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저자 브라이언 핼웨일이 말한다
책으로 보는 로컬푸드 이야기
한국에서는 전북 완주군이 최초로 시도하고 있는 로컬푸드(Local Food)사업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낯설다. 쉽게 ‘지산지소’, 즉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로컬푸드 사업은 먹거리 이용에 있어 최소한의 원산지 표시만을 확인하고 먹는 현재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다가서기 어려울 수 있다.
로컬푸드. 갈수록 먹거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다. 그렇다면 로컬푸드는 대체 뭘까? 왜 등장했고, 왜 사업까지 추진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책에 담겨있다. 바로 브라이언 핼웨일의 『로컬푸드』다.
로컬푸드, 왜 해야 하는데?
로컬푸드를 본격 제안한 미국 월드워치 선임연구원 브라이언 핼웨일
우리는 몇 걸음만 걸어 집근처 마트에 가면 세계 각지의 식료품들을 쉽게 살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우 편리하다. 그러나 로컬푸드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들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먹거리들이 우리 지역 마트까지 넘어오는 동안 에너지가 지나치게 사용된다.
“시카고의 한 도매 시장 통계는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이동 거리가 농산물 킬로그램당 2,400킬로미터로 1980년대보다 25퍼센트 이상 늘어났음을 보여준다”(27쪽)
“장거리 운송은 더 많은 포장, 냉장, 연료를 필요로 하고 엄청난 규모의 자원 낭비와 공해를 유발한다.”(34쪽)
장거리 운송에 이용되는 각종 교통수단과 운반시설은 지역에서 먹거리를 운반하는 것에 비해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수백배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이는 곧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둘째, 현재의 유통구조로는 거대 기업이나 부농만이 살아남게 됨으로써 지역농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산업계 및 정부와 협력하는 비영리 계획 연구단체인 영국의 <전국 소매 계획 포럼>은 대형 슈퍼체인 하나가 276개의 정규직 일자리의 순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형 슈퍼체인이 즉각 창출한 일자리들은 반경 15킬로미터 안에 있는 먹거리 상점들의 고용을 점진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상쇄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새로운 일자리는 보수가 적고 일이 고된 비정규직이다.”(98쪽)
결국 농업의 대형화, 기업화는 지역 농민들의 소득을 감소시켜 일자리를 빼앗고, 비정규직 일자리 양산에 기여할 뿐이다.
셋째, 거대 기업이 농업시장을 흡수하면서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어져 지역농민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에서 소비자가 먹거리에 1달러를 지출할 때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1910년에는 40센트를 상회했던 것이 1997년에는 7센트를 조금 넘는 정도로 급감했다. 반면에 지속적으로 그 수가 줄어든 가공, 운송, 중개, 광고, 소매 기업의 몫은 계속 팽창하고 있다.”(71쪽)
“농업경제학자들은 이미 1990년대에 먹거리의 소매가격과 산지가격의 차이가 점차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가공업체나 소매업체가 제공하는 추가적인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거의 전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악용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96쪽)
이는 두 번째 이유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농민소득저하는 곧 농민들의 농업포기, 즉 농민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로컬푸드, 쉽지만 어려운 ‘한걸음’
그러나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단순한 명분만으로는 로컬푸드 활성화를 이뤄내기 어렵다.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농가상점 및 농민장터 개설이다.
“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한 가지 희망적인 혁신은, 다양한 생산물을 생산하는 일군의 농민들이 결합하여 먹거리 상점을 취득, 경영하면서 자신들의 생산물만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농가상점이다.”(153쪽)
“농민장터는 농기업들이 가져가는 이윤의 대부분을 농민들이 되찾아 오는 아마 가장 명백한 사례일 것이다. 또한 지역 농가를 지원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확실한 통로이다. 미국에서 농민장터의 수는 1970년대 중반 약 300개에서 1994년 1,755개로, 그리고 2004년 현재 3,1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약 300만명의 사람들이 매주 농민장터를 찾고 있으며, 해마다 10억달러 이상을 소비한다.”(147쪽)
둘째, 각종 캠페인 전개다.
“지역 농업국은 관광객이 몰리는 7월에 음식점에서 각종 롱아일랜드 요리와 롱아일랜드산 와인을 제공하도록 하는 ‘롱아일랜드의 맛’ 캠페인을 시작했다.…한 지역 요리사는 뉴욕의 환경 단체 지구서약과 함께 ‘농장에서 식탁으로’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요리사, 식재료 공급업자, 그리고 가정에서 지역 농민 및 와인 장인들과 연결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218쪽)
셋째, 지역 먹거리에 대한 활발한 교육전개다. 여기엔 단순한 교육방법 보다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가장 고무적인 이야기 하나는, 한 지역 학교 조리사가 지역 먹거리를 중심으로 급식에 사용한 결과 식사의 맛과 영양이 좋아지고, 학생들에게 먹거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가르치는 필수적인 과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220쪽)
“한 학교는 과학 실험실과 주방을 짝지어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요리와 텃밭 가꾸기는 아이들이 정말로 과학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브리지햄튼 헤이그라운드 학교 기숙사에 거주하는 예술가 존 스노우는 말한다.”(221쪽)
희망을 주는 농업, 로컬푸드
‘지역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해 에너지의 낭비와 지역농업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로컬푸드의 취지는 지역에 희망을 불어넣는 농업이다. 핼웨일은 책 곳곳에서 로컬푸드에 대한 다양한 기대를 나타낸다.
“우리는 (로컬푸드를 통해) 월마트와 경쟁할 수 없어 일을 잃은 모든 소규모 농민장터에 희망을 줄 수 있다”(24쪽)
“전국에 있는 다른 대형 슈퍼체인보다 더 많은 먹거리를 파는 월마트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그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는 복제품이 아닌 진품을 가지고, 가슴으로 이 곳에 왔다”(24쪽)
“좋은 먹거리의 섭취는 개인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농민들로 하여금 좋은 먹거리 생산을 고취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통해 지구환경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다.”(13쪽)
로컬푸드. 아직 이름조차 생소한 이 농업은 낯설지만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우리 모두가 꾸준히 해왔던 일이다. 마을 텃밭에서 나는 농산물들을 함께 재배하고, 건강하며 믿을 수 있는 식품을 함께 소비하는 일은 인간이 농업을 시작한 이래 계속되어 왔던 것 아니던가. 단지 운송과 무역 등 인간 문명의 발달로 잠시 이를 잊고 있었을 뿐이다.
로컬푸드는 우리가 잃었던 먹거리에서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자 지역을 살리는 공동체의 회복을 알리는 일이다. 인간 삶의 기본은 먹고, 입고, 자는 것에 있다. 로컬푸드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삶의 기본 양식 중 하나라는 것을, 핼웨일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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