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재미있는 완주이야기"에 실린 동화입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이면 하늘나라일까요? 다시 깜깜해지면서 내 몸이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내가 너무 잘못해서 벌을 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 이곳이 하늘나라면 나를 안아주던 엄마를 만날 수 있겠지요? 아까는 얘기를 못 했는데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말하면 엄마가 용서해줄까요? 그럼 이젠 아빠와 언니 그리고 강우 오빠는 볼 수 없는 것일까요? 너무 슬퍼집니다.
“은비야”
아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아빠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빠 나 죽은 거야? 엄마도 봤으니 진짜 죽은 거야? 엄마가 언니같이 생겼어. 나를 꼭 안아줬어.”
“야, 애기똥풀!”
언니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언니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언니 나 죽은 거야? 엄마 옆에 은비 나무도 생긴 거야? 그럼 언니 매일 찾아올 거지?”
“니가 죽긴 왜 죽니?”
“근데 왜 안 보이고 목소리만 들려?”
“바보야. 눈을 떠야지!”
이제야 아빠도 보이고 언니도 보입니다. 하얀 벽도 보이고 올려진 내 하얀 다리도 보입니다.
“아빠. 어언……니……”
“바보야. 도망은 왜 가? 너땜에 내가 얼마나 놀랬는 줄 알아?”
“엄마… 어엄마…… 아 앙…….”
나는 드디어 정말 큰소리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내 다리 하나가 다친 것도 아픈데 엄마는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이게. 울긴 왜 울어!”
그러면서 언니도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안아줍니다. 엄마가 안아주는 것처럼 따뜻합니다. 그러고 보니 언니는 정말 엄마와 닮았습니다.
“엄마 나무는? 엄마 나무 어떡해? 내가 아프게 해서 엄마 또 죽으면 어떡해?”
이번엔 아빠가 나를 꼭 안아주십니다. 아빠의 고슴도치 같은 수염이 상처 난 내 얼굴을 찔러도 하나도 아프지 않고 슬프기만 합니다.
“엄마 나무는 죽지 않을 거야. 안수사 마당에 있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 알지? 그 나무처럼 엄마 나무도 아주 오래오래 살 거야. 우리 은교, 은비가 자랄 때마다 엄마 나무도 점점 자라면서 은교, 은비 잘 크고 있나 지켜볼 거라고 아빠랑 약속했거든.”
“응. 그 나무 알아. 근데, 엄마 나무는 지금 많이 아파. 엄마 나무 낫게 해달라고 주문을 외우는데 기억이 잘 안 나서 엉터리로 말했어. 엉터리로 말하면 안 된다고 아빠가 그랬잖아.”
“괜찮아. 아빠가 엄마 금방 낫게 해줄게. 아빠랑 같이 주문을 말하면 금방 나을 거야.”
“응. 아빠가 주문을 외우면 아픈 나무는 다 나아.”
“자아…… 그럼. 하나씩 따라 말하기다. 자하라!”
“자하라!”
“까무라!”
“까무라!”
“타무스!”
“타무스!”
“핑퐁핑퐁!”
“핑퐁핑퐁! 그럼 이제 엄마 나무 낫는 거야?”
“그럼. 아마 벌써 나았을 거 같은데? 그러니까 예쁜 은비 공주님도 빨리 나아서 이젠 아빠랑 언니랑 엄마 보러 가야지?”
“응. 그럼 내 다리에도 주문할래.”
“그럴까? 은비 공주님 다리 얼른 낫게 해 주세요…… 자하라 까무라 타무스 핑퐁핑퐁!"
“자하라! 까무라! 타무스! 핑퐁핑퐁!”
주문을 외우고 나니 다리가 다 나은 것처럼 가볍게 느껴집니다.
“자, 은비 빨리 나으라고 주는 선물이야.”
이 목소리는 강우 오빠! 강우 오빠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난 애기처럼 큰 소리로 시끄럽게 울어댄 것입니다. 너무 창피합니다.
“다리 빨리 나아서 커다란 언니 신발 말고 이 새 운동화 신고 다녀. 알았지? 핑크 공주…….”
분홍색 예쁜 운동화. 그리고 강우 오빠가 불러 준 핑크 공주.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내 기분이 정말 좋은 건 나도 이제 엄마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 나무가 언니와 나를 영원히 지켜줄 거라고 했듯이 나도 영원히 엄마 나무를 지켜 줄 것입니다. 얼른 나아서 이 새 신을 신고 아빠랑 언니랑 엄마 나무한테 달려가서 인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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