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회관에 동그랗게 모여 회의를 하는 건달 할머니들의 모습이 다소 분주하면서도 들떠 보인다. 자연스럽게 메뉴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면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법들이나, 건조실에 잘 말려져있는 음식의 재료들에 대한 의견으로 이어진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일한 시간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한 아이들 마냥, 소탈한 웃음과 즐거움까지도 나누게 한다. 또한 평생 들여다 본 자신의 손바닥만큼이나 서로를 알아 어떤 요리를 어떻게 담당할지 역할도 척척 진행된다.

2011년 3월 9일임정엽 군수를 비롯하여 완주군과 삼례읍에서 50명 정도의 손님이 자연밥상을 맛보기 위해 비비힐 마을로 찾아왔다. 이 날은 비비힐 마을뿐만 아니라 학동 마을, 장운영 마을 등이 함께 하였다. 비비힐 건달 할머니들은 특별히 자연을 담아 버무리고, 정성을 뿌려 맛을 낸 건강 밥상으로 손님을 맞이하였다.

비비힐 산적이라고 더 많이 불리는 도라지 산적은 먼저 도라지를 자르고, 당근에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 다음에, 겨울에 얼렸다 녹이는 것을 반복해 더 선명한 색깔과 단 맛을 자랑하는 늙은 호박과 짙은 초록빛을 내는 파를 함께 가는 꼬챙이에 끼워 부치는 전으로 만드는 재미와 맛, 건강까지도 모두 살린 음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의 손길을 분주하게 받던 토란대 나물도 그 준비 과정부터 무척 손이 많이 가는 고급음식으로 그 맛과 멋을 자랑했다. 토란대는 일일이 대를 끊어 속은 버리고 겉을 취해 도막도막 썰어 껍질을 하나하나 벗긴 뒤 여름 햇볕에 바짝 말려야 한다. 오래 기다리고 소중히 보관해서 정성스럽게 맛을 낸 것이다.

입안에 쌉싸름한 맛과 톡 쏘는 맛이 일품인 홍어회와 쫀득쫀득 하게 쪄 낸 백설기 위에 콩으로 새긴 비비힐 파이팅, 당근과 실파를 안고 꽃 모양으로 예쁘게 벌어져 입 안에 쏙 들어가는 오징어 회감까지, 모두 자연이 지닌 고유한 맛을 살리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맛깔스러운 맛을 자랑했다. 또한 비비힐 마을이 자랑하는 청국장은 그 향만으로도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정도순 부녀회장은 “아, 군수님이 딴 마을가면 부담 줄까 식사를 안 하신대요. 그런데 마을에 오신 손님이 식사도 안 하시고 가시는 게 그렇게 마음에 걸려서 군수님, 청국장을 아주 맛있게 끝내주게 끓였는데 식사를 하고 가시죠. 그랬더니 아, 그럴까요. 하시더니 한 그릇 다 비우고 가시더라고. 식사를 하고 가시니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앞으로 마을 일이 잘 되려나 보다고 우리가 그랬지.” 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건달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맛의 향연은 자신의 손맛만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손맛만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과 빛깔까지도 그대로 담아내 잘 어우러지게 할 뿐만 아니라 밥상 앞에 앉은 사람의 건강까지도 생각한다. 그것은 오래 기다려야하고, 바람과 햇빛의 손을 타야하며, 무엇보다도 서로의 힘이 꼭 필요로 하는 일이다. 젊은 사람의 고된 마음을 걱정해 새벽부터 일찍 마을회관에 불을 키고 음식의 재료를 다듬었던 건달 할머니들과 그런 건달 할머니들을 자랑스러워하고 감사하며 따르는 이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질 때 나올 수 있는 특별한 자연밥상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그 자연밥상 앞에 앉게 된다면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비비힐의 밥상이 꿈꾸는 건, 당신의 탄성이고 당신의 웃음이라는 사실을. 비비힐의 건달 할머니들의 소망하는 건, 당신의 따뜻한 한 끼라는 것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넉넉하게 행복한 사람들이, 건달 할머니라는 것을.


희망을 꿈꾸고 노래하는 사람들

그는 건달 할머니들의 평범하지 않음에 주목한다고 했다. 건달 할머니들이 살아온 여정에는 삶의 진솔함과 유쾌한 웃음이 남아 밥상에 담아진다고 믿었다. 21세기의 미래를 가장 비비힐 마을다웠던 순간들에서 찾길 바란다는, 임재평 삼례읍장의 인터뷰를 통해 마을의 미래를 살짝 엿보았다.

Q: 이번 마을 축제를 준비하게 된 계기나 과정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완산군의 대표적인 축제를 계발하던 과정에 9월 23일부터 25일가 고산 휴향림 인근에서 와일드 푸드 패스티벌(Wild food festival)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어머니의 손맛, 고유의 전통적인 맛을 각 읍에서도 관심이 높은데요, 이번에 임정엽 군수님이 초도순시(初度巡視)하실 때, 우리 삼례의 맛을 보여드리자는 계기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삼례읍 자체에서도 맛의 계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4월 중순에 다시 한 번 품평회를 계획하고 있고, 완주군에서도 4월 말에 군 품평회를 계획하며 와일드 푸드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비비힐 마을이 지향해야 할 문화적 가치관이나 방향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음식에는 그 맛과 빛깔도 있겠지만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과 조리하는 과정, 준비하는 사람 속에서 그 문화의 전통과 가치관과 환경이 어우러지면서 고유한 정서를 갖게 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정서겠지요. 가장 좋은 건,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자연 속에서 재료를 직접 얻고, 간단하게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환경적인 제약이 있으니 어머니의 손맛을 잘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다양성과 장인정신이 필요합니다. 전통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시일 안에 획일적으로 만들어지는 인스턴트 음식과 달리, 오랜 시간 다양한 맛과 멋을 낸다는 것 입니다. 동동주 하나를 담구더라도 과정과 온도, 물에 따라 집집마다 다양한 맛을 내는데 우리는 이것을 가리켜 손맛이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장인정신인데,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는 확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비비힐의 정서와 맛을 느끼기 위해 올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만큼 노력도 필요하고, 도전도 필요합니다.

Q: 여러 교육과 축제 가운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비비힐 건달 할머니들에게 응원을 해주신다면?

A: 이번 마을 잔치 때 토란대 나물과 도라지 산적 등 정성스럽게 담아낸 음식들을 맛보면서 비비힐 마을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늘 건달 할머니들에게 격려와 필요들을 채워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수시로 들려서 건달 할머니들이 즐겁게 제 2의 인생을 사실 수 있도록, 또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을이 되도록 읍장으로서 따뜻한 포옹과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 이 원고는 완주군 비비정마을 소식지 '비비정마을신문'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