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2009/07/20 09:53


안녕하세요. 완이와 주니에요. 주말은 잘들 보내셨나요?
아직 장마가 다 걷히지 않아서 다들 걱정이 많으실 것 같아요.
이번 주 내로 걷히긴 하지만 아직 며칠 더 비가 내린다고 하니 저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하지만 걱정거리, 근심거리가 있을수록 더 밝고 즐겁게 지내야겠죠? ^^

오늘부터는 완주군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들을 연재할 거에요.
'재미있는 완주이야기'에 실린 이야기이자 '2009 완주군 캐릭터 디자인 및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수상한 영광스런 작품이기도 해요. 

먼저 대상을 수상한 이유리 님의 '필리핀 엄마'부터 연재할까 합니다. 조금씩 계속 연재되니 앞으로 재밌게들 읽어주세요 ^^ 

필리핀 엄마, 짝퉁 엄마

이번에는 정말 화가 많이 나신 것 같다. 내 등을 때리시는 할아버지 손에 힘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녀석아! 짝퉁 엄마가 뭐야! 엄마라는 말이 싫으면 새엄마! 새엄마라는 말도 싫으면 필리핀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필리핀 엄마!”

등이 화끈거렸다. 눈물이 핑 돌았다. 때린 건 할아버진데 짝퉁 엄마를 노려봤다. 나를 바라보는 짝퉁 엄마 눈빛에 미안함이 가득하다. 미안한 표정이든 쌤통이라는 표정이든 상관없다. 어떻든 다 싫다! 할아버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고개를 푹 숙이며 짝퉁 엄마를 계속 노려보았다.

짝퉁 엄마가 어색한 발음으로 “아부지!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까 때리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할아버지 손을 붙잡는다. ‘아! 저 소리, 저 발음이 나는 정말, 정말 싫다!’ 이번에는 눈에 힘을 더 주며 짝퉁 엄마를 노려봤다. 눈에 힘이 들어갈수록 입술이 삐뚤어지고, 삐뚤어진 입술 사이로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짝퉁 엄마는 어서 도망가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을 더 부라리며 대들려는 순간 다시 한 번 등이 욱신거리면서 화끈거리자 그대로 뛰쳐나와 버렸다. 실컷 달리고 보니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와있었다. 운동장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으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빠는 운전을 ‘못한다!’

아빠는 사장 아저씨 차를 운전하는 운전기사였다. 어떤 사람들은 아빠를 ‘박 기사’라고 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박 과장’이라고도 했다.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가 다니는 회사를 말하면 모두 부러워했다. 가끔 아빠는 사장 아저씨 차를 집에 가지고 오는 날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동네 꼬마들은 아빠 차 - 정확하게 말하면 사장 아저씨 차 - 주위에 몰려와서 구경하곤 했다. 비단 동네 꼬마들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동네 형들, 아줌마, 아저씨들 모두 한 번씩 흘깃 쳐다보며 지나갔다. 그럴 때면 나는 으쓱해지고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엄마 또한 그런 아빠를 자랑스러워하셨다. 가끔 동네 아줌마들이 부침개, 반찬 등을 만들어 오시거나 과일 등을 들고 오셔서 엄마에게 아는 사람들의 취직을 부탁하기도 하셨다. 그럴 때 엄마의 모습은 마치 텔레비전에서 보는 사장 아줌마 같았다. 어떻든 그 당시 우리 집이 다른 집이랑 달랐던 건 아빠가 모는 자동차와 아빠가 다니는 회사였던 것 같다. 그것 빼고는 그리 달랐던 건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때까지는 모든 것이 좋았다.

그런데 아빠의 사고 이후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우리 동네에서 더는 아빠가 모는 차를 볼 수 없었다. 오랜 입원 끝에 아빠가 퇴원하던 날, 아빠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보이지 않으려 애쓰셨지만, 아빠의 다리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아빠가 살아계신 것만으로 좋았다. 아빠는 사고 이후 운전을 ‘못하셨다.’ 그런데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는 아빠가 운전을 ‘안 하는’ 거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아빠를 그렇게 닦달하지 않았을 테니깐……. 나는 엄마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산 낙지를 매우 좋아했던 엄마도 목에 한 번 걸리고서는 절대 산 낙지를 먹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아빠는 옆집 아저씨 자동차로 몇 번 운전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내가 보아도 아빠는 분명히 겁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실망하던 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아빠가 운전을 하던, 못하던 나한테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는데 엄마한테는 중요했나 보다.

사고 이후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서 살고 싶다고 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선 고모, 고모부와 함께 작은 묘목 농장을 하고 계셨는데 아빠는 할아버지처럼 묘목을 기르며 살고 싶다는 거였다. 그러나 엄마는 절대 시골에선 살 수 없다 하셨고 그렇게 아빠와 엄마는 매일 다투셨다. 엄마는 시골도 싫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싫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엄마가 아빠에게 뭐라고 하시는 날이 많아졌고 밤늦게 들어오시는 날도 많아졌다. 나는 하루빨리 아빠가 이기던, 엄마가 이기던 결정이 나서 두 분이 싸우지 않기를 바랐다. 시간이 지나고 아빠와 엄마의 싸움은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엄마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엄마는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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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