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이와 선미가 선녀탕에 닿았을 땐 이미 선녀들이 목욕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돌아간 뒤였다. 부선이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 가슴으로 천막 안에 앉아 있었고, 목남 씨는 사슴 아주머니와 함께 서서 밤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과장님. 안녕하세요.”
선미가 목남 씨에게 아는 척을 했다. 목남 씨가 소리 들리는 쪽을 보았다. 둥근 모양의 손전등 빛이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 뒤로 두 사람의 형체가 거뭇하게 보였다. 목남 씨는 두 사람 중에 키가 작은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선미, 와 주었군.”
“네, 과장님. 은퇴하시면서 인사 없이 가셔서 섭섭했어요.”
선미가 대답했다.
“우리 일이 다 그렇지. 소리 없이 일하니, 소리 없이 떠나야지.”
“아버지.”
둘의 대화에 키가 큰 쪽이 끼어들었습니다. 지동이었다. 그는 천천히 목남 씨 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소리 없이 떠나셔도 저한테까지 말하지 않으려고 했나요?”
“지동아, 사실 그게 말이다…….”
“변명은 마세요. 오면서 선미한테 얘기 다 들었으니까요.”
지동이가 목남 씨의 말을 끊었다.
“정말 놀라운 얘기더군요. 제 전임이신 이 과장님이 아버지셨다니.”
지동이가 손전등으로 목남 씨의 얼굴을 쏘아대듯이 비췄다. 목남 씨는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렸다. 그는 불빛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약한 행위였기에 사슴 아주머니가 나섰다.
“버릇없구나. 관두지 못하겠니.”
사슴 아주머니의 지팡이가 지동의 손목을 내리쳤다. 그 바람에 손전등은 바닥에 떨어졌다. 전구가 깨졌다. 주변은 다시 빛 한 점 없이 어두워졌다.
손전등의 전구는 깨졌지만 위치추적기는 여전히 작동했다. 같은 시각 사냥꾼 형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산을 오르고 있었다. 형은 동생에게 침착하게 행동하라고 말했다.
“넌 항상 성질부터 부리니까 그 모양인 거야. 네가 나처럼 어릴 적에 작두에 턱을 다치는 경험을 했다면 이렇게까지는 경솔하진 않았을 텐데.” 그러자 동생은 이렇게 대꾸했다. “형은 언제나 나만 탓하지.” 그들은 그렇게 티격태격했다. 그러는 사이에 선녀탕에 닿았다.
“가만. 폭포 소리야, 조용해 봐.”
형 사냥꾼이 말했다.
과연 낙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말소리도 들렸다. 어림잡아 세 명의 소리였다. 그들은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늙은 여자의 것으로 짐작되는 성난 목소리가 말했다.
“이 고얀 놈아, 아버지한테 이게 무슨 말버릇이더냐?”
순간 형 사냥꾼의 입가가 옆으로 찢어졌다. 그는 동생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사슴이군. 역시 아직까지 완주군에는 야생사슴이 있다니까. 오랜만에 즐거움 좀 맛보겠군.”
그는 엽총의 총신을 손바닥으로 매만졌다. 이윽고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동아, 내가 다 설명했잖니. 그러니 아버지를 이해해 줘.”
“일평생 가족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난 천지교류과 일 관두겠어. 내 얘기는 이 과장님 후임은 물론 이목남 씨의 아들 노릇도 정중하게 사양하겠다는 뜻이야. 이렇게 흉계를 꾸미고 용서를 빌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아?”
사냥꾼 형제 중 동생이 “이 목소리는 새로 온 신참이군. 한눈에 알아봤지. 이 과장 아들이더군.”하고 중얼거리며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하여 총구를 내밀었다. 그러고는 총기에 붙은 적외선 조준경을 통해 아래를 살폈다. 여태 세 명의 목소리만 교대로 들렸지만 한 사람이 더 보였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서서 고개만 주억거리는 목남 씨였다. 동생 사냥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목남 씨의 넓적다리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방아쇠에 힘을 줬다. 그러자 형 사냥꾼이 말했다.
