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홀로 남은 검은천사의 등을 비추었습니다.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검은천사는 밤이 깊도록 자러 가지 않는 걸까요?
‘큰일이야. 나는 우리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인간 아이를 아는데, 안다고 할 수 없었어. 그 아이의 눈이 너무 슬퍼 보여서 돌멩이 던지는 걸 계속 보고 말았는데. 어쩌지.’
검은천사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검은천사는 일주일 전에 그 아이를 봤습니다. 눈에 슬픔이 가득 담겨 있는 것 같은 인간 아이라 저절로 쳐다보게 됐습니다. 왠지 저 눈을 예전에 엄마에게서도 본 것 같았거든요. 검은천사의 엄마는 2년 전에 물고기들이 걸리는 병인, 병어에 걸려 10일 만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검은천사는 인간 아이를 보면서 병에 걸려 아팠을 때의 엄마 눈이 생각났던 거예요.
이상하게 그 인간 아이는 인간 아이의 엄마가 부르는데도 계속해서 물고기들만 쳐다봤습니다. 인간 아이의 엄마가 와서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며 끌고 갔죠. 그때 아이가 갑자기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인간 아이의 엄마는 그 인간 아이의 손을 펴고는 다시 한 번 때렸습니다.
검은천사는 돌멩이를 던질 때의 아이 눈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고기들을 하염없이 바라볼 때보다 더욱 슬퍼 보였거든요.
인간 아이는 검은천사가 처음 봤을 때처럼 매일매일 엄마에게 혼나고, 돌을 던졌어요. 그게 일주일이나 계속됐던 거예요. 그러다 결국 그 돌멩이에 동자개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고, 물고기들이 화가 나서 모여든 것이지요. 그러니 더욱 검은천사는 어른 물고기들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 물고기들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인간 아이가 돌멩이를 던지는 장소는 인간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인데, 그곳은 성격 급한 메기가 보초를 서게 된 북쪽입니다. 메기는 성격이 급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힘도 세고, 약한 물고기들을 괴롭히는 취미가 있는 물고기라 검은천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른 물고기죠.
검은천사는 인간 아이가 걱정되었습니다. 왠지 검은천사가 보기에 그 아이는 물고기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 마음을 열면서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거든요.
한참을 고민하던 검은천사는 조금은 무섭지만, 그 아이에게 다가가 이야기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자기와 이야기를 하면 돌멩이를 던지지 않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자신의 생각이 마음에 든 검은천사는 씨익 웃으며 편한 마음으로 자러 갔습니다.
다음날, 검은천사는 허둥지둥 일어나 북쪽을 향해 갔습니다. 지난밤에 너무 늦게 자느라 늦잠을 자고 말았거든요. 인간 아이가 늘 앉는 곳으로 갔는데, 마침 그 인간 아이도 난간을 손으로 잡고 물속을 빤히 쳐다보려고 고개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검은천사와 인간 아이는 눈이 마주쳤습니다. 둘은 계속해서 쳐다봤습니다. 그러고는 느꼈습니다.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요.
인간 아이는 손을 뻗어서 검은천사를 만지려 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인간 아이는 화가 났습니다. 소리를 지를 정도로 말이죠. 검은천사는 놀란 눈으로 인간 아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소리를 지르다 검은천사와 눈이 마주친 인간 아이는 소리를 뚝 그쳤습니다. 검은천사가 놀랐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리고 친구를 잃을까 봐 겁도 났고요. 또한,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인간 아이와 검은천사는 서로 쳐다보면서 눈으로 말을 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무척 신기한 일이지만, 세상엔 신기한 일이 너무나 많답니다.
검은천사는 인간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넌 왜 항상 그런 슬픈 눈으로 우리들을 보는 거지? 그리고 돌멩이는 왜 던지는 거야? 며칠 전에 비단잉어 사슴무늬 누나가 그 돌멩이에 맞아 등지느러미에 상처가 생겼어. 어제는 내 친구 동자개가 크게 다쳤고. 하마터면 눈이 안 보일 뻔할 정도였다고.’
인간 아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의 행동이, 자기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에게 상처를 주는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항상 물고기마을에 오기 전에 돌멩이를 주머니에 넣고, 엄마가 때릴 때마다 손으로 꽉 움켜잡고 있다가 물속에 던졌는데, 그것은 엄마를 더욱 화나게 하기 위해서였거든요. 그게 물고기들을 아프게 하는 줄은 몰라서 인간 아이는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인간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꽉 움켜잡은 손에서 피가 나오는데도 엄마가 보아주지 않아서, 보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계속 한 것이었죠.
