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에 적응할 수 있게 된 비결이요? 바로 다문화여성대학 덕분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어도 서툴렀어요. 그래서 내가 여기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다문화여성대학 다니고 나서부터는 웃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젠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 매일 기다려져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타이티 김닥씨와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하는 고영숙 상무 지난해 다문화여성대학을 수료한 결혼이주여성들의 모습 중국에서 시집 온 이윤정씨는 지난해 개명을 해 한국 이름도 갖게 됐다. 다문화여성대학을 수료하고, 지금은 고산농협 육묘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문화여성대학을 수료 후 사회적 기업 '마더쿠키'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에서 온 장쇼우츠씨. 그녀의 꿈은 한국에서 자신의 이름은 건 제과점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지 6년이 됐다는 타이티김닥(31)씨. 그녀는 전북 완주군 고산농협에서 운영하는 다문화여성대학을 통해 한국어 교육을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한국어를 익혔고, 원하던 일자리까지 얻게 됐다고 한다.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고산농협에서 다문화여성대학이 문을 연 것은 2009년 9월. 농협중앙회가 국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돕고자 기획한 한국어 교육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고산농협의 국영석 조합장은 “해마다 농촌으로 시집오는 이주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시골에서 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들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해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첫 해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글·한국문화 이해교육을, 매주 화요일 3시간씩 진행했다. 실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대화법은 물론 한글쓰기, 컴퓨터 교육, 한국음식 만들기 등을 가르쳤다. 지난해부터는 농업기초교육과 전문농업인 육성을 위한 1대1 맞춤영농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다문화여성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58명. 이들 중 취업을 희망하는 이주여성들에게는 고산농협 유통센터의 포장작업, 육묘관리, 통역 업무, 아동센터 원어민 교사 등 19명에게 일자리도 제공했다.
다문화여성대학 운영이 처음부터 잘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30명이 넘는 외국인 학생의 낮은 출석률이 문제였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교육이었지만 농사일이 바쁘다며 외국인 며느리들이 교육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며느리가 밖으로 돌다 보면 집을 나가게 될까봐 보내기가 두렵다.’며 걱정하는 시부모님이 많았다고 한다.
다문화여성대학 운영을 담당하는 고영숙 상무는 “처음엔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에게 필요한 한국어 교육이 왜 필요한지 가족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직접 농가를 찾아가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차량으로 등하교를 도왔다.”고 말했다.
고 상무는 3개월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서 졸업식을 하던 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처음엔 그렇게 반대하던 시부모님이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에 오실 정도로 가족들의 반응이 달라졌어요. 며느리가 다문화여성대학에 다니면서 한국어도 늘어 대화도 잘 통하고, 한국 음식도 스스로 만들어 가족들에게 대접할 정도로 변하니깐 나중에는 가족들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어도 배우고, 일자리도 얻고”
다문화여성대학의 1회 졸업생인 쩐티투홍(베트남·35)씨도 이곳에서 한글 기초반과 한국문화 이해교육 중급반을 수료했다. 지난해에는 농업기초교육을 받고 일자리도 얻게 돼 지금은 고산농협 영농조합센터에서 수박 종묘작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쩐티투홍씨는 “처음엔 한국말도 못하는데, 거기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농촌이다 보니 가족 이외에는 사람들 만날 기회가 없어 힘들었다.”며 “다문화여성대학을 다니면서 저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타국에서의 외로움도 극복하고 꼼꼼한 손재주를 인정받아 일자리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쩐티투홍씨와 함께 일하던 이윤정(중국·34)도 다문화여성대학을 수료했다. 이 씨는 지난해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개명을 해 이젠 한국어 이름도 갖게 됐다.
그녀는 다문화여성대학을 다닐 때 교통편이 불편해 어려움이 많아 중도에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농협 직원들의 배려로 졸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도시와는 다르게 시골 중에 시골이라서 버스가 많이 다니지 않거든요. 그런 저의 어려움을 듣고 농협 직원들이 차량으로 등하교를 도와줘 편하고 재미있게 졸업할 수 있어 너무 감사드려요.”
“다문화여성대학 다니면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된 것은 한국어와 아이들 자녀교육에 필요한 노하우였어요. 아이들은 한국 학교에서 한국어로 된 교과서를 배우는데, 제가 아이들보다 부족하다보니 가끔은 모르는 것도 있고,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때 저를 교육해주시는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셔서 제가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마더쿠키’에서 일하는 장쇼우츠(캄보디아·31)씨도 지난해 다문화여성대학을 수료하고 일자리를 얻게 됐다. 그녀는 다문화여성대학을 다니면서 한국 적응하는 법을 배우게 돼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한국에 가면 나도 잘 살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쉽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한국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가족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죠. 다문화여성대학을 다니면서는 1대1로 한국어를 배우게 됐는데, 혼자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가 뭐가 잘못됐는지 그때그때 물어볼 수 있고 조언을 구할 수 있어서 한국어가 많이 늘었어요.”
“특히 어른들에게는 존댓말을 써야 되고, 손아랫사람한테는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처음엔 많이 헷갈려서 실수도 많이 했거든요. 한국어 교육을 받으면서 그런 저의 단점을 고치게 되니 가족들과 사이도 좋아졌고요, 한국 음식 만들기 수업에서 우리 쌀로 쿠키 만들기를 했었는데 손재주가 좋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나중에 집에서도 연습도 해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쿠키도 선물해주다보니 지금은 쿠키 만드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고산농협 유통센터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탕춘링(중국·26)씨는 고산농협에서 대만으로 양파를 수출할 때 우연히 통역업무를 담당하게 됐는데, 일이 잘 성사되어 지금은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통역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집에서 농사만 짓다보니 사람들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다문화여성대학을 다니면서 친구도 사귀게 됐고, 저 스스로 밝아진 것을 느껴요. 대부분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말을 배우고 나면 취업하기를 원하거든요. 교육을 받고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농협에서 일자리까지 제공해주니 집에서 살림만 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농촌 이주 여성 위한 교육기관 많아졌으면
고산농협이 운영하는 다문화여성대학을 수료한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적응을 위해 다문화여성대학의 한글과 한국어문화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며 “다른 농촌에 사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통편이 불편한 농촌에서는 한국어 교육을 받기 위해 도시로 나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문화여성대학을 운영하는 고영숙 상무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고 상무는 “앞으로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족들이 함께 교육하고 싶다.”며 “아직도 시골에서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교육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먼저 가족들이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외국인 며느리들도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문화가족이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서로 문화의 다름을 이해하고 고충을 나누다보면 가족들이 생각하던 편견과 결혼이주여성들이 어려움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국 곳곳에 농촌 여성들의 한국 적응을 돕는 다문화여성대학이 활발하게 운영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박이슬 (직장인) loin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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