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향기2009/09/16 12:05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고 싶다는 문화공간 ‘싹’의 채성태 대표. 그가 추구하는 학습법은 무엇일까? 마침 취재가 이루어진 15일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들이 ‘싹’을 찾아 성태씨의 학습법을 배우는 연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필자도 우연찮게 성태씨의 학습법을 배울 수 있었다.

“여러분, 이 공간이 매우 특이하죠? 이런저런 것들이 많을 거에요. 그런데 저는 여기에 무엇하나 허투루 둔 것이 없습니다. 다 의미가 있어요. 처음에는 각자 둘러보시고 이야기 하도록 하죠.”

나와 타인, 연결되는 삶


오후 2시 30분. 교육을 겸한 점심식사를 마친 성태씨와 일행들이 ‘싹’으로 들어온다. 서울에서 내려온 진흥원 관계자들은 신기한 듯 공간을 둘러본다. 20여평 정도의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곳곳에 신기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한참을 둘러본 뒤, 성태씨가 입을 연다.

“자, 그럼 지금부터 설명을 드릴게요.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여기에 있는 하나하나의 요소들은 모두 각각의 뜻과 의미를 갖습니다. 여기 벽에 노란 선이 보이시죠? 이 선을 따라가다 보면 각 년도가 쓰여져 있어요. 그리고 그 아래에 아이들이 적은 글귀가 있습니다.”

성태씨의 손끝을 따라가보니 하얀 벽 위에 노란 테잎이 선을 만들고 있었고, 그 아래엔 다양한 노래제목이 쓰여져 있었다.

“이 년도는 저기 저 쪽에 그려진 할아버지의 출생년도에요. 할아버지의 삶을 따라 가는거죠. 그러면서 각 년도에 맞춰 당시에 유행했던 노래들을 기억나는대로 적는 거에요. 할아버지만 적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자신의 삶에 맞춰 적는거죠. 저기 1990년대에 노래가 특히 많죠? 아이들이 많이 적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내 삶을 노래라는 것을 통해 겹쳐보면서 상호간의 연결성을 느끼는 거죠.”

사람의 삶이 단절될 수 없이 타인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뜻이다. 성태씨가 이동한다.


우리는 지역을 얼마나 알고 있나

“자, 여기 보세요. 제가 오늘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이게 무엇같으세요?”

벽 한켠에 걸린 지도를 가리키며 성태씨가 말한다. 듣고 있던 사람 중 한명이 “어디 지도 같은데요?”라고 말하자, 성태씨는 “맞습니다. 지도죠. 그런데 어디지도일까요?”하며 되묻는다.

청중 속에서 ‘전라북도’라느니 ‘한국지도’라느니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그러나 대답은 의외다.

“여기 이 그림은 전라북도에 있는 모든 섬들을 붙여놓은 그림입니다. 다 붙여서 하나의 섬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옆에 액자 보이시죠? 옆 액자에는 제가 진짜 섬모양과 가짜 섬모양을 섞어 놓고 이름을 붙여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액자를 보면서 ‘아 이렇게 생겼구나’라고 말해요. 우리가 그만큼 우리지역 섬에 대해 잘 모르는 거죠.”

갑자기 성태씨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독도가 우리땅이어야 한다면서 우리지역 땅이 외부인들에게 팔려나가는 건 방관하고 있거든요. 우리지역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 독도타령만 하고 있는 꼴이죠. 사실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 지역을 잘 모르면서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보물섬’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보물’이라는 성태씨의 설명을 들으며 무릎을 탁 쳤다. 바로 이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이 그림 아래에는 다양한 종류의 모래가 있어요. 이 모래들은 다 성질이 달라요. 저는 어느 바닷가 가서 돌을 하나 주워오더라도 학습교재로 써요. 여기 이 돌 하나가 가지고 있는 철분으로도 아이들에게 만져보고 느껴보게 함으로써 교육할 수 있거든요.”

성태씨의 말대로라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다 예술품이고 교육도구다.

일상과 예술은 하나다

성태씨는 한시간 30여분동안 ‘싹’에 널려있는 모든 사물들을 소개했다. 사물들은 모두가 각각의 의미를 지닌 ‘예술품’이었고 ‘학습교재’였다. 가운데에 구멍뚫린 작은 종이 한 장이, 벽에 붙여 놓은 기다란 노란색 테이프가, 모두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도구가 됐다.

“저희 프로그램에는 손바닥부분에 고무가 칠해진 목장갑과 그렇지 않은 목장갑의 차이점을 가지고 하루 종일 토론하는 내용도 있어요. 서로 최대한 자신이 가진 기억과 지식, 체험을 통해 차이점을 설명하죠. 그러다보면 토론의 내용이 곧 자신의 삶이 돼요. 문화예술교육은 그렇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그러면서도 함께 생각해보는 학습법. 성태씨가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이다. 컴퓨터나 학원에선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학습법이다. 성태씨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법을 가르친다. 그렇게 그들이 행복해질때, 성태씨도 행복해진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