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는 우진이를 만나고 계속 마음이 언짢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우진이를 믿지 않으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할머니! 선녀는…… 진짜로 있을까요?”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있었단다. 이 마을에.”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니다, 아니에요. 저 오늘은 우진이네 할머니 댁에 가서 놀 거예요. 많이 늦지는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달이 없는 날이니 일찍 들어오렴. 가서 할머니 말씀도 잘 듣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승우는 우진이 말했던 것처럼 할머니의 말씀을 의심하는 것이 싫어져 하려던 말을 그만둔다. 우진이도, 할머니도, 아니 어쩌면 마을 사람들 모두를 의심하고 있는지 모르는 자신이 싫어진다. 그래서 우진이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소중한 친구인 우진이를 자기만큼은 믿어주고 싶다.
약속한 장소에 우진이는 이미 와 있었다.
“네가 오지 않을까 봐 사실 많이 걱정했어. 내가 선녀를 만나도 그것을 알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야. 널 만나게 돼서 반가워!”
우진이가 승우를 꼭 껴안는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손전등을 꺼내 손에 쥔다.
“난 괜찮지만 너는 밤길이 처음일 테니까 이걸 사용해. 참! 먹을 것도 조금 싸왔으니 배고파지면 같이 먹자. 나는 긴장해서 아무것도 먹질 못했거든. 여기야, 나무꾼이 선녀를 훔쳐봤던 곳!”
정말 이곳이라면 선녀들을 훔쳐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깎아내린 언덕의 높이가 제법 되어 승우는 조금 무서웠다. 아홉 시가 채 되지도 않은 밤인데 시골이라 거리에 조명등이 많지 않고 그보다 달이 없어서 너무나 깜깜하다. 승우는 우진이 싸온 음식을 나눠 받아먹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흐름을 가늠할 수 없는 깜깜한 밤하늘에 승우는 점점 불안해진다.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승우야, 불 꺼! 저길 봐, 맙소사! 진짜야! 진짜였어! 우리가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그때였다. 우진이의 말에 깜짝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갑자기 태양을 마주할 때보다도 더욱 눈이 부신 빛이 쏟아져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승우와 우진이는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숨을 죽였다.
승우와 우진, 선녀를 만나다
승우와 우진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선녀들을 바라보았다. 선녀의 몸에서는 은은한 빛이 계속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달빛과도 같았다. 선녀들이 날개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것은 옷을 벗는 것이 아니라 빛을 걷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벗어놓은 날개옷에서는 계속 은은한 빛이 새어나왔다. 그나저나 저렇게 먼 거리여서는 우진이의 말처럼 날개옷을 훔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날개옷을 벗은 선녀의 몸에서도 마찬가지로 ― 그러나 전보다는 조금 약해진 ― 아름다운 빛이 감싸져 있었다. 그 빛으로 인해 선녀의 몸은 굉장히 신비로워 보였다. 승우와 우진이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선녀들 중에 눈에 띄게 몸집이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보고 놀란 승우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말았다. 그러자 그보다 더 놀란 우진이가 승우를 붙잡는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다. 승우와 그 아이의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물줄기가 솟구치더니 우진이와 승우를 향해 날아왔다. 가까스로 물줄기를 피해 도망치려는데 굉장히 거센 바람이 그 주변을 휘감기 시작했다. 선녀들도 당황하여 급하게 날아가려는 날개옷을 붙잡고 빛을 내며 한 명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람에 휘감긴 승우는 물 위로 떨어진다. 허우적거리다가 그 몸집이 작은 선녀를 붙잡는다. 그랬더니 승우의 몸이 공중에 뜬다. 땅 위로 곤두박질치는 승우의 몸이 선녀의 날개옷 위로 떨어진다. 날개옷 때문인지 던져질 때의 충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선녀는 당황한다. 그때 우진이가 승우와 선녀를 향해 달려온다. 선녀가 우진이를 향해 꽃잎처럼 보이는 것을 던진다. 그것은 우진이의 어깨에 내려앉는 듯하더니 이내 사라진다.
“우진아, 나 좀 도와줘.”
우진은 마치 의식이 없는 사람처럼 뒤돌아선다.
“우진아, 우진아!”
승우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우진은 점점 승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와중에 몸집이 작은 선녀가 승우의 목을 조르려고 하나 손이 자꾸만 미끄러진다.
“미안해, 미안해. 혹시 내가 깔고 누운 게 네 날개옷이면 줄게, 줄게. 그러니까 비켜줘.”
승우가 얼른 몸을 일으켜서 선녀에게 내민다. 그런데 아까 봤던 빛이 날개옷에서 느껴지지가 않는다. 승우는 불안했다. 선녀도 급하게 날개옷을 입어 보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은 투명에 가까워서 작은 선녀의 몸이 비췄다. 승우는 그것이 부끄러워서 시선을 돌렸다. 작은 선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니 목 놓아 엉엉 울기 시작한다. 승우는 더더욱 어찌할 줄을 몰라 한다.
‘몸집만이 아니라, 정말 어린 아이구나……. 꼬마 선녀님도 있구나. 그런데 우진이가 없으니 어떻게 할머니 댁으로 돌아가지? 그리고 나 때문에 망가진 이 날개옷을 어떻게 해야 하지?’
승우도 꼬마 선녀 옆에서 함께 목 놓아 울고 싶었다. 이런 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그때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승우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그것은 할머니 발자국 소리다! 안심이 되자 승우는 의식을 잃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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