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 꽃이 가득한 연못의 마을, 순지마을
성작산 길은 완주국민체육센터가 있는 순지리(蓴池) 마을에서 시작된다. 예전 마을 근처에 큰 못이 있었는데 그 못의 이름이 순지였다고 한다. 순(蓴)은 부들의 꽃을 의미하고 지(池)는 못을 의미하니, 순지마을은 부들이 가득한 연못의 마을인 셈이다. 성작산은 높이가 358미터로 순지, 용복, 가목마을을 빙 둘러싼 형국을 지니고 있다. 봉우리가 다섯 개여서 오봉산이라고도 불린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성작산(오봉산)을 가리키는 이정표 하나가 반긴다. 마을 사람 몇이 농기구를 점검하고 있는데 워낙 등산객이 잦아서인지 낯선 사람이 보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을 길을 따라 비닐하우스와 모종으로 덮여 있는 밭을 지나고 쭉 마을 안쪽으로 가면 길의 입구가 나온다.
부드러운 오르내림, 성작산 가는 길
성작산 1봉으로 가는 길은 소나무 숲이 병풍을 친 듯 둘러 있고 경사가 완만하여 걷기 편하다. 곳곳에 등산로를 알리는 리본과 줄이 쳐 있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릴 위험도 없다.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고 멋지게 옷을 둘러맨 채 앞서 가는 아주머니 둘이 보인다. 길을 가는 동안 평일인데도 곳곳에서 이런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뒤로는 멀리 봉동천의 허리가 보이고 옆으로는 능선이 훤한 이마를 드러내고 있어서 풍광도 매우 좋다. 가슴이 저절로 활짝 펴진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정상에 산적처럼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송신탑이다. 벌써 1봉의 정상이다. 1봉에는 정상을 알리는 표지나 돌탑이 없다. 강을 가운데 두고 에둘러 있는 봉동의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2봉으로 가는 길이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아슴푸레 낙타 등처럼 오르내리는 성작산 봉우리들이 보인다. 밋밋하지만 왠지 편하다.
하지만 곧 그 날카로움이 거북하다는 것을 느낀다. 산세뿐 아니라 기후도 우리 몸과 맞지 않아 고생하기 일쑤다. 이번 겨울에 다녀온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과 중국의 구이저우(貴州) 지방도 마찬가지였다. 오사카, 교토, 고베 등이 도시가 몰려 있는 간사이는 화산활동지역이고, 마오타이주의 원산지인 구이저우는 석회암 지역이어서 산이 모두 경사가 급하고 모양이 날카롭다.
대지진으로 유명해진 고베는 도시를 따라 화살촉처럼 뾰족하고 높은 산이 둘러쳐 있다. 구이저우에는 곳곳에 끝은 완만하지만, 경사가 급한 돌산이 널려 있다. 그래서 두 곳 모두 독특한 경관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한, 둘 다 겨울에도 평균 온도가 영상을 유지하는 곳이어서 언뜻 생각하면 추위에 고생하지 않을 것 같다.
이곳에는 의자와 간단한 운동기구가 있어서 유산소운동을 즐기기 적합하다. 연세가 지긋한 남성 하나가 철봉을 하고 있다. 이곳도 역시 따로 표시는 없지만, 더욱 넓어진 시야가 2봉 정상이라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3봉으로 가는 길은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다.
3봉 정상부터는 성작산의 명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소나무 사이에 운치 있게 걸쳐있는 평상이다. 등산객 몇 명이 이미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정상을 알리는 작은 비석과 함께 소나무 주위에 돌탑도 쌓여 있다. 돌탑은 사람들이 무언가 기원을 하며 하나씩 올리는 돌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돌탑도 하나의 당산(堂山)이다.
우리나라의 옛사람들은 마을 근처의 산과 언덕에 대해 외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자연 자체가 자기 자신과 마을을 지켜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을 표상하는 신성한 장소가 바로 당산이다. 당산은 언덕이나 산 자체가 될 수도 있고 큰 나무나 돌이 될 수도 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 마을에서 당산에 제사를 지냈다. 그것이 당산제 혹은 산제(山祭)나 동제(洞祭)라고 불리는 행사다. 동제는 마을 사람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지만 마을 사람의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고 즐기는 축제이기도 했다.