“기다려 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야.”
지동이는 더 이상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급기야 그는 크게 울부짖었다. 그는 어떤 설명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아버지와 산에서 혼자 사는 미친 노파와 더는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짝사랑했던 선미조차도 불편해졌다. 지동이는 홧김에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동아!”
그제야 목남 씨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소리에 지동이의 발목에 좀 더 힘이 들어갔다. 그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래서 뛰었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 내려가다가 땅 위로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발목이 걸려 넘어졌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지동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어둠 속에 홀로 있었다. 그를 부르는 목남 씨의 염려스러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순간 지동이는 악몽이 떠올랐다. 세 살 무렵 산속에 혼자 남겨졌던 그 기억이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숨이 턱턱 막혔다. 고개가 빳빳이 세워진 채로 경직되고, 두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경기가 든 것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는 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27년 전 그날처럼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이 차서, 입엣소리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지동아. 지동아.”
그때 티 없이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동이는 고개가 자유스럽게 돌아가지 않아 온몸을 비틀면서 힘겹게 소리 나는 쪽을 보았다. 은은하게 타오르는 빛이 보였다. 그 빛이 시커먼 어둠을 몰아내며 지동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빛은 옷이었다. 그리고 그 빛의 옷을 한 여자가 입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지동아! 그래, 엄마다. 엄마가 여기 있어.”
여자가 지동이의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었다. 그리고 말없이 흐느꼈다. 지동이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자신의 몸으로부터 여자를 떨어뜨리려 애를 썼다. 그러면서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선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여자가 싫지는 않았다. 여자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자신의 엄마였다. 어릴 적에 헤어져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엄마, 할머니 말로는 착하고 어여뻤다는 엄마, 아빠 말로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는 엄마였다. 지동이의 눈앞에, 그가 평생 그리던 엄마가 눈앞에 있었다.
지동이는 악몽에서 깨어날 때처럼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숨이 막혀 가슴속에 갇혀 있던 공기와 함께 그 무언가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는 엄마를 끌어안고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었다.
“이 과장님. 안녕하세요.”
선미가 목남 씨에게 아는 척을 했다. 목남 씨가 소리 들리는 쪽을 보았다. 둥근 모양의 손전등 빛이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 뒤로 두 사람의 형체가 거뭇하게 보였다. 목남 씨는 두 사람 중에 키가 작은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선미, 와 주었군.”
“네, 과장님. 은퇴하시면서 인사 없이 가셔서 섭섭했어요.”
선미가 대답했다.
“우리 일이 다 그렇지. 소리 없이 일하니, 소리 없이 떠나야지.”
“아버지.”
둘의 대화에 키가 큰 쪽이 끼어들었습니다. 지동이었다. 그는 천천히 목남 씨 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소리 없이 떠나셔도 저한테까지 말하지 않으려고 했나요?”
“지동아, 사실 그게 말이다…….”
“변명은 마세요. 오면서 선미한테 얘기 다 들었으니까요.”
지동이가 목남 씨의 말을 끊었다.
“정말 놀라운 얘기더군요. 제 전임이신 이 과장님이 아버지셨다니.”
지동이가 손전등으로 목남 씨의 얼굴을 쏘아대듯이 비췄다. 목남 씨는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렸다. 그는 불빛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약한 행위였기에 사슴 아주머니가 나섰다.
“버릇없구나. 관두지 못하겠니.”
사슴 아주머니의 지팡이가 지동의 손목을 내리쳤다. 그 바람에 손전등은 바닥에 떨어졌다. 전구가 깨졌다. 주변은 다시 빛 한 점 없이 어두워졌다.
손전등의 전구는 깨졌지만 위치추적기는 여전히 작동했다. 같은 시각 사냥꾼 형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산을 오르고 있었다. 형은 동생에게 침착하게 행동하라고 말했다.
