보겠습니다. 마침 절에서도 그리하라고 하였습니다.”


며칠을 송광사에 머물며 구렁이의 상처를 치료해준 만수는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절에서는 고맙다며 쌀을 몇 가마 보내주었습니다. 어머니도 오랫동안 온천욕을 한 덕분인지 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만수는 당분간 양식 걱정을 덜어 한시름 놓았지만, 그날 밤 만났던 선녀가 몹시도 보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밤하늘의 많은 별들을 보며 한숨을 짓고 있는 만수의 눈에 아주 밝은 별이 하나 보였습니다. 그 별은 점점 커지더니 만수의 집 마당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환한 빛에 눈이 부셔 손으로 가리고 있는 사이 어느새 별은 선녀가 되어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큰절을 올린 선녀가 만수에게 물었습니다.


“생명의 은인이니 보답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든 좋으니 소원을 하나 말해보세요.”


만수는 안절부절못하며 망설이다가 아주 작은 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어, 저와 혼인을 해주시겠습니까?”


선녀는 난처한 얼굴로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만수는 선녀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만수 부부는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며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2년이란 세월이 흘러 만수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해 겨울에는 유난히 눈도 많이 내리고 양식도 일찌감치 동났습니다. 어머니와 처자식이 배를 곯는 것이 마음이 아팠던 만수는 산속 이곳저곳에 덫을 놓아 산짐승을 잡아보려 하였지만, 번번이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산속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던 만수는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만수의 이야기를 들은 노인은 만수의 효심에 감동해 두루마리 하나를 건네주며 그곳에 적힌 주문대로 하면 호랑이로 변할 수 있으니 가족을 봉양하는 일에만 쓰라고 일러주고는 길을 떠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만수는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마당에 나와 주문을 외우고 재주를 넘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호랑이가 되었습니다. 만수는 그 길로 산속으로 들어가 멧돼지 한 마리를 잡아다 마당에 두고는 다시 주문을 외워 사람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