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2010/12/29 08:56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날입니다. 밝은 보름달이 물고기마을을 환하게 비추고 있네요. 물고기마을에는 마을 중앙에 많은 물고기들이 있는 큰 연못이 있고, 그 가장자리로 열대어와 금붕어들이 있는 수족관과 갓 태어난 물고기들이 있는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각 연못과 연못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그곳을 인간들이 다닐 수 있도록 했답니다. 


큰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은 수족관에 사는 열대어나 금붕어들을 무시합니다.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산다면서요.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큰 연못은 무척 넓고 탁 트여 있는데다 오늘같이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보름달이 큰 연못을 더욱 환하게 비춰주거든요. 큰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은 보름달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을 느낄 수도 없는 수족관 안에 산다는 건 물고기로서 수치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런데 평상시 같으면 잠을 자고 있을 큰 연못의 물고기들이 무슨 큰일이 있을 때마다 회의하는 거북 바위 밑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오늘은 기필코 이 일에 대해 결말이 나야 한다고!”


큰 덩치의 메기 아저씨가 덩치처럼 큰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이 말에 모여든 물고기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웅성웅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별광이 물고기마을의 최고령자인 비단잉어 홍백할배를 모시고 나오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작아졌습니다. 올해 81세인 홍백할배는 나이만큼이나 아는 것이 많아, 물고기마을에서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만약 홍백할배가 없다면, 나는 물 없는 곳에서 사는 것과 같을 거야.’라고 말하는 물고기들이 있을 정도랍니다. 


아, 여기서 잠깐! 무슨 잉어가 80년이 넘게 사느냐고 할 분이 있을까봐, 미리 알려 드리는데요. 비단잉어의 평균적인 수명은 20~30년이지만, 70년에서 80년, 혹은 100년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먹이를 먹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가능한 일이지만요. 

다시 물고기들이 모인 곳으로 가 볼까요?


홍백할배는 나이에 맞지 않게, 웬만한 어른 물고기보다 더 목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자리에 모여든 물고기들을 둘러보고서 홍백할배는 헛기침을 했습니다. 이것은 곧 어떤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뜻이지요.


“여러분, 오늘 이렇게 갑작스럽게 회의를 하게 된 이유는 잘 알 거로 생각합니다만,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일주일 전부터 계속해서 우리 물고기들이 공격을 당하고 있어요. 인간들이 호기심에 던지는 거로 생각하고 참아왔지만, 이제는 참을 수가 없어요. 오늘, 동자개가 그 돌멩이에 맞아 하마터면 한쪽 눈을 심하게 다칠 뻔했습니다. 동자개가 앞으로 저 보름달을 다신 볼 수 없을 줄 알았어요.”


말을 멈추고 홍백할배는 자신을 바라보는 물고기들을 찬찬히 둘러봤습니다. 그리고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시작했습니다.


“‘누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나’ 이게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에요. 그래서 이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려고 모이라고 한 겁니다. 이럴 때는 갇혀 사는 열대어나 금붕어가 부럽기도 하네요. 일주일 동안 계속된 공격을 이제는 마냥 당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공격을 하는 그 못된 인간을 본 물고기가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홍백할배는 조용히 자신만을 쳐다보는 물고기들을 계속해서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인간들이 잔뜩 몰려올 때마다 공격하는 모양입니다. 들키지 않게 공격하는 걸 보니 대단히 똑똑한 인간이에요.”


홍백할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간을 칭찬하자, 메기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홍백할배를 쳐다보았습니다. 홍백할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메기와 눈을 마주치고는 웃어주었습니다. 메기는 오히려 당황해 얼굴이 빨개졌답니다. 


“일주일 동안 누구도 우리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인간을 보지 못했다니, 신기한 일이네요. 어쩌면 작은 인간 아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아서 잘 안 보이니 우리가 못 봤을 수도 있어요. 앞으로 우리를 공격하는 인간을 찾기 위해 보초를 서겠습니다. 항상 오전에 그 일이 일어나니까 오전에만 보초를 서면 될 것 같아요. 인면어가 서쪽에서 살펴주세요. 동쪽은 잉붕어, 북쪽은 메기, 남쪽은 향어가 담당하세요. 혹시 모르니 오후에는 동서남북을 각각 백사, 황사, 비사, 적사가 보초를 서 주시고요. 모두들 불만 없지요?”


홍백할배의 질문에 인간의 얼굴 모습을 닮았다고 인간들에게 유난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인면어가 불만에 찬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침 시간 서쪽이 얼마나 시끄러운 줄 아세요? 거기가 인간들이 중간에 쉬는 곳이잖아요. 게다가 난 워낙 인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보려고 얼마나 많이 몰려드는지 아세요? 그런 피곤한 아침부터 서쪽을 맡으라니 홍백할배님, 너무하세요.”


홍백할배는 인면어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대답했습니다. 


“소원을 이뤄준다는 인면어야. 우리의 소원을 이뤄주도록 조금만 노력해다오.”


차분히 가라앉은 홍백할배의 목소리는 밤의 공기 속에 쩡쩡 울렸고, 그 소리에 얼굴이 빨개진 인면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아마, 자신이 한 말이 창피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인면어가 그런 말을 하자, 모여든 물고기들이 모두 인면어를 째려봤거든요. 


홍백할배는 별광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 자리에 모였던 다른 물고기들도 모두 각자 자러 갔습니다. 그러나 온몸이 검정색이며 행운이 온다는 비단잉어 검은천사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로 계속됩니다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