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부인 묘소에서 봉서사 쪽으로 향한다. 길이 좁아지지만 주변 풍경이 아름답고 소나무 가지도 잘 정리되어 걷는데 불편하진 않다. 큰 바위턱이 하나 나온다. 정경부인 묘소에서 바위턱까지 삼사십분 정도 걸린다. 서방산으로 가고 싶으면 이곳에서 방향을 돌리면 된다.
봉서사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바윗골
평소 같으면 봉서계곡이 절경이겠지만 오늘은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큰 길이 나오자마자 봉서사를 안내하는 비석이 보인다. 곧이어 충경유격훈련장이 나온다. 군부대가 있어서인지 깊은 산길인데도 언덕마다 제설작업이 되어 있다. 주변 경관이 정말 수려하다. 사백여 년 전 진묵대사도 이 길을 걸었으리라.
진묵대사(震默大師)는 김제 출신으로 1568년에 봉서사(鳳棲寺)에서 출가하였다. 진묵대사는 신통력을 지닌 스님으로 유명하였으며, 술에 취해 있거나 좌선삼매(坐禪三昧)에 빠져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스스로 비승비속(非僧非俗)을 자처할 정도 기행을 많이 남겼지만, 부처의 현신으로 존경을 받았다.
이와 얽힌 설화다. 어린 진묵이 사미승으로 있을 때다. 그의 일은 매일 나한전에 공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지스님의 꿈에 나한들이 나타나서‘부처님이 올리는 공양을 우리가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느냐’며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주지는 진묵이 부처의 현신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바로 나한전 공양하는 일을 다른 스님에게 돌렸다.
진묵대사는 또한 매우 박식한 스님이었다. 선(禪)과 교(敎)를 아울러 공부하였으며 유학에도 밝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유일하게 남긴게 송(偈頌)이 술에 대한 것일 정도로 술을 좋아하였다. 그런 그가 술과 관련된 설화를 안 남겼을 리 없다.
어느 날 진묵대사에게 한 여인이 아들을 점지해달라고 찾아왔다. 진묵은 곡차를 공양으로 올리라고 했다. 그 여인은 스님이 술을 마시는 게 못마땅해 술에 쌀겨를 띄워서 가져왔다. 진묵은 아무 소리도 않고 그 술을 훌훌 마셔버렸다. 일 년 후, 그 여인은 소원대로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동자에는 딱 쌀겨 크기 만 한 흰 점이 있었다. 모악산 수왕사에서는 아직도 송화백일주를 빚어 진묵대사 기일(음력 10월28일)에 제주로 올린다. 그밖에도 진묵대사와 얽힌 전설과 설화는 무수히 많다. 그만큼 그는 민중의 사랑을 받던 스님이었다.
봉서사
봉서농원을 지나고나니 봉서사(http://www.bongseosa.or.kr/)가 금방이다. 봉서사 앞에 있는 작은 주차장은 눈으로 덮여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봉서사에 도착하니 때마침 스님이 타종을 하고 있다. 깊은 종소리가 봉서계곡을 울리며 저 아래 속세까지 퍼진다. 봉서사는 신라 성덕왕 26년인 727년에 창건되었으며 고려 공민왕때 나옹화상이 중창하였다. 조선시대 선조 때에는 진묵대사가 출가하고 머물던 유서 깊은 절이다. 이곳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08호인 진묵대사 부도가 있다.
진묵대사 부도는 진묵대사의 사리를 모신 곳이다. 사리란 시신을 화장하면 남는 뼛조각을 말하는데, 불교에서는 석가모니나 스님의 사리를 부도에 봉안하여 모신다. 진묵대사부도는 지대석을 제외한 전체 높이가 179cm이다. 지대석의 위에 밑 부분은 팔각주형이며 윗부분은 복련무늬로 조각했다. 중대석은 이와는 다르게 밑부분은 양연문, 윗부분은 팔각주형으로 조각했다. 하대석 팔각주 앞면에는‘진묵당일옥(震墨堂一玉)’이라 새겨져 있다.
봉서사·풍수명당길은 우리 조상의 지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길이다. 풍수가 산의 기운을 받아 발복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표현되곤 하지만 사실 조상이 자연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세계관을 뿌리로 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배고파 구걸하러 온 모녀에게 금부처의 팔뚝을 떼어 주거나 아이들이 잡은 물고기를 살려 보내기도 했다는, 진묵대사의 이적 설화는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민중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걸어서 한 시간 반쯤이면 봉서사·풍수명당길을 다 걸을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 시간 반 만에 이 길을 빠져나오지 못할것이다. 봄이면 야생화 조성지에 핀 꽃들에 붙잡히고, 여름이면 봉서계곡의 물소리에 붙잡히리라.
봉서사 범종각
봉서사·풍수명당길은 우리 조상의 지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길이다. 풍수가 산의 기운을 받아 발복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표현되곤 하지만 사실 조상이 자연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세계관을 뿌리로 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배고파 구걸하러 온 모녀에게 금부처의 팔뚝을 떼어 주거나 아이들이 잡은 물고기를 살려 보내기도 했다는, 진묵대사의 이적 설화는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민중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걸어서 한 시간 반쯤이면 봉서사·풍수명당길을 다 걸을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 시간 반 만에 이 길을 빠져나오지 못할것이다. 봄이면 야생화 조성지에 핀 꽃들에 붙잡히고, 여름이면 봉서계곡의 물소리에 붙잡히리라.
근처에 가볼 만 한 곳
이 근처에는 가볼만 한 곳이 참 많다. 먼저 가장 가까운 데에 봉서골정보화마을(063-
244-0684)이 있다. 그리고 비가비명창 권삼득소리길을 체험할 수 있는 구억마을도 얼
마 걸리지 않는다. 산행을 더 즐기고 싶다면 서방산 쪽으로 빠져도 괜찮다. 서방산을 넘
으면 바로 위봉사와 송광사가 나온다.
먹을 것
봉서사 들어가는 길에 위치한 봉서농원은 돼지참나무장작구이가 유명한 곳이다. 돼지
참나무장작구이 이외도 닭도가니탕과 옻닭이 유명한데, 이 요리는 조리 시간이 좀 걸리
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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