‘미안해. 나는 몰랐어. 나는 너희들이 좋아서 항상 엄마를 졸라 여길 오는데, 엄마는 그게 싫은가 봐. 날마다 간다고 조르는 나에게 화만 내. 내 동생이 태어난 후론 엄마는 내게 잘 웃어주지도 않아. 그래서 나도 엄마를 보고 웃지 않고, 말도 안 해.’
인간 아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검은천사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인간 아이처럼 울고 싶어졌습니다. 너무나 슬펐거든요.
‘내 동생들은 엄마와 함께 떠났어. 몇 년 전에 전염병이 생겼거든. 그 병 때문에 많은 물고기들이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어. 나와 아빠는 간신히 살았지만, 나는 지금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귀찮은 동생들도. 나도 동생들이 생기고 엄마가 날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더라고.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아빠를 잘 부탁한다면서 나에게 사랑한다고 했거든.’
검은천사는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 하늘나라로 간 엄마와 동생들 생각 때문에 너무 슬퍼졌거든요. 검은천사는 엄마가 자신이 싫어서 덜 챙겨준 게 아니란 걸 깨달았었죠. 그러나 엄마가 조금만 더 관심을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랍니다. 인간 아이와 검은천사는 조용히 울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인간 아이는 검은천사를 보며 웃었습니다.
‘너, 행운이 온다는 검은천사 맞지? 전에 엄마가 가르쳐줬었어. 검은천사와 친하게 지내면 행운이 올 거라고. 너, 우리 집에 가지 않을래?’
검은천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끔 아저씨 물고기나 친구, 동생 물고기들이 인간 집에 가는 걸 보긴 했지만,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방긋 웃는 인간 아이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러나 검은천사는 아빠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인간 아이의 엄마가 왔습니다.
“물고기 보는 거 지겹지도 않아? 엄마가 부르는 거 못 들었어? 왜 만날 말도 안 듣고, 말도 안 하고. 엄마를 이리 힘들게 하는 거야? 응?”
인간 아이의 엄마는 인간 아이를 보자마자 소리부터 질렀습니다. 인간 아이는 어깨를 떨다가 손을 들어 검은천사 쪽을 가리켰습니다. 인간 아이의 엄마는 인간 아이의 손을 잡고 뒤돌아서다가 인간 아이가 가리킨 검은천사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어머, 검은천사네. 세상에. 여기 매일 오면서도 못 봤는데, 날마다 검은천사 찾고 있었던 거야?”
인간 아이의 엄마는 인간 아이를 보면서 조금은 화가 풀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인간 아이는 엄마에게 처음으로 마음속 말을 꺼냈습니다. 검은천사를 보고는 용기가 생겼거든요.
“엄마 보여주려고 매일 찾았는데, 오늘 찾았어. 집에 데리고 가면 엄마가 매일매일 행복할 것 같아서. 엄마가 검은천사를 보면 나에게 화도 안 내고, 전처럼 날마다 웃어줄 것 같아서.”
인간 아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갑자기 너무나 슬퍼졌거든요. 이제는 엄마가 자신을 더는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무서워지기도 했습니다. 인간 아이의 엄마는 인간 아이를 쳐다보다가 끌어당겨서 포옥 안아주었습니다.
“우리 아들, 얼마 만에 말하는지 아니? 엄마가 몰랐네. 우리 귀염둥이 아들이 이렇게나 힘들어하는 줄 몰랐구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인간 아이의 엄마는 계속 인간 아이를 끌어안고서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동생이 생긴 후로는 인간 아이를 소홀히 한 것에 너무나 미안해졌거든요. 인간 아이가 그것에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을 몰랐거든요. 동생이 아기라 더욱 챙겨줘야 하니, 그것을 이해해줄 거라 엄마 마음대로 생각했거든요.
검은천사는 마음이 찡하면서도 인간 아이의 울면서 웃는 표정이 너무나 신기해 계속 쳐다보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아빠가 생각났습니다. 요새 말썽을 많이 부린 일이 떠올랐거든요. 아빠를 보면 꼬옥 끌어안아 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매일매일 하기로 했답니다.
인간 아이는 검은천사를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이젠 절대 돌멩이 던지지 않을게. 넌 정말 행운의 검은천사야. 매일매일 여기 와도 되지?’ ‘그럼. 매일매일 여기 물고기마을에 와.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별광 형을 소개해줄게. 비단잉어 별광 형은 진짜 멋지거든.’ 검은천사는 웃으며 떠나는 인간 아이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있는 서쪽으로 향했습니다. 아마도 인면어 아저씨와 물방울 만들기 내기를 하고 있을 거거든요. 참, 그러고 보니 메기 아저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요? 설마 사슴무늬 누나가 있는 곳으로 간 걸까요? 사슴무늬 누나는 메기 아저씨의 병문안 때문에 더 아플 지경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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