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과 밭이 전부인 이런 곳에서 뮤지컬을 볼 수 있다니 어른인 제가 봐도 감동인데요. 무대, 음향, 배우들의 연기, 어느 하나 감동이지 않은 게 없었어요. 난생 처음 본 뮤지컬인데 천원으로 보기엔 너무 아까운 공연이었어요.” 지난 15일 완주군 문화체육센터에서는 2011년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우수공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를 선보였다. 복권기금으로 문화소외계층에게 문화나눔을 펼치는 ‘지방 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우수공연 지원 사업’사업을 통해 완주군민들은 처음으로 뮤지컬을 관람하게 됐다. 지난 15일 완주군 문화체육센터 강당에는 뮤지컬을 보기 위한 관람객으로 발디딜 곳이 없었다 처음 본 뮤지컬 공연을 추억하기 위해 한 가족 관람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5일, 완주문화체육센터에서는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 공연이 열렸다. 아이 손을 꼭 잡고 주부 김초희(39)씨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처음 본 뮤지컬에 대한 감동을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완주군이 주최하고 (사)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한 이 공연은 복권기금 ‘2011년 지방 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우수공연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데, 올 한해 48억 원의 복권기금으로 문화소외지역의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지방 문예회관 운영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관람객은 천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정부에서 지정한 우수공연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완주 공연은 주민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는 논과 밭이 전부인 이곳에서 처음으로 뮤지컬 공연을 열게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틀 만에 460석 전 좌석이 매진됐을 정도이다.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성현옥 주무관은 “완주군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그만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혜택도 거의 없다.”며 “제대로 된 공연장도 없어 소규모로 진행되는 음악회가 전부였는데 복권기금을 통해 주민들에게 처음으로 뮤지컬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장이 없다보니 이번 공연도 체육관 강당에서 열수밖에 없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공연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완주군의 노력도 엿보인다.
완주군은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관람객이 직접 돈을 지불하는 유료공연제와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정좌석제를 실시했다.
성현옥 주무관은 “어쩌다 무료 공연이 개최되더라도 예약을 하고도 안 오시는 분들이 있어 다른 분들에게 기회가 제공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며 “작지만 사소한 것부터 개선해나가면서 많은 분들에게 문화를 즐기고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 공연장에 도착했다. 읍내도 아닌 한적한 산자락에 위치한 체육관이었는데, 어떻게들 알고들 찾아왔는지 체육관 앞은 엄마 손을 붙잡고 찾아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처음으로 뮤지컬을 본다는 생각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 묻어났다.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는 그림형제의 동화이야기로 음악대가 되고 싶어 브레멘으로 떠나며 겪게 되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중간 중간 도둑과 싸우고 악기를 되찾아야 하는 고난과 역경이 있지만 멋진 ‘브레멘 음악대’가 돼 꿈을 실현하는 네 마리 동물들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주된 내용이다.
“하하하” “꺄르르” “엄마 저 화려한 불빛 좀 보세요. 언제 동물들이 사라졌지?”
1시간 정도 진행된 공연 내내 아이들과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강당을 에워쌌다.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흥미진진한 공연 덕분인지 더위도 잊은 모습이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네온사인, 처음으로 가까이서 보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연이 끝나도 뮤지컬에 대한 감동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이말숙(72)씨는 “태어나서 뮤지컬이란 걸 처음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우리 손자가 산만해서 10분 이상 앉아 있지를 못하는데 화장실 한 번 가자고도 안 하고 공연을 봤을 정도”라며 만족해했다.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 김태우(9)군은 “브레멘 음악대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동화였다.”며 “뮤지컬이란 게 뭔지 잘 몰랐는데 오늘 보고나니깐 영화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눈앞에서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주부 김정은(36)씨도 “이런 시골에서 뮤지컬 볼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정말 재밌게 잘 봤다. ”며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덕에 저도 오랜만에 아이가 된 것처럼 함께 소리 지르고 공연을 만끽했다. 천원으로 보기에 배우들에게 민망할 정도였다. ”고 말했다.
전문 공연장이 아닌 체육관 강당에서 본 뮤지컬은 어쩌면 완벽한 공연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뮤지컬을 통해 처음으로 문화에 눈을 뜨고, 10대 어린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하나의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이다. 앞으로 문화 사각지대인 농촌 지역에 이런 기회가 더 많아져 소외지역 곳곳으로 문화의 향기가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 정책기자 박이슬(직장인) loin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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