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완주소식2011/06/02 10:52

“겁나게 어려울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니구먼!”


2011년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로 구이면 안덕마을에서 비비힐 마을의 특별한 교육 워크숍이 이루어졌다. 마을을 이끌어 나갈 주민과 리더, 청년회의 삼박자가 만들어 낼 진정한 소통과 그에 필요한 교육이 진행되었으며,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현실적인 대안과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법인체 구성에 대한 방향을 모색해보았다.



천천히, 솔직하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마을


네팔의 청소년문화공동체 폼의 심한기 대표가 물었다. “성공하려면 돈을 많이 주어야 할까요, 마을 사람들이 많이 움직여야 할까요?” 건달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두 번째, 두 번째.” “그렇게 생각하세요, 진짜? 대단하신대요. 돈만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되겠어요?” “아휴, 싸우지, 싸워.” 초기 신문화공간조성 사업이 진행될 때의 일들과 사업이 진행되면서 건달 할머니들이 함께 했던 경험들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워크숍에서 심한기 대표는 건달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네팔의 배씨마을에 대한 사례를 통해 마을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행복한 마을을 위한 조건으로는 하나 되는 것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 마을의 주민이 주체가 되어 마을의 발전을 이끄는 것으로, 배씨마을의 발전과정은 더디고 느렸지만 마을 주민들의 진정한 소통이 시작되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마을의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학교와 도서관, 영화 상영과 마을의 신문을 발행하는 등 창의적이고 새로운 일들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게 되었다고 소개하였다.


마을의 놀라운 상상력, 그리고 현존하는 미래


마을의 무한한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퍼머컬쳐 대학 대표인 임경수 박사는 마을 주민들이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 적용 시킨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일들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조직의 구조와 마케팅에 대해 설명하였다. 강원도 산골 마을이었지만 홈페이지 하나를 통해 마을을 알리고, 이를 통해 받은 지원금을 장학금으로 사용하면서 마을의 전통과 예절이 회복되고 젊은이들이 함께 사는 용호리 마을, 도시와의 직거래를 통해 유통구조의 한계를 벗어나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해서 관광 오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능동적인 생산자로 변화된 신대리 마을, 마을의 조합원을 형성하고 병원을 만들어 의료생협을 이끌어 온 안성까지 마을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임경수 박사는 마을은 회사가 아니며 따라서 조직의 구조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에 따라 구분된 각 분과가 평등하게 형성이 될 때, 그에 따라 책임을 한 사람이 아닌 마을의 주민이 함께 공유하며, 연대를 통한 마을의 놀라운 상상력이 현존하는 미래로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비비정이 걸어온 길, 그리고 비비정이 꿈꾸는 길


‘비비정의 삼박자 소통 + 상상 워크숍’ 에서는 비비힐사업추진단 총괄PM인 소영식 팀장과 함께 비비정의 마을의 법인 구상에 앞서 마을이 걸어온 길에 대한 나눔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저희가 처음부터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일들을 기획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완주군과 희망제작소가 전체 정책계획을 짜다가 비비정 마을에 대한 신문화공간조성 사업이 당선이 되고 시작이 되었던 것 같아요.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마을에서 이렇게 함께 일 한 적은 처음이라 서로의 거리가 좁혀지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고, 또 갈등을 해결하면서 누가 뭘 잘하는지, 누가 뭘 했으면 좋겠는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던 것도 같아요. 우리가 제일 처음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하세요?” 소영식 팀장이 묻는다. “마실학당 했지.” 건달 할머니가 냉큼 대답한다.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하세요?” 다시 되묻자 “동네 지도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완주 문화회관에다 음식도 전시했지.” 아직도 생생한 그 날의 기억을 꺼내든다. “저희는 어머니들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싶었는데,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자신 없어 하시고, 못하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 날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워하시는 목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아, 이제 우리 어머니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시도해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마을 텃밭에 감자도 심고, 서울 미디어 센터의 아이들과 함께 숙박사업도 진행하고, 마을 장터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우리 마을에 장터가 생겨서 엄청 기분 좋았던 것 같아. 생각도 못한 장터를 했잖아. 팔던 못팔던 기분이 좋았는데 그 때 없어서 못 팔았어. 엄청 좋았지.” “어디 그것뿐이야. 전통 술도 만들고, 매실도 만들고, 청국장도 만들고 우리돈 많이 벌었어. 동생들이 욕 많이 봤어.” 엇갈리던 걸음을 함께 맞추며 마음을 같이 해서 걸어갔던 일들이 떠오른다. “함께 일을 진행하면서 회의를 할 때 이런 저런 사항들이 빠지는 일도 있었는데요, 부녀회장님이 혼자 2~3가지의 일을 하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일을 할 때 역할을 어떻게 나누어서 계획을 짜고 일을 어떻게 진행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역할 나눔의 고민이 필요한 때 인 것 같아요.”


