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2009/08/12 17:52

지동이는 자신이 배정된 부서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천지교류과’, 지동이가 알기로 완주군청에는 그런 부서가 없었다. 부부군수는 하늘과 땅의 교류를 위하여 매우 비밀스럽게 행정업무를 보는 부서라고 말했다. 지동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부부군수의 방을 나왔다.

‘천지교류과’는 지하 3층 복도 끝에 있었다. 복도는 좁은 터널처럼 길고 어두컴컴했다. 천장에 백열등 하나가 외롭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둠을 뚫고 복도 끝에 선 지동은 노크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 순간 복도의 어둠이 살아있는 것처럼 술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사실 지동이는 홀로 어둠 속에 있으면 바짝 긴장하는 버릇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꾸던 악몽 때문이다. 언제나 그 꿈은 어린 지동이가 산속에 혼자 남겨져 우는 데서 시작했다. 울다가 보면 캄캄한 밤이 찾아왔다. 산속의 밤은, 아니 산속 밤의 소리는 끔찍했다. 야행성 동물이 움직이는지 곳곳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이따금 누군가가 울부짖는 소리도 들렸다.

지동이는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면 울음을 뚝 그쳤다. 그 울부짖음이 도깨비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동이는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리고 도깨비에게 위치가 탄로 날까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렇게 숨을 참다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을 즈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고는 했다.

“이지동 씨. 완주군청 소속 천지교류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문 안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젊은 여자의 티 없이 맑은 목소리였다. 지동이는 마음이 놓였다. 여전히 등 뒤 복도는 어둡고 차가웠지만 여자의 목소리 때문인지 갑자기 안도가 되었다. 지동은 용기를 내고 문고리를 잡아 비틀었다. 그러면서 얼마 전 면접에서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해냈다.

“저는 완주군에서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선녀와 나무꾼 전설을 믿는 건 별개라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우리 군의 전설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완주군 공무원으로서 현실적인 접근은 할 수가 있습니다. 만일 선녀와 나무꾼이 우리 군에 거주하는 군민이라면, 저는 국적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선녀의 한국 귀화를 서둘러 추진하고, 다자녀 혜택을 주어 그녀가 자녀를 데리고 하늘나라로 돌아갈 마음을 아예 품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어릴 적부터 학대를 당한 콩쥐는 위탁가정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겠고, 콩쥐의 계모는 위법성이 있으면 엄중하게 처벌을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저는 완주군 공무원으로서 세상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무엇보다 군의 발전을 위해 저에게 맡겨진 모든 업무와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지동이는 자신의 답변을 들으며 유난히 눈빛을 발하던 부부군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문을 열었다. 문 안쪽 공간으로부터 눈부시게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지동이는 자신이 당기고 있는 문의 색깔이 위는 파랗고, 아래는 노랗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또 동시에 ‘천지교류과’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있는 문패도 볼 수 있었다. 완주군청 지하 3층 복도 끝 방. 두말할 것 없이 신입 별정직 공무원 이지동이 일할 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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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