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희미하게 빛나던 호롱불 아래 한 땀 한 땀 기워졌던 옷감에는, 시집살이의 고됨도, 시어마이의 사랑도, 자식을 향한 수고도, 남편을 위한 마음도 담겨져 기억되고 있는 장홍림(74) 어머님의 생애이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뭘 잘 몰랐잖아. 옛날에는 전기도 잘 안 들어왔어. 등잔불로 혔어. 수돗물도 없고. 나는 배우지도 못했어. 옛날에는. 엄마들이 어디 좀 학교 다니면 연애 건다고 막 국민학교도 못 댕기게 하네. 그래가지고 한글 배우는 야학당이라고 있어. 그거를 좀 댕겨가지고 내가 국문이라도 알지, 그리 안하면 까막눈 될 뻔 했어. 그래서 나중에는 엄마, 나를 왜 이렇게 안 가르쳐가지고 이렇게 생겼어 그랬더니 이 가시나들, 가르쳐봤자 연애질이나 하고 댕기지! 그전 엄마들 그랬거든. 어딜 나가들 못하게 하는 거야. 우리는 막 나가고 잡프잖아.
그러다가 여기로 시집왔지. 이리. 그때 26살 다 먹어서 왔네. 애기들 낳는다고 키운다고 뽕 따다 누에 키워야지, 시집오니까 시어마니 있지 시아바이 있지 시아재 고등학교 댕기지 시누님 있지, 또 다 결혼 시켜야지 어려웠지. 게다가 날마다 빨래질 하지, 바느질 하지, 인두질 하지, 우리 시아바이는 명지 따듬이, 그러니까명지만 홍두깨 입혀가지고 다듬이질을 하는 거야, 그거를 싹 뜯어가지고 빨고 꼬매고 밤낮 그 짓 만 허지. 근디 그래도 그 때는 음식 잘 하고, 바느질만 잘 해도 살았어. 바느질은 저고리 같은 거 하는 게 안 좋아. 짓이라면 뭣인지 알아? 한복을 다꼬매 입었어. 나 시집왔을 때는, 치매도 다 맨들어입고. 바느질은 큰 애기 때부터 좀 했는데 여기 와가지고 시누들이 막 허더라고, 같이 더 배워가지고 혔지. 시아바이 두루매기, 핫바지, 솜저고리 같은 거 했지. 봄철에는 또 얇은 거 입잖아. 그전에는 강목 같은 게 있었어. 여름철에는 삼배, 모시 같은거 입고. 겨울에는 핫바지를 입었지. 미싱도 혔어. 옛날에 시집와가지고 시어머니가 강목 버섯 있지, 싹 뜯어놓는거여. 뜯으면 예쁘게 골을 다 들어가
게 해서 만들어 놓아. 그러면 그 넘 신고 동네방네 우리 며느리가 이렇게 했다고 자랑하고 다녔지.
애들도 낳아놓은 게로, 치매 얼래둘래 한 게 처음으로 나왔는데 내가 치매를 해가지고 온 거야, 그 넘을 뜯어가지고 우리 첫 애기 딸 낳는데 그 넘을 시어마니가 포대기를 헌 거여. 어떻게, 그래도 내 새끼인데. 그렇게 해주고, 두 번째 낳았을 때는 좀 나아서 기죽지랑 떠서 주더라고. 그래서 키우고. 옛날에는 옷도 이쁘게 입고 내가 머리를 짬매고 멋을 냈거든. 근데 시집와서는 일만 하느라 멋을 못 냈는디, 우리 시어마니가 옷을 잘 해주더라고. 그 때는 비단장수가 막 집에도 들어왔어. 그럼 아들 몰리 막옷 해주고 그러더라고. 애들 키울 때는 옷도 만들어서 입히고 단발머리 예쁘게 해서 학교 보내고, 치매도 예쁘게 해서 자봉칠 했지. 애들도 옷을 짧은치매 있지, 딱 주름 잡아서 짤막하게 해서 입혀놓고 옷두리는 인자 옷감으로 자봉칠 박아서 입히고, 양발 신기고 스타킹 신기면 이뻐. 학교 갔다 오면. 저가 고등학교 들어가면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잘 허더라고. 인자는 옷 그거 시장가면 한 보따리씩 사오면 되지만서도, 그 때 하나하나 다 다듬어서 만들어 입히는 게 어마이 사랑이었지.
# 이 원고는 완주군 비비정마을 소식지 '비비정마을신문'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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