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교류과에서의 첫날 근무를 마친 지동이는 선미와 퇴근을 하고 있었다. 선미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조수석에 앉아 지동은 연신 하품을 했다. 지동에겐 무척 피곤한 하루였다. 지동이는 업무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한층 더 고단함을 느꼈다. 그는 선녀와 나무꾼 전설을 믿지 않는 자신이 어째서 천지교류과에 속하게 됐는지 의아했다. 부부군수는 전설을 의심하는 사람이 오히려 업무에 적격이라고 말했다. 지동이는 그게 또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했다. 하지만, 부부군수와 김 과장의 설전을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가 있었다.
사실 천지교류과는 선녀탕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부부군수와 마찰을 빚고 있었다. 그래서 부부군수로서는 담당부서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을 심어둘 필요가 있었다. 물론 지동이는 선녀탕 관광개발 사업에 관심이 없고, 선녀탕의 존재부터 믿지 않는 부류이지만 그런 무관심과 의심은 부부군수의 야심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같은 이유로 김 과장은 지동이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건 신앙도 없는 자가 사제를 하는 노릇이군.”
김 과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지동이를 쏘아보았다.
“근데 자기소개서에 아버지 얘기가 없는데, 혹시 사이가 좋지 않나?”
지동이는 김 과장의 쌀쌀맞은 태도와 사생활에 대한 관심에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했다.
“그런 개인적인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습니까?”
지동이의 날이 선 응답에 이번에는 김 과장이 당황했다. 김 과장은 더는 가족관계를 묻지 않았다. 다만, 그는 밑도 끝도 없이 지동이의 아버지를 두둔했다.
“자네 아버지는 좋은 분이시지. 그것만 알아두게.”
김 과장은 그렇게 타이르듯이 말하고는 자기가 직접 탄 커피를 들고 부부군수와 그가 데려온 개발업자가 기다리는 테이블로 돌아갔다. 테이블에서는 잠시 중단된 열띤 토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 과장은 하늘나라와 통하는 길목을 외부에 공개하면 그날로 선녀탕에 더 이상 선녀들이 내려오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완주군내에 체류 중인 선녀들도 곧 하늘나라로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부부군수와 개발업자는 의견을 달리했다. 개방을 통해 선녀탕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뿐더러 아름다운 선녀들은 연예인처럼 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사업가는 어여쁜 선녀들을 주축으로 한 아이돌 소녀그룹을 만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개발업자는 노인이지만 외관이 매우 강건해 보였다. 그의 뚜렷하게 각진 턱은 오전까지는 푸르스름했지만, 오후가 되면서 점차 거무스름해졌다. 아침에 면도를 한 모양이지만 수염들이 시시각각 자라고 있었다. 지동이는 그가 턱수염을 기르면 험악한 인상이 약간 지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턱밑에는 깊숙하게 패인 반달형의 흉터가 있었다.
“은퇴한 이 과장 후임으로 들어온 분이신가?”
노인이 커피잔을 받으며 지동에게 물었다.
“네? …… 네.”
지동이 대답했다.
“그분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요즘 어떠신가요?”
“글쎄요, 전 한 번도 뵌 분이 아니라서요.”
지동이의 말에 노인이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었다. 어딘지 모르게 교활한 미소였기에 지동이는 얼른 시선을 돌려 외면했다.
선미는 노인의 몸에서 지독한 사향 냄새가 난다고 기겁했다. 그녀는 역겹다면서 노인이 돌아가자 사무실에 방향제를 뿌려댔다. 지금까지도 사향 냄새가 난다면서 계속 코를 킁킁거렸다. 지동이는 선미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미친 사업가야. 돈 많으면 다야? 그 사람은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빌미로 우리 고장을 망치려 들고 있어. 우린 그 사람의 계획을 막아야 해.”
선미가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약속 있어?”
지동이는 업무 얘기라면 그만 하고 싶었기에 슬쩍 말을 돌렸다.
“왜?”
"없으면…… 맥주나 한잔 할래? 오랜만에 만났고, 할 얘기도 있으니까.”
“할 얘기? 무슨 얘기?”
선미가 반문하자 지동이는 어릴 적에 전해주지 못한 편지 생각이 났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속마음과 달리 업무 문제로 궁금한 게 많다고 둘러댔다.
“그래서 우린 지금 일하러 가는 중이야.”
선미가 지동이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 어디로?”
지동이가 묻자 선미가 말없이 웃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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