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향기2009/10/28 10:04

한국생활 4년차인 흐엉씨의 명절이야기

결혼 4년차 '한국주부' 흐엉씨

결혼 4년차 '한국주부' 흐엉씨


요즘에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한국에 정착한 이주여성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방인을 대하는 듯한 예전의 편견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구요. 초창기엔 많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우리의 이웃이자 '한국사람'으로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완주군 용진면에서 4살 된 딸과 남편과 알콩달콩 살고 있는 흐엉(25)씨는 4년 전 베트남 결혼 정보회사에서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지금은 어엿한 한국 주부이지만 영화나 TV로만 봐왔던 낯선 한국으로 시집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고 하네요.

“한국 남자랑 결혼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생각도 안했거든요. 베트남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겠거니 생각했는데. 인연이 되려고 하니까 결혼을 한거 아닐까요?”

흐엉씨의 대답이 재밌습니다. 가족들간의 사이가 매우 좋은가 봅니다. 남편을 믿고 왔지만 낯선 곳에서 정착하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한국의 매운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한동안은 그나마 덜 낯선 피자와 햄버거만 먹으면서 지냈답니다. 그러나 지금 흐엉씨는 "이런 고생은 이주민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재밌었던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힘들다 생각하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바꿔 먹었어요. 좋게 생각하기로. 어찌 보면 한국이란 나라에서 내가 또 다른 가족을 만들고 있는 거잖아요. 그럼 한국은 제게 제2의 고향이 되는 셈이니까요”

흐엉씨는 정말 긍정이 넘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못 먹을 것 같았던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됐고,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궁금증도 늘어났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삼례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등록했다. 센터를 다니면서 자신처럼 다른 나라에서 시집온 이주민 여성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민도 터놓고 나누고 의지 할 고향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고도 하고요.

흐엉씨는 지금 다문화센터에서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남는 시간에는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이주여성들의 통역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통역은 번역처럼 어렵지 않고 대화하면서 같이 노는 것 같다며 누군가 자기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게 그저 고마울 뿐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센터에서 송편 만드는 수업이 있었어요. 만들면서 먹으면서 재밌게 했는데 선생님이 예쁘게 만든다고 칭찬도 받았어요. ‘흐엉은 송편 예쁘게 만들어서 예쁜 딸 낳겠네’ 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그땐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그래서 제가 예쁜 딸을 낳았나 봐요”

한국의 속담을 가지고 농담을 할 정도로 흐엉씨는 '한국사람'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송편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잘 만들 수 있다고 하네요. 흐엉씨는 한국의 명절도 좋아합니다.

“추석 좋아요. 햇과일도 먹을 수 있고 오랫동안 못 보던 친척들도 만날 수 있어서요. 친척들이 외국에서 왔다며 더 챙겨 주시고 맛있는 것도 더 많이 주세요. 또 보름달 보면서 소원 빌잖아요. 저도 해마다 소원을 말하긴 했거든요. 근데 소원 빌면 진짜 이뤄지는 거예요?”

한국에 산지 4년밖에 안됐지만 그녀는 한국 사람이 다 됐습니다. 웬만한 한국음식도 먹고 만들 줄 알고 부쩍 늘어난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 노래도 흥얼거리며 부를 줄 안답니다.

“올 추석에는 ‘우리 가족이랑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이 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어요. 한가위 달님이 제 소원 꼭 들어주실 거에요"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한국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흐엉씨. 다른 이주여성들도 흐엉씨와 같이 행복한 정착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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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