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 할머니들의 두 번째 공동 텃밭

굳어있던 흙더미들 틈으로 녹색의 여린 잎들이 삐쭉 삐쭉 고개를 내민다. 찾아오는 봄을 시샘이라도 한 건지 강물을 따라 세차게 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햇살이 주춤거리다가도 이제 막 올라오는 여린 것들을 품에 품는 계절, 봄이다. 그리고 이른 봄을 맞이하는 건달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300평이 넘는 마을 공동 텃밭에서 아침 일찍 울린다. 2010년 이맘때 쯤 정도순 부녀회장이 마을의 공동 텃밭 안건을 냈던 그 계절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땅은 한 차례 풍성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덤덤하게 놓여있지만, 건달 할머니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공동텃밭에 이번에도 하지 감자를 심는데, 첫 번째로 판매도 할 수 있고 두 번째로 우리 레스토랑에 사용할 수 있고, 세 번째로는 농번기가 돌아오면 함께 새참할 때 사용할 수 있지.” “앞으로 할 일 마녀. 하지감자가 움이(싹이) 나오면 비닐로 다 뜯어줘야 해. 그래야 큰 게. 그래가지고 비닐을 뜯은 자리에 다 흙을 올려서 동그랗게 쌓아줘야 혀. 비닐 가상에 흙으로 다 막아주고, 풀만 나면 풀 뽑아주고 그럼사 되지.” 마을 공동텃밭에 대한 활용방안도, 텃밭을 가꾸는 방법도 술술 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달라진 건 서로를 향한 마음들이다. 한참 마을 공동텃밭을 가꾸는데 권영애 할머니가 막 쪄낸 고구마를 가져온다. 모두들 생각지도 못한 고구마에 함박웃음이 퍼진다. 올망졸망 모여서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는 건달 할머니들에게 마을의 공동텃밭은, 서로를 위한 꿈이자 마을에 다시 한 번 찾아온 봄이다.

청년회의 첫 번째 공동 자두 과수원


자두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기 위해 손에 잡은 공구가 낯설다. 그러나 옆에 함께 있는 친구의 모습도 자신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왠지 웃음이 나고, 잘 될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지만, 눈빛만큼은 어느 농사꾼 못지않게 진지하다. 서툴렀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제법 요령이 생길 때서야 일에서 잠시 눈을 떼고 마을을 바라본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과수원이지만, 새콤달콤한 자두가 나무마다 가득 열렸을 때 마을 어르신들의 흡족한 웃음과 따뜻한 격려가 눈에 그려진다.

청년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마을의 발전에 함께 한 건 2011년 3월 초이다. 직장으로 매일 마을에 거주할 수 없고, 많은 시간을 낼 수 없는 청년회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끝에 마을의 자두 과수원을 맡기로 한 것이다. 청년회가 마을의 자두 과수원에 함께 하기로 한 건, 마을 어르신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청년회 또한 공동체로의 일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그냥 형, 동생, 누나, 엄마라고 불렀어요. 남이 아니라 가족처럼 느꼈던 것 같아요. 숟가락이 몇 개 있고, 누가 아픈지 관심을 가졌던 비비정의 따뜻한 정서 안에 살아가는 게 저희의 꿈 입니다.”

수차례 거센 물결을 헤치고 돌아오는 연어처럼, 청년회도 비비힐의 봄을 함께 누리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이 되는 날, 마을에는 다시 맑고 까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들려질지도 모른다

# 이 원고는 완주군 비비정마을 소식지 '비비정마을신문'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