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향기2009/08/19 08:49


바야흐로 다문화사회다. 매년 1만건씩 증가하는 국제결혼과 소위 ‘이주여성’으로 불리는 한국으로 시집 온 여성들의 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여성들의 수가 14만4천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급증하는 국제결혼 인구에 비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개 많은 언어나 관습 등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다문화가정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 노력이 필수적이다.

“다문화가정의 어려움? 직접 보지 않으면 잘 몰라”

다문화가정의 안정은 사실 말이 쉽지 실제로는 큰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이들 가정이 겪게 되는 문제중 대부분이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언어적인, 혹은 관습적인 부분이 많아 제도적‧정책적인 지원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에서 초기에 일어나는 문제들은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잘 들여다 봐야 겨우 알수 있습니다.”


유효숙 완주군 용진면장은 그래서 ‘중매쟁이’가 됐다. ‘중매쟁이’는 유 면장이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는 다리역할을 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유 면장도 스스로 “내 취미는 중매”라며 ‘중매쟁이’를 자처한다. 면의 행정을 책임지는 책임자로서 갈수록 늘어가는 다문화가정들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저희 용진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구가 현재 42가구에요. 다들 잘 살려고 노력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주여성들과 자주 만나다보니 그렇게(‘중매쟁이’가) 됐어요”

‘중매쟁이’ 유 면장의 화려한(?) 활약 
     

유 면장에게 ‘중매쟁이’ 별명이 붙은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부임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주여성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계속 펼치고 있다. 이주여성들과 자주 모임을 갖는 것은 물론, 모두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저녁에도 다문화가정을 찾아다닌다.

그가 처음 용진면장에 부임한 2007년 1월, 면장이라는 한 지역의 책임자가 되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이주여성을 결혼시키는 일이었다.

“처음에 부임해서 한 일이 시집못간 이주여성 한명을 결혼시키는 일이었어요. 한국에 온 언니를 따라와서 남자를 만나서 살고있는 아가씨였는데 결혼식을 못 올려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는 분들께 연락을 드리고 이 친구 결혼식 한번 해주자고 했죠. 다행히 많은 도움을 얻어서 이 친구의 결혼식은 물론 웨딩사진이나 피로연까지 모든 결혼식 비용 일체를 무료로 해서 식을 올려줄 수 있었어요”

결혼만이 아니다. 일자리도 찾아줬다. 이쯤되면 중매쟁이 노릇도 ‘제대로’다.

“이주여성들이 다문화가정을 꾸리면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가끔씩 이 친구들이 와서 저한테 일을 소개해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럴경우나 이 친구들이 할 수 있을만한 자리가 나면 이래저래 소개해주기도 하고요. 아직 많진 않지만 기회가 닿는대로 일자리를 알아봐주고 있어요”

그렇게 일자리를 알아봐 준 것이 벌써 세 명. 아직 한국말과 문화에 서툴지만 외국에서 온 그들에게 맞는 통역이나 공장업무 등을 이어줬다. 유 면장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주여성들이 우리말이 서툰 경우가 많아요. 듣고 말하기는 된다해도 읽고 쓰는 건 잘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싶어도 이 친구들이 읽고 쓰기 때문에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서 안타까울 때가 많죠.”


그래서 지난 해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결혼이민자가족 한국어 교육’도 실시했다. 그러나 한 술 밥에 배부를 순 없는 것.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하다.

“중매? 다문화가정 안정될 때까지 해야죠”

유 면장이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현장에서 뛰는 사회복지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지역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그가 실천하고 있는 사회복지다.

“제가 참 운이 좋은게 제가 29년 공무원 생활하면서 10년 넘는 세월동안 사회복지과에 있었어요. 그러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구요. 그런데 면장이 돼서 현장에 나와보니 모든 일이 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인 거에요.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들도 그래요. 제가 여성이기도 하고 이 친구들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다보니까 결국 이들 다문화가정이 한국에 잘 정착하게 돕는 것도 다 사회복지더라구요.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주민의 복지를 생각하는 행정. 그것이 바로 ‘중매쟁이’ 유 면장식 행정이다. 현장에서 보고 느껴온 만큼 감회도 다르다.

“정부에서도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들을 많이 돌보려고 하지만 제도적인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실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가정이 안정되는 것 아니겠어요? 제도적인 지원보다는 직접 만나서 듣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다가갈 때 다문화가정도 점차 안정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문화가정이 겪는 문제들은 아직도 많다”며 “이들이 다들 용진면에 잘 안착해 살 때까지 돕겠다”는 유 면장.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다문화가정을 위한 그의 ‘중매’는 계속 될 것 같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면 | 전북 완주군 용진면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완이주니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