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향기2012/02/02 09:02

‘엄마, 학교엔 제발 오지 마.’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필리핀 출신 어머니에게 한 말입니다. 아들은 피부색이 검은 엄마가 학교에 오면 아이들이 놀릴 것이 두려웠습니다. 담임교사의 면담 요청에 어머니는 학교에 갔고, 그날부터 친구들은 아들을 '깜둥이 자식'이라고 놀렸습니다. 아들은 엄마와 한 달간 말도 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최근 조선일보 기사의 본문 내용입니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매년 2만 5천 명씩 늘어나는 다문화 자녀의 숫자에서 보듯, 더는 소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완주군에서도 다문화 가정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최근 완주군에서는 이런 다문화 가정의 갈등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낸 이야기가 교과서에 실려 화제입니다.

‘대한이 엄마’가 제시하는 다문화 가정의 문제 해결법

교과서에 실린 수필의 작가는 동리마을 이장 이성식 씨입니다. 그는 대만 출신의 뤼훼이쩐씨와 결혼해서 아들 대한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이주여성인 아내는 사람들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아 눈물을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성식씨는 아내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습니다. 그는 이런 일이 비단 우리 가정만이 아니라 다문화 가정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침 전라북도교육청 ‘다문화가정 체험수기 공모’가 열렸고, 성식씨는 그동안 겪은 일들을 글로 써서 응모했습니다. 이 체험수기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고, 중1 국어 교과서에까지 실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대한이 엄마’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수필은 두 개의 일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중국어 학원 선생님으로 있던 대한이 엄마가 한국어에 아직 서툴렀을 때 겪은 일로 언어문제로 힘든 이주여성들의 상황을 재미있게 풀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하굣길에 중국어 선생님을 만났거든요. 그래서 ‘라오스 하오’ 하며 인사를 하고 ‘선생님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하니까 선생님께서 ‘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친구랑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선생님 오늘 날씨도 더운데 수업을 하루 쉬면 안 될까요?’ 하니까 선생님께서 또 ‘네’ 하셨어요. 정말 기뻐서 집으로 달려와 친구들에게 오늘은 학원 쉬는 날이라고 전화로 통보했죠”라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쳤다. 잠시 후 옆에 있던 아이의 엄마가 예의 바른 목소리로 “선생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이만 가 보시지요”라는 말과 함께 “김00 네 이놈 따라 들어와” 하며 아이의 귀를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본문 내용 중략-

두 번째 이야기는 아들 대한이가 학교에서 ‘자장면’, ‘중국 놈’이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당하는 상황에서 담임 선생님의 재치있는 말씀으로 다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반 대한이의 어머니는 중국인이시고 가족들은 집에서 중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한이는 중국어를 중국인처럼 잘한단다. 요즘은 영어만큼이나 중국어도 중요한 시대니까 대한이는 정말 좋겠지 앞으로 대한이는 너희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줄 수도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친구니 친하게 지내렴”그래서 대한이는 반에서 중국어 선생님 노릇을 하게 되었고 왕따 문제는 깨끗이 사라졌다.

-본문 내용 중략-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는 건강한 사회 만들기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연간 2만 5천 명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10~20년 후엔, 그들은 경제활동의 주체인 20~30대가 됩니다. 다문화 가정의 문제는 더는 미룰 수도 간과할 문제도 아닙니다. ‘나는 대한이 엄마’가 교과서에 실린 것은 이 문제를 사회성을 키우는 학교에서부터 풀어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이 수필을 보고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고 포옹할 줄 아는 사회 리더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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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