“넌 항상 성질부터 부리니까 그 모양인 거야. 네가 나처럼 어릴 적에 작두에 턱을 다치는 경험을 했다면 이렇게까지는 경솔하진 않았을 텐데.” 그러자 동생은 이렇게 대꾸했다. “형은 언제나 나만 탓하지.” 그들은 그렇게 티격태격했다. 그러는 사이에 선녀탕에 닿았다.
“가만. 폭포 소리야, 조용해 봐.”
형 사냥꾼이 말했다.
과연 낙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말소리도 들렸다. 어림잡아 세 명의 소리였다. 그들은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늙은 여자의 것으로 짐작되는 성난 목소리가 말했다.
“이 고얀 놈아, 아버지한테 이게 무슨 말버릇이더냐?”
순간 형 사냥꾼의 입가가 옆으로 찢어졌다. 그는 동생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사슴이군. 역시 아직까지 완주군에는 야생사슴이 있다니까. 오랜만에 즐거움 좀 맛보겠군.”
그는 엽총의 총신을 손바닥으로 매만졌다. 이윽고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동아, 내가 다 설명했잖니. 그러니 아버지를 이해해 줘.”
“일평생 가족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난 천지교류과 일 관두겠어. 내 얘기는 이 과장님 후임은 물론 이목남 씨의 아들 노릇도 정중하게 사양하겠다는 뜻이야. 이렇게 흉계를 꾸미고 용서를 빌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아?”
사냥꾼 형제 중 동생이 “이 목소리는 새로 온 신참이군. 한눈에 알아봤지. 이 과장 아들이더군.”하고 중얼거리며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하여 총구를 내밀었다. 그러고는 총기에 붙은 적외선 조준경을 통해 아래를 살폈다. 여태 세 명의 목소리만 교대로 들렸지만 한 사람이 더 보였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서서 고개만 주억거리는 목남 씨였다. 동생 사냥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목남 씨의 넓적다리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방아쇠에 힘을 줬다. 그러자 형 사냥꾼이 말했다.
“기다려 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야.”
지동이는 더 이상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급기야 그는 크게 울부짖었다. 그는 어떤 설명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아버지와 산에서 혼자 사는 미친 노파와 더는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짝사랑했던 선미조차도 불편해졌다. 지동이는 홧김에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동아!”
그제야 목남 씨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소리에 지동이의 발목에 좀 더 힘이 들어갔다. 그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래서 뛰었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 내려가다가 땅 위로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발목이 걸려 넘어졌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지동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어둠 속에 홀로 있었다. 그를 부르는 목남 씨의 염려스러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순간 지동이는 악몽이 떠올랐다. 세 살 무렵 산속에 혼자 남겨졌던 그 기억이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숨이 턱턱 막혔다. 고개가 빳빳이 세워진 채로 경직되고, 두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경기가 든 것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는 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27년 전 그날처럼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이 차서, 입엣소리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지동아. 지동아.”
그때 티 없이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동이는 고개가 자유스럽게 돌아가지 않아 온몸을 비틀면서 힘겹게 소리 나는 쪽을 보았다. 은은하게 타오르는 빛이 보였다. 그 빛이 시커먼 어둠을 몰아내며 지동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빛은 옷이었다. 그리고 그 빛의 옷을 한 여자가 입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지동아! 그래, 엄마다. 엄마가 여기 있어.”
여자가 지동이의 어깨를 부여잡고 흔들었다. 그리고 말없이 흐느꼈다. 지동이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자신의 몸으로부터 여자를 떨어뜨리려 애를 썼다. 그러면서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선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여자가 싫지는 않았다. 여자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자신의 엄마였다. 어릴 적에 헤어져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엄마, 할머니 말로는 착하고 어여뻤다는 엄마, 아빠 말로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는 엄마였다. 지동이의 눈앞에, 그가 평생 그리던 엄마가 눈앞에 있었다.
지동이는 악몽에서 깨어날 때처럼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숨이 막혀 가슴속에 갇혀 있던 공기와 함께 그 무언가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는 엄마를 끌어안고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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