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중 3명은 독서량 0... 책 읽지 않는 나라 한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국민들의 독서 현황을 조사한 ‘2008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발표했다. 지난 2008년 12월 한국출판소가 성인 1천명과 초중고교생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 이 자료에 따르면 성인 10명중 3명은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풍(狂風)에 가까운 우리의 교육열을 생각할 때 가히 충격적인 결과다.
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야기는 많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라고 말했고, 안중근 선생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고 말했다. 모두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책을 읽을 수가 있어요”
완주고산도서관 사서 김미경씨의 말이다. 요즘같이 즐길거리‧놀거리가 많은 세상에 책읽기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미경씨는 많은 이들을 책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는 ‘현장 안내인’이기에 사람들의 마음 한 켠을 울리는 ‘무엇’이 있다.
완주고산도서관 사서 김미경씨
책과 함께 한 15년, 비염 달고 살아도 책이 좋아
미경씨는 전문 사서다. 책이 좋아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했다. 책과 함께 하고 싶어 사서라는 직업을 택했다. 그가 처음 사서가 된 건 지난 1995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험을 봐서 사서가 됐어요. 처음엔 군산시립도서관에서 근무하다가 2002년에 삼례도서관으로 옮겼죠. 그러다 지난 2007년에 이곳 완주고산도서관에 근무하게 됐구요. 책을 원래 좋아했거든요. 책을 다루는 입장이 되다보니 많이 읽을수는 없지만 항상 책을 접하고 있는다는 점은 즐겁죠.”
약간 코막힌듯한 목소리의 미경씨가 말한다. 미경씨의 코막힘 소리(?)는 사서들이 많이 갖고 있는 직업병이다. 수많은 책들을 관리하다 보니 책에서 나오는 미세한 먼지들로 인해 비염에 걸리기가 쉽다는게 그의 설명. 그래도 책을 좋아하다보니 비염을 달고 살아도 일이 즐겁단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전하는 것, 그것이 보람
책이 좋아 사서가 됐지만 그 즐거움은 미경씨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책읽기의 즐거움은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때 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서들이 하는 일은 책을 잘 정리하고 관리해 편하게 책을 보시도록 하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게 하는 것도 있어요. 저는 책읽기가 공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그것 자체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을 저희 도서관에 오시도록 하고 싶어요”
그래서 미경씨는 더 많은 이들이 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고산도서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도 그 일환이다. 미경씨와 동료들은 더 많은 이용객들을 모으기 위해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이뤄진 ‘찾아가는 작은 미술관’과 ‘동식물 세밀화 전시’도 모두 그 노력의 결과다.
“‘찾아가는 작은 미술관’이나 ‘동식물 세밀화 전시’는 모두 전북도립미술관과 보리출판에 저희가 요청해서 이뤄진 거에요. 도서관에 책 보는 것뿐만 아니라 전시회 같이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되니까 도서관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지더라구요. 지나가다가 오시는 분도 있고, 전시를 보러 오시는 분도 있고, 책보러 왔다가 전시도 보고 가시는 분들까지 다양해졌어요.”
실제로 고산도서관 이용객은 지난 2006년 3월 개장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도서관측에 따르면 도서관 인근 지역이 농촌지역이라 독서에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하루 300~400권이 대출되고 있고, 고산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까지 도서관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책읽기로 즐거워하시면 저도 즐겁죠”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도서관 직원들에겐 피곤해지는 일이다. 그러나 미경씨와 동료들은 오히려 즐겁다.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읽기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즐겁죠.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책보러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하시는 분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거든요. 굉장히 즐거웠던 경험도 있구요. 예전에 한 엄마와 아이가 자주 와서 책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엄마가 거의 매일 아여섯, 일곱 살 먹은 아이 손을 잡고 와서 아이와 책을 읽더라구요. 그러다가 이 아이가 ‘백두산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나봐요. 저도 매우 좋아하는 책인데 그 책을 본 아이가 엄마한테 자기가 이 책이 재밌어서 다른 사람들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구요. 그 때 굉장히 감동했었어요. 놀라기도 했구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즐겁습니다.”
“도서관엔 지역격차 없어야죠”
다른 이들의 즐거움을 내 일같이 여기는 미경씨지만 어려움도 많다. 농촌지역이 많은 고산면에 위치한 도서관이라 방문객 늘리기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농삿일이 워낙 바쁘잖아요. 그래서 주민분들이 도서관 오시기가 쉽진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저희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할 시기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찾아가서 수거해오는 ‘책 꾸러미’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농촌지역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미경씨에게 도시지역 도서관으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걸까.
“도시도 중요하지만 농촌도 중요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자원이 도시지역에 몰려있다보니 농촌지역은 소외되는 일이 많아요. 그러나 적어도 도서관만큼은 도시와 농촌의 도시격차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곳 아이들이 도시의 혜택을 못받지만 도서관에서는 도시 못지 않은 혜택을 누려야죠. 그렇지 않아요?”
자원과 혜택의 쏠림. 서울과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미경씨는 그러한 지역간의 ‘정보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농촌지역 도서관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산도서관 이용객들은 참 운이 좋은 이들이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전하는 사서가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으니 말이다.
김미경 사서가 말하는 '나의 추천도서': 소설 <태백산맥>
소설 태백산맥을 들고 있는 미경씨
"요즘 인기있는 책은 대부분 자기계발서인 것 같아요. 제가 추천하는 책은 소설 '태백산맥'입니다. 제가 이 책을 대학때 접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책읽는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책, 바로 태백산맥입니다."
미경씨가 추천한 소설 '태백산맥'은 소설가 조정래씨가 쓴 소설로 여순반란사건을 축으로 한과 이데올로기의 세계를 형상화한 대하소설이다.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산도서관에서도 대출가능한 책이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태백산맥>은 시대를 살다 간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삶의 기록'이다. 그만큼 당시의 시대상을 잘 표현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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