일본의 마츠리(祭·まつり)도 비슷한 성격을 가진 행사다. 하지만 일본은 마츠리의 원형이 잘 살아남은 데 반해 한국의 동제는 거의 소멸되었다. 일본은 교토의 기온마츠리(祇園祭)를 비롯하여 수많은 마츠리가 성대하게 치러지면서 지역의 관광수입을 올리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똑같이 사회가 산업화가 되어 농촌공동체가 붕괴되었지만 이렇게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큰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은 기본적으로 지연(地緣)사회이고 한국은 혈연(血緣)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핏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본은 지역공동체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의 마을이 같은 성씨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4 봉으로 가는 길도 역시 약간 내려갔다가 올라간다. 계속 소나무와 잡목에 둘러쳐 있는 오솔길이 걷다가 시야가 다시 확 트이는 곳에 이르면 정상에 온 것이다. 멀리 하이트맥주 공장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뒤편에 보이는 저수지의 풍경이 일품이다. 5봉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다. 이전 길보다는 약간 경사가 있지만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다. 5봉 정상에는 큰 돌탑이 다섯 개나 있다. 마치 이곳이 사람들의 기원과 바램을 매듭짓는 곳인 것처럼 말이다. 이곳도 역시 평상이 마련되어 있다. 지금은 텅 비어 있지만, 날씨가 풀리면 저 평상은 많은 사람들로 꽉 찰 것이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4개의 봉우리가 가지런히 서 있고 여기저기서 송신탑이 까치 머리처럼 솟아있다.
시원한 맥주공장을 찾아가는 가목마을 길
성작산 끝에서 밑으로 조금 내려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용복마을이 나오고 좌측 길을 타고 내려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수양산을 가려면 직진해야 한다. 하지만 표지판에 수양산이라고 나와 있는 게 아니어서 길을 잃기 쉽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수양산 정상인 황제봉에 오르면 운지제, 보리암 등 용진면 일대의 절경을 관망할 수 있다고 한다. 수양산 쪽을 가다 보면 다시 갈래 길이 나오는데 이때 좌측으로 가면 인풍마을이, 우측으로 가면 가목마을이 나온다. 우리는 가목마을 쪽으로 발길을 돌리기로 한다.
한참을 가다 보니 산속에 인가가 하나 보인다. 콘크리트 벽돌에 슬레이트를 올린 집인데 옆에 약수터도 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물은 말라있고 국자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곧이어 당산나무로 쓰는 듯한 나무 한 그루와 함께 공동묘지도 보인다. 당산은 보통 마을 입구에 있다. 곧 마을이라는 증거다. 곳곳이 응달져서 눈이 아직도 쌓여 있는 길을 걷다 보니 왼쪽으로 하이트맥주 공장의 머리가 언뜻 보인다. 집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가목마을이다.
가목마을은 노나무(價木)가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정식학명으로는 개오동나무이다.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마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6, 7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흰색 꽃을 피운다. 마을에 이르니 저쪽에 성벽 같은 하이트맥주 전주공장의 담벼락이 보인다.
완주군 용진면은 하이트맥주 전주공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이트맥주회사의 전신은 조선맥주 회사인데, 예전에는 상표명으로 크라운맥주를 쓰고 있었다. 크라운맥주는 홉이 많이 들어간 씁쓸한 맛으로 인해 소수 애주가의 사랑을 받았지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쟁회사인 오비맥주에 밀려 맥주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크라운맥주는 일본 기린맥주의 기술을 이어받았고 오비맥주는 일본 아사히맥주의 기술을 이어받은 회사이다. 지금은 워낙 기술이 많이 바뀌어서 맥주 맛을 비교하기 힘들지만, 크라운맥주 시절만 하더라도 기린맥주의 맛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여하튼 맥주시장의 마이너리티였던 크라운맥주가 단숨에 오비맥주를 밀어내고 맥주시장의 맹주로 등극하게 만든 게 하이트맥주였다. 회사명도 아예 하이트로 바꿨다.
지하암반수를 뽑아 만든 신선한 맥주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출시된 하이트맥주는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애주가인 필자도 초반에 나왔던 하이트맥주 맛을 잊지 못한다. 목을 넘길 때 느끼는 청량감은 정말 당시 다른 맥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났다. 물맛이 술맛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이다. 용진에서 나는 청정한 지하암반수로 만드니 그 술맛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성작산의 다섯 개 봉우리를 완주했다면 그 땀이 식기 전에 하이트맥주 공장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잔을 시음해도 좋을 일이다.
전주공장 자체에서 견학코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음도 할 수 있다. 다만, 공장견학은 2 주전까지 인터넷
(http://www. thehite.com)으로 신청을 해야 하며 일요일은 견학이 불가능하다. 대학생의 경우 35인 이상 단체
이면 버스도 지원된다.
마을주민 70여 명이 모여 만든 ‘범바우골 한소리공연단(단장 박세곤)’은 사라질 위기에 있는 전통 상여소리를 재현하고 있다. 범바우골은 용복마을의 다른 이름인데, 마을 한가운데에 외따로 나온 골짜기가 범의 형상을 띄고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공연단은 2007년에 열린 <제8회 국창 권삼득 선생추모 전국국악대제전>에서 전통 상여소리를 시연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상여잡이 박종철 씨의 비감 어린 곡조는 관객들의 흉금을 울렸다고 한다.
