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2009/07/08 08:35

총 마을주민 약 70여명. 표고와 오미자 같은 임산물 재배가 마을 주민의 주요 생계 수단이다. 아프면 병원으로 가는 것보다 산약초 캐는 게 더 빠르고 비라도 오는 날에는 학교를 가지 않았다는 이 마을은 운주면 산자락에 자리 잡은 삼거리 마을이다.

젊은이들이 직장과 학교를 찾아 시골을 떠나면서 자연스레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산어촌 마을에는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만이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인구가 줄고, 마땅한 마을 발전 계획이 없는 것이 작금의 농촌 현실이다.

삼거리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마을 지원 프로젝트에서 번번이 떨어져 마을 주민 모두가 암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거리 마을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들은 외부의 지원이 아닌 마을 내부에서 찾기로 했다. 눈을 돌리니 답이 보였다. 바로, 삼거리 마을에서 대대로 내려온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를 가지고 마을을 적극적으로 홍보해보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선녀와 나무꾼 축제제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명렬 씨 
“어떻게 보면 선녀봉과 선녀탕 자체가 마을의 자원이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마을 차원에서도 이를 활용할 생각을 못했죠. 우리는 그냥 어렸을 적부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듣고 자라서 그냥 당연한 거처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마을의 대표 이미지로 삼는다면 커다란 문화콘텐츠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강명렬 축제제전위원장은 축제의 아이디어부터 기획, 행사준비까지 모두 마을주민들이 주체가 돼 만들어낸 축제라는 점에서 다른 축제가 갖는 의미보다 ‘선녀와 나무꾼’축제의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2일부터 이틀간 펼쳐진 1회 선녀와 나무꾼 나무꾼 축제는 사실상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이벤트성 축제의 성격이 강했다.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축제명만 이용했을 뿐, 프로그램이나 축제의 성격에 있어 삼거리 마을만의 특징을 담아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당시 진행된 프로그램만 살펴봐도, 물고기 잡기와 모닥불 아래서 노래자랑, 민속놀이와 체험 마당 등 사실상 계곡을 찾아 놀러온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형식의 축제였지, 삼거리 마을에서 구전돼 내려온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주민들 역시 지난 축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선녀와 나무꾼 축제를 브랜드화 하기 위한 의욕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축제제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주민 전승수(47)씨는 “마을에서 가장 장수하신 할머니를 제 1대 선녀로 추대, 우리 마을을 가장 효(孝)가 살아있는 마을로 이미지화 할 계획”이라며 “마을 이름 역시 삼거리 마을에서 나무꾼 마을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선녀봉’과 ‘선녀탕’에 얽힌 이야기>에서 밝혔듯이, 삼거리 마을에서 구전돼 내려온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그 유형에 있어 ‘나무꾼 지상 회귀형’으로 이는 노모를 생각하는 나무꾼의 효심이 모티브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주민들은 이를 평소 장수마을로 소문난 삼거리 마을의 이미지화 결합해, 선녀추대식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만 보더라도 여타의 지역축제나 미녀선발대회와는 다른 성격을 갖는 선녀와 나무꾼 축제의 특징이 드러난다. 마을에 사는 강소아(101)할머니를 제1대 선녀로 추대하고, 이후에도 장수하시는 할머니들을 계속 2대, 3대 선녀로 이어나가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외부 사람들에게는 삼거리 마을이 완주군과 운주면에서 가장 효(孝)를 생각하는 마을임을 각인시키겠다는 주민들의 깊은 마음이 녹아있다.

   
지난해 선녀와 나무꾼 축제가 열린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삼거리 마을 계곡 일대

수 십 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여름 피서철에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를 선녀로 추대하고, 이를 통해 삼거리 마을을 선녀와 나무꾼의 배경이 되는 마을로 홍보한다면 이는 단순하게 마을을 홍보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운주면과 완주군 나아가 전라북도를 효(孝)의 고장으로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김의숙, 이창식 편저 <문학콘텐츠와 스토리텔링, 2005년 도서출판 역락>에서는 “지역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 원형을 콘텐츠화 할 경우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색을 나타내야 한다. 그 지역만의 이미지를 통해 그 속에 한국적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고, 나아가 세계 시장 공략까지 성공할 수 있다. 한 지역을 상대로 콘텐츠 작업을 할시 이 작업은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e multi use)라는 것을 실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지역에 캠프나 이벤트 등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 축제를 바탕으로삼거리  마을을 효와 사랑의 마을로 만들 것이라는 전승수 씨
이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상징하는 ‘선녀봉’과 ‘선녀탕’이라는 삼거리 마을의 자연적 배경과 장수마을 이라는 지역적 특징을 살린다면, 주민들이 계획했던 마을 이미지 브랜드화가 결코 꿈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 해준다.

물론 이야기 원형을 가지고 문학콘텐츠를 개발할 경우 지적 재산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워낙 다양한 지역에 전승되고 있는 이야기라 그 소유권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원형의 이야기 속에 감동의 메시지를 담은 새로운 문학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거라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아오신 할머니를 선녀로 추대하겠다는 계획 역시 이와 같은 의미다.

게다가 삼거리 마을에서는 효(孝)에 이어 사랑까지 마을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선녀와 나무꾼에는 노모를 생각하는 나무꾼의 마음이 잘 녹아있지만, 사실 그 기본은 선녀와 나무꾼의 사랑이거든요. 피서철 연인들이 마을을 자주 찾는 만큼, 그들이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은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연인들을 위한 축제 체험 프로그램등을 많이 마련할 계획입니다. 효와 사랑이 넘치는 마을, 멋지지 않습니까? 바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있는 삼거리 마을입니다.”

주민들은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를 사랑하고, 또 마을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을 사랑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는 그런 세상이 좋겠다며, 그 시작이 삼거리 마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비록 마을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조그만 마을을 발전시켜보고자 하는 주민들의 순수한 마음이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마을축제를 만들어 내기에 이른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다양하고 관람객 위주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는 삼거리 마을 주민들. 인구도 적고 산골짜기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이지만 그 발전 가능성은 결코 적어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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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완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