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2009/07/12 16:58

서양에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콩쥐팥쥐 이야기가 있다. 두 이야기 모두 착한 여자 주인공이 새엄마로부터 구박을 받다가 결국은 왕(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줄거리를 갖으며,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에게 전래동화로 잘 알려진 콩쥐팥쥐 이야기를 우선 살펴보자.

「옛날에 콩쥐와 팥쥐가 살았다. 콩쥐 엄마가 일찍 죽어 새엄마가 들어왔는데, 함께 데리고 온 아이가 팥쥐였다. 콩쥐를 구박하던 새 엄마는 어느 날 나무호미로 자갈밭에 나가 김을 매라는 일과 밑 빠진 독에 물을 길으라는 일을 시켰다. 다행이 콩쥐는 소와 두꺼비의 도움으로 그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이후에도 콩쥐를 괴롭히던 새엄마는 콩쥐에게 베를 짜고 곡식을 다 찧어 놓으라는 일을 시키고는 팥쥐만 데리고 잔치에 놀러갔다.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베를 짜주고 새들이 벼를 다 까줘서 콩쥐는 선녀가 준 꽃신과 옷을 입고 잔치에 갈 수 있었는데, 가는 도중 꽃신 한 짝을 잃어버렸다.

꽃신 주인을 찾던 원님은 콩쥐를 만나 결혼을 요청하고 둘은 행복하게 살았다. 이를 배 아프게 생각한 새엄마와 팥쥐는 어느 날 콩쥐를 연못에 빠뜨리고 팥쥐가 콩쥐 행세를 하게 된다. 콩쥐는 영혼이 돼 이 사실을 원님에게 알리고 원님은 연못에 빠진 콩쥐를 구하고 팥쥐와 새엄마를 혼내준다.」

   
▲ 우리에게 전래 동화로 잘 알려진 콩쥐팥쥐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지만, 콩쥐팥쥐 역시 이야기 전개과정과 결말부분에 있어 약간씩 다른 유형이 존재한다. 이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구전돼 내려온 이야기가 전승집단의 윤리의식과 결합하면서 각색됐거나 혹은 설화가 소설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의 차이점에서 기인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설화와 소설로 전해 내려오는 콩쥐팥쥐에 관한 기존 연구를 살펴보면서 논의를 이어나가도록 하자.

지금까지 알려진 콩쥐팥쥐 이야기는 설화와 소설로서 구분이 가능한데, 설화로서의 콩쥐팥쥐는 <제주-콩쟁이와 팥쟁이>, <경북-콩례와 팥례>, <경기-콩쥐팥쥐>, <평북-콩중이팥중이>, <경남-콩쥐팥쥐>등 다양한 이름으로 전해 내려져 오고 있으며, 소설본은 <고대소설 콩쥐팥쥐전-대창서원 1919년>, <긔담쇼셜-콩쥐팥쥐전-태화서관, 1928년>, <고대소셜-콩쥐팥쥐-공동문화사, 1954년>등 총 5편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학계에서는 콩쥐팥쥐 이야기에 대한 연구 중 설화가 소설에 영향을 주었는지, 아니면 소설이 설화에 영향을 두었는지가 쟁점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제일 처음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창서원본 <콩쥐팥쥐전>이다.

   
고활자본(1919년본) 콩쥐팥쥐전
대창서원본은 지금까지 이어진 콩쥐팥쥐전의 최고본(最古本)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대창서운의 발행인 박건회는 주로 우리의 야담들을 소설로 발행하는 작업에 힘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박건회가 전북지역에서 전해지는 설화를 바탕으로 <콩쥐팥쥐전>을 발행했을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전북지역 설화라는 이유에 있어서는 대창서원본의 콩쥐팥쥐 첫 부분이 다음과 같이 시작하기 때문인데, 그 지리적 고증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언급하기로 하고 콩쥐팥쥐가 설화에서 소설로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조선 이조 중엽시절에 전라도 전주 서문 밖 30리 쯤 되는 곳에 한 퇴리가 있으니, 성명은 최만춘이라 하였다…」

오윤선은 <콩쥐팥쥐 이야기에 대한 고찰, 어문논집, 2000>에서 “이렇듯 전북 지역에 콩쥐팥쥐 이야기 유형의 민담이 존재하고 있는 동시대에 서울 지역에서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이미 이 시대에 전국적으로 완성된 형태의 콩쥐팥쥐 민담이 유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는 소설 이전에 민담이 있었고, 그 민담이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상태에서 소설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한편, 조동일은 <한국문학통사, 지식산업사, 1994>에서 콩쥐팥쥐의 발행횟수가 적음을 지적하며, 이게 바로 콩쥐팥쥐가 소설의 형태로 존재하기 보다는 설화 형태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로 만들어 졌지만, 꼭 그것을 소설로 읽을 만큼 참신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콩쥐팥쥐는 ‘민담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결국, 콩쥐팥쥐는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다 1919년 처음 활자화 됐다고 보는 게 가장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그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설화의 유형이지만, 아직까지 학계에서는 콩쥐팥쥐가 신데렐라의 영향을 받았느냐에 있어서 여러 입장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첫째는 최남선과 김태준 등의 입장으로 콩쥐팥쥐와 신데렐라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야기로 보지만 그 선후를 말하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는 콩쥐팥쥐가 서유럽 또는 중구에서 유입된 설화를 원전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는 입장으로, 장덕순, 김기동, 이관일 등이다. 세 번째는 콩쥐팥쥐가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해 온 민족설화라는 입장인데, 유지현, 오윤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구비문학의 발상지와 유래를 고증하는 작업은 지금까지 판소리계 작품을 중심으로 이뤄져,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등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비문학 작품이나 이야기의 발생지 및 그 유래를 탐구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설화의 사실성을 증명하기 어려울뿐더러 그 시간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콩쥐팥쥐는 이야기의 첫 부분에 ‘전주 서문 밖 30리’라는 지리적 배경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 서문 밖 30리에 위치했던 마을은 현재 완주군 이서면 은교리 앵곡마을로 전해지고 있는데, 실제 이 마을에서는 콩쥐팥쥐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으며, 또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배경이 어떤 모습들로 남아 있는지 다음편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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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