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2010/11/30 11:38

아침이 되어 마당에 나간 아내는 깜짝 놀라 만수를 깨웠습니다.


“여보 밖에 웬 멧돼지가 있어요.”


“아 그건 내가 쳐놓은 덫에 운 좋게 걸렸기에 내가 메고 왔소.”


아내는 기뻐하며 요리를 하여 어머니께 드리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멧돼지고기가 떨어지자 만수는 다시 호랑이가 되어 산짐승을 잡아왔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고 고기가 생기자 이를 이상히 여긴 만수의 아내는 잠이 든 척 누워 있다가 만수가 일어나 호랑이로 변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내 남편이 호랑이란 말인가? 이를 어쩌면 좋을까?”


만수가 보았던 두루마리를 펼쳐 등불에 비춰보던 아내는 그만 실수로 두루마리에 불이 붙어 모두 태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산짐승을 잡아 집으로 돌아온 만수는 두루마리가 타 없어진 것을 알고 크게 울부짖으며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만수의 가족은 날마다 숲 속을 바라보며 슬피 울었습니다. 호랑이가 된 만수도 산 중턱에 올라가 자기 집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 곁에서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이렇게 험한 꼴을 한 불효자식을 용서하여 주세요.”


만수는 그 후에도 산짐승을 잡아다 마당에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어머니 방을 향해 절을 하고 산속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만수의 아내는 그 고기들을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며 자신의 실수를 책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만수가 호랑이가 된 이야기가 이 마을 저 마을로 퍼져 나가자 이를 듣고 웬 노인이 찾아왔습니다.


“내 댁의 아드님 효성이 지극하여 가족을 부양할 방도를 알려 주었건만 도리어 화가 되었구려. 자 이 두루마리를 받아 호랑이가 내려오면 그 앞에 펼쳐놓아 주시오.”


가족들은 호랑이가 된 만수가 내려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 그의 앞에 두루마리를 펼쳐놓았습니다. 주문을 외우고 재주를 넘으니 호랑이는 다시 만수가 되었습니다.


“아범아, 내가 다시는 고기를 먹지 않으련다. 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 고생을 하다니.”


어머니는 다시 찾은 아들을 얼싸안고 다짐했습니다.


“저도 이제 더 부지런히 일해서 제 힘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겠어요.”


만수의 가족은 다시 행복을 찾았고 그의 효심 깊은 이야기는 더욱 멀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만수가 선녀와 혼인을 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웬일인지 온 나라에 가뭄이 들어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먹을 물도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휴…… 큰일이구려. 온 나라에 비가 내리지 않아 난리가 나고 임금님 사는 대궐에도 먹을 것이 없다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걱정하는 만수를 보며 아내는 깊은 시름에 빠졌습니다. 그 후로 날마다 야위어가는 아내를 보며 만수는 이상히 여겼습니다.


“여보시오 부인, 무슨 근심이라도 있소? 요즘 얼굴이 무척이나 야위었소.”


아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대답했습니다.


“저를 처음 만나던 날 알려 드린 제 이름을 기억하시는지요?”


“글쎄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자세히 듣지 못했소. 그 이후에는 함께 살게 되어 너무 좋아 부인의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생각했고 그 이후에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으니…… 그러고 보니 내 부인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구려.”

아내는 아득하니 허공을 바라보았습니다.


“제 이름은 루위유성입니다. ‘눈물이 별이 되어 흐르다.’라는 뜻이지요. 제가 세상의 기근과 가뭄을 보고 천일에 한 번씩 하늘에 올라가 하나님께 고하며 눈물을 흘리면 그 눈물이 별이 되어 흐르다가 필요한 곳에 이르러 비가 되어 세상에 내리게 되지요.”


만수는 아내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도 어렵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3년 전 서방님을 만나고 너무나 행복하게 이 땅에 살면서 다른 이들의 형편을 살피지 못했군요. 그로부터 천일이 더 지났으니 이제 그만 저의 본분을 찾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만수는 울며 이야기하는 아내를 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지만 가지 말라고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내는 처음 만나던 날 입었던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서방님, 천일에 한 번씩 송광사 십자각에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을 잘 부탁해요.”


아내의 약속을 믿으며 만수는 어머니와 아이들을 부양하며 살았습니다. 비록 천일에 한 번이지만 아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견디어 냈습니다.


그렇게 천일이 지나고, 또 천일이 지나고 만수와 선녀가 된 아내는 아쉬운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만날 때마다 만수는 나이가 들어갔고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며 아이들은 장성하여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된 만수는 힘겹게 송광사를 찾아 십자각 아래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돌계단에 앉아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그날 밤 초승달처럼 가늘게 눈을 뜬 만수는 눈이 부시게 환한 별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만수는 그 밝은 빛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은 채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아주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선녀가 된 아내는 주름진 만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예전과 다름없이 희고 고운 자기의 손등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어김없이 천일에 한 번씩 십자각에 내려왔고 그 해에는 유난히 큰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끝>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