소영식 팀장의 의견에 “나는 요즘 잠이 안와(웃음)” 이장님이 말을 이어간다. “우리는 비비정 마을에서 비비정 공동체라는 희망 열차를 타고 있어요. 거기에 여러분들이 나는 못하겠다고 내리시면 곤란하다, 마을이 함께 행복해지는 종착역까지 동승해서 한 마음으로 같이 갈 때 진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파 다듬을 거야.” 다른 건달 할머니의 힘찬 소리에 다들 웃음이 터져 나온다. “마을 일을 할 때 모두가 참여 안 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못해도, 잘 한다 열심히 한다, 이렇게 말해줘야 할 것 같아요. 적어도 고춧가루 뿌리는 일은 하지말자는 거죠.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우리 많이 좋아졌어요.” 다른 의견들도 나온다. “서로 격려하고, 진짜 실천하는 게 중요하지.”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필요한 거 같아요. 서로의 생각을 모르면 진짜 뭘원하는지 모르잖아요.” 어렵기만 하다고 느껴졌던 워크샵이 실제 삶속으로 들어오는 순간들이다.

소영식 팀장은 “제작소가 처음 불을 지폈어요. 뭘 하자고 했고, 설득했고. 그렇지만 어머니들이 설득 이상으로 열심히 하셨고, 이제는 어머니의 몫이고 마을 주민들의 일인 것 같아요. 우리 건달 할머니들과 어머니들, 청년회와 마을 주민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결실들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재미있게, 행복하게 하실 수 있도록 그 틀을 만드는 게 법인체 구성인 것 같아요.” 라며 비비정의 법인구성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비비정 주민들이 말하는, 우리 그리고 지금
 

비비정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악기로 표현된다면 어떨까. 뒤에서 묵직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원조 건달 할머니는 박자를 맞추는 큰 북, 앞에서 이끌어 가는 이장님은 경쾌하고 당당한 트럼펫, 언제나 뽕짝을 부르며 마을 일에 흥을 돋는 건달 할머니는 플롯이 어울릴 것 같다. 마을 일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역할들을 고민하고 있는 비비힐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각 자 다른 생각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율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인 것 같아요. 이번 교육을 통해 그런 부분들이 많이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고, 제 역할에 대해서도, 범위가 큰 것만이 좋은 건 아니고 작지만 뒤에서도 얼마든지 공동체를 위해 협조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가족이 먹던 친환경 식 재료들을 좀 더 많이해서 레스토랑이 납품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한순자, 57)
 
“나는 서빙을 잘 할 것 같아. 서빙하고 오시는 분 가시는 분 환하게 인사 잘하고, 우리 마을 오시는 분들에게 안내도 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어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지식들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지.” (유명자, 59) “내 비법 다 공개해줘야지. 요즘 젊은 사람도 음식도 잘 하지만서도, 우리 나이 많은 사람들은 전통이 있잖아. 아는 데까지 알려주고 심어줘야지. 그래야 우리 손자 손녀들에게도 전통이 되고, 더 풍성해지지 않겠어?”(권영애, 78)
 
“청년들이 바빠서 워크샵에는 많이 못 왔지만, 우리 마을에는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솔직히 언니들이나 나는 잘 몰라. 앞으로 우리 마을은 청년이 꼭 필요한 마을이고, 청년 없는 마을은 있을 수 없잖아요.” (정도순, 61) 하나의 소리라면 분명 쉽게 음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색깔과 다른 형태의 악기들은 더욱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로 서로를 힘들게 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비비정만의 가장 아름다운 화음으로, 비비정 마을의 역사로 자리 잡기를 소망해본다.


비비정 마을의 법인구성을 위한 기획과 철학 만들기

비비정 마을 주민들이 더 행복하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틀 거리를 만드는 시간, 비비정 마을 법인체구성에 대한 실제적인 기획과 철학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위해 임도현(안주군 안덕마을사무장)강사와 최광훈(진안군 황금권역 사무장)강사가 각 조의 멘토가 되어 마을의 목적과 철학을 구성하고 주민 스스로가 법인구성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고 기획할 수 있도록 도왔다. 최광훈 강사의조는 법인구성을 이루기 전에 비비정 공동체의 철학을 바탕으로 법인구성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제시하고 어떤 사업을 컨택츠로 선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안을 찾아보았다. 또한 주민들이 평소에 생각해왔던 다양한 아이디어가 사업의 대안으로 이어졌다.

임도현 강사의 조는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법인구성에 대한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법인구성이 이루어졌을 때 들어가는 비용과 까페, 레스토랑, 작목반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 구성 및 수익사업에 대한 방향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함으로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보았다. 이에 비비정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마을을 터전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가치와 경험에 대한 공유, 놀라운 상상력들이 보다 현실적이고 다채로운 공동체법인구성에 대한 대안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글 이규순 기자 E-mail : anlej00@nate.com

# 이 원고는 완주군 비비정마을 소식지 '비비정마을신문'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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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