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조상들은 조상들을 끔찍이 섬겼습니다. 살아계실때 뿐 아니라 돌아가신 후에도, 조상의 사진은 곧 조상과 같았고, 정성으로 모셔야만 그분들로 하여금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민간이건, 왕족이건 같았습니다. 그런 문화를 가진 조상들에게, 왕은 어땠겠습니까. 적어도 조선에서는 왕중에서도 가장 높은 왕인,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라면요?

전주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초상, 즉 태조 어진을 봉안한 곳입니다. 이씨 조선의 성지와 같은 곳이지요. 이 곳에는 태조부터 이후 후손 왕들의 어진(초상)을 모셔놓은 곳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왕의 초상을, 전쟁중엔 어떻게 지켜야 했을까요? 경기전에 그대로 두다간 자칫 손상되거나 유실될 수 있었을텐데요.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태조 어진과 왕들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지은 '대피소', 바로 위봉산성입니다.

 


전주에서 소양면을 향해, 소양면을 가로지르는 위봉사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이제는 흔적만 남은 위봉산성이 보입니다.
도로 양쪽으로 오래된 성벽이 보이죠. 지금 차가 다니는 길 좌우에 성벽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걸 보니 이 도로는 성벽을 가로지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잠시 길 한쪽에 차를 세워두고 위봉산성을 구경했습니다.


위봉사 방향 오르막 도로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쭉 늘어선 성벽이, 오른쪽엔 성벽과 함께 내부 공간(?)이 보입니다. 위 사진은 오른쪽 성벽의 모습입니다. 딱히 다른 모습은 없고, 길게 늘어선 성벽이 보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 곳에 서서 적의 움직임을 지켜냈겠지요.


숨어서도 망을 보려는 용도인지, 총이나 화살을 몰래 쏘기 위한 용도인지 성벽 곳곳에는 돌 한칸 정도의 빈 구멍들이 있습니다.
 성인 남성 주먹 하나 정도 들어갈 크기인데, 총구를 넣고 쏠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 총이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요^^


조금 밋밋한(?) 오른쪽 성벽을 둘러보고 왼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쪽도 성벽이 쭉 이어진 것은 같습니다만 한쪽에 진지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왼쪽 성벽 입구에 위봉산성에 대한 표지판이 있습니다. 적혀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봉산성

국가사적 471호

이 산성은 조선 숙종 원년(1675)에 쌓은 것으로, 둘레가 약 16km에 이르는 대단한 규모이다.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과 조경묘에 있던 태조의 초상화와 그의 조상을 상징하는 나무 패를 피난시키기 위해 이 성을 쌓았다. 실제 동학농민봉기로 전주가 함락되었을 때 초상화와 나무 패를 이곳으로 가져왔다. 

 성안에는 초상화와 위패를 모실 소형 궁전을 두었으나 오래 전에 헐려 없어졌다. 성의 동.서.북쪽에 각각 문을 냈는데, 지금은 전주로 통하는 서쪽에 반월형 문 하나만이 남아있다. 성안에는 위봉사와 전주 팔경의 하나인 위봉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과거 태조 어진과 왕의 위패를 대피시키기 위해 만든 '대피소'랍니다. 지금은 문들도 거의 없어지고 성벽도 많이 헐렸다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멋진 문화재들을 많이 보존하고 가꾸는 것이야말로 문화자원을 양성하는 일인데 말이죠.



왼쪽 성벽으로 올라가는 길에 민들레가 피어있어 찍어봤습니다. 사진은 잘 안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매우 예쁘답니다.

성벽을 따라 올라오니 작은 진지가 보입니다.


작은 아치형 모양으로 된 곳이 입구입니다. 이곳 안쪽이 일종의 진지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치형 입구 근처에 비석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언제 세워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위봉산성'이라고 한글로 새겨진 이 비석만큼은 꽤 나중에 세워진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리고 한쪽에는 다섯개의 비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습니다. 비석들이 한문으로 쓰여져 있고, 세월의 흔적을 나타내는 듯 깨어진 비석도 간간히 보여 비석의 연령을 추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그러나 소중한 유적 위봉산성

지금은 대부분의 유적이 소실된 채 일부만 남은 위봉산성을보고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유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위봉산성이 갖는 의미는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어진과 위패를 모시기 위해 만든 '대피소'라는 점도 특이하고 왜 이 곳으로 터를 정했을지, 이런 곳이 또 있을는지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간의 소실로 인해 모습은 많이 잃었지만 위봉산성은 매우 소중한 유적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기도 하고, 시시하게 여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위봉산성에 얽힌 이야기들을 발굴해낸다면 언젠가 위봉산성의 재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 위봉산성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