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키우기엔 그다지 좋은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완주군 화산면에 들어와 주위를 살펴보면 여기가 전북인지 강원도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도무지 평지라곤 보이질 않습니다. 이곳저곳 열심히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오로지 산, 산, 산뿐입니다. 평지가 없으니 도로를 놓기도 어렵고, 농사를 짓기에도 부족함이 많습니다.

전라북도에서 저기 끄트머리에 있는 지역,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에는 더욱 가기 어려웠던 지역, 그곳이 바로 화산면입니다.

“그전에는 땅이 이렇게 별로 없어도 주민들이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았어요. 양파를 주로 많이 재배했었고 이것저것 다른 것들도 재배했지요. 그래도 땅이 워낙 없으니 먹고 살기 넉넉할 정도는 못되었죠.”

어느 마을 주민의 말입니다. 산지로 둘러싸인, 전라북도 한쪽 언저리에 자리한 화산면은 그렇게 ‘변두리’로 지내왔습니다.

그래도 외진 곳에 위치한 덕분에 공기와 물, 환경만큼은 그 어느 지역보다 맑았습니다. 자연의 축복을 듬뿍 받은 셈이지요. 냇가에 흐르는 물은 그냥 마셔도 괜찮았고, 매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만큼 공기도 깨끗했습니다. 말 그대로 ‘청정’한 환경이었습니다.

화산면에 소가 들어오다

주민들은 화산면의 깨끗한 환경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타지역으로 떠나서 살기 보다는 마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깨끗하고 살기좋은 환경은 있었지만 평지가 부족해 농삿일만으로는 소득을 늘리기가 어려웠거든요. 마을주민들은 고민했고, 그러다 한가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을에서 소를 기르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껏 누구도 화산면에서 소를 길러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소를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화산면에서 기르는 한우는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그 기대감은 화산면의 청정환경에 대한 자신감이었습니다. 꽃을 기를때에도 어떤 음악을 들려주느냐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진다는 말처럼, 젖소에게서 젖을 짤때에도 어떤 환경을 조성해주느냐에 따라서 그 양과 질이 달라진다는 말처럼 소를 기르는 일도 화산면의 청정환경이라면 뭔가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화산면에 소가 처음 들어왔습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입니다.


화산면에서 기르는 소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처음 길렀던 소는 지금처럼 한우가 아니었습니다. 도축을 목적으로 하는 육우(肉牛)였습니다. 그러다 몇 년 뒤부터 한우로 품종을 바꿔기르기 시작했지요. 처음 소를 기를때엔 새로운 소득원을 발굴해보자는 의욕을 담아 시작했지만 그 의욕은 곧 자신감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의 예상대로 화산면에서 자라는 소들이 무척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랐거든요. 소의 품질이 타 지역과 차별화될 정도로 좋아지자 많은 사람들이 화산 한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한우를 기르는 주민들도 늘고, 소값도 올랐습니다.

화산면에서 9년째 소를 기르고 있는 임용현 이장님은 화산 한우의 비밀을 깨끗한 환경에서 찾았습니다.

“우리 화산면이 산지가 많고 평지가 적어 농산물을 경작하기는 어렵지만 소에게는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보니 산의 시원한 기운이 많거든요. 그래서 낮과 밤의 온도편차가 크답니다. 과일의 당도도 온도편차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 것처럼 소도 마찬가지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물도 깨끗하고 공기도 맑으니 소가 잘 자란다고 봐야죠. 확실히 화산 한우를 드셔보신 분들이나 거래처에서도 화산 한우는 뭔가 다르다는 이야기들을 해요.”

‘생협’에서도 인정받는 화산한우

이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화산 한우는 소비자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생활협동조합(생협)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생활협동조합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릴께요. 국내에서 유명한 아이쿱생협(icoop생협)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침략기인 1920년에 민중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협동조합인 소비조합운동이 펼쳐졌으며, 현재 우리나라 생협의 기원이 됩니다. 소비자들이 조직한 협동조합은 소비조합, 구매조합, 소비자협동조합이라고 불리다가 1990년대 들어와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란 명칭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컨슈머 코퍼레이티브(consumer cooperative)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생협’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은 1945년 일본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생협에서는 친환경농산물만 취급합니다.”

친환경고품질 농산물만 취급하는 생협에서 취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화산 한우가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화산면 출신인 이장님이 고향에 남아 살아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화산 한우가 높은 품질로 좋은 평가를 받는 소득원이 되면서, 한우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화산면에는 약 3,0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약 500농가가 14,000두의 한우를 기르고 있습니다. 면단위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의 규모입니다. 거기에 농가들의 연 매출이 대략 700억원 정도라고 하니 화산 한우가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된 ‘화산 한우’

이제 화산 한우는 단순히 마을 특산품을 넘어 하나의 전국적인 브랜드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지 소를 키워 파는 것이 아니라, ‘화산 한우’를 키워서 파는 것이지요. 화산 한우라는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품질보증수표가 되는 셈입니다. 때문에 화산면에는 계속적으로 한우 사육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좋은 한우를 키우고,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한우사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화산 한우를 멋진 브랜드로 만들어낸 일 뿐인것 같습니다. 화산 한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친근하게 다가간다면, 사람들도 언제나 ‘화산 한우’를 찾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였던가요. 화산면에서는 매년 9월께 한우축제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한우는 이제 화산면을 대표하는 효자 상품이자 특산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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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