한참을 가다 보니 산속에 인가가 하나 보인다. 콘크리트 벽돌에 슬레이트를 올린 집인데 옆에 약수터도 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물은 말라있고 국자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곧이어 당산나무로 쓰는 듯한 나무 한 그루와 함께 공동묘지도 보인다. 당산은 보통 마을 입구에 있다. 곧 마을이라는 증거다. 곳곳이 응달져서 눈이 아직도 쌓여 있는 길을 걷다 보니 왼쪽으로 하이트맥주 공장의 머리가 언뜻 보인다. 집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가목마을이다.
가목마을은 노나무(價木)가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정식학명으로는 개오동나무이다.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마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6, 7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흰색 꽃을 피운다. 마을에 이르니 저쪽에 성벽 같은 하이트맥주 전주공장의 담벼락이 보인다.
완주군 용진면은 하이트맥주 전주공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이트맥주회사의 전신은 조선맥주 회사인데, 예전에는 상표명으로 크라운맥주를 쓰고 있었다. 크라운맥주는 홉이 많이 들어간 씁쓸한 맛으로 인해 소수 애주가의 사랑을 받았지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쟁회사인 오비맥주에 밀려 맥주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크라운맥주는 일본 기린맥주의 기술을 이어받았고 오비맥주는 일본 아사히맥주의 기술을 이어받은 회사이다. 지금은 워낙 기술이 많이 바뀌어서 맥주 맛을 비교하기 힘들지만, 크라운맥주 시절만 하더라도 기린맥주의 맛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여하튼 맥주시장의 마이너리티였던 크라운맥주가 단숨에 오비맥주를 밀어내고 맥주시장의 맹주로 등극하게 만든 게 하이트맥주였다. 회사명도 아예 하이트로 바꿨다.
지하암반수를 뽑아 만든 신선한 맥주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출시된 하이트맥주는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애주가인 필자도 초반에 나왔던 하이트맥주 맛을 잊지 못한다. 목을 넘길 때 느끼는 청량감은 정말 당시 다른 맥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났다. 물맛이 술맛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이다. 용진에서 나는 청정한 지하암반수로 만드니 그 술맛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성작산의 다섯 개 봉우리를 완주했다면 그 땀이 식기 전에 하이트맥주 공장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잔을 시음해도 좋을 일이다.
전주공장 자체에서 견학코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음도 할 수 있다. 다만, 공장견학은 2 주전까지 인터넷
(http://www. thehite.com)으로 신청을 해야 하며 일요일은 견학이 불가능하다. 대학생의 경우 35인 이상 단체
이면 버스도 지원된다.
용의 설화와 범을 닮은 골짜기가 함께 있는 용복마을
가목마을에서 용복마을까지는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여기까지 왔다면 반드시 용복마을을 들르는 게 좋다. 용복(龍伏)마을은 뒷산 모양이 용이 엎드린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 마을 앞에 용소(龍沼)가 있었는데 지금은 메우고 용보라 부른다고 한다. 용과 관련된 설화가 있으니 물이 빠질 리 없다. 용복마을의
뒷산에 있는 고깔샘은 물이 좋아서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인근에 하이트맥주 공장이 들러선 게 우연이 아니다. 마을주민 70여 명이 모여 만든 ‘범바우골 한소리공연단(단장 박세곤)’은 사라질 위기에 있는 전통 상여소리를 재현하고 있다. 범바우골은 용복마을의 다른 이름인데, 마을 한가운데에 외따로 나온 골짜기가 범의 형상을 띄고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공연단은 2007년에 열린 <제8회 국창 권삼득 선생추모 전국국악대제전>에서 전통 상여소리를 시연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상여잡이 박종철 씨의 비감 어린 곡조는 관객들의 흉금을 울렸다고 한다.
완주군은 범바우골문화예술체험마을로 지정하여 소싸움 체험장, 무당집, 예술인 촌을 조성하고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마을을 좀 더 살펴 돌아보면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예쁘게 단장한 담장들을 덤으로 볼 수 있다.

성작산 길은 등산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걷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수양산을 경유해도 된다. 하지만 조금 부담이 된다면 가볍게 성작산을 종주하고 내려와, 하이트맥주 공장을 견학하여 시음도 하면 좋을 것이다. 얼큰히 올라온다면 용복마을에서 상여소리공연을 한번 들어보자. 술기운은 잊었던 우리 소리의 향수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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