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무수히 많은 궁금증과 신비한 현상들이 존재한다.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역사적 기록이 부족해 원인을 알기 어려운 현상과 유적들, 사건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 중 가장 신비로운 몇 가지 사건을 골라 ‘세계의 7대 불가사의’니 ‘8대 불가사의’니 하면서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대개 이런 ‘불가사의’들은 과거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는 특징들을 지닌다.
‘불가사의’나 ‘신비로움’은 해외나 큰 유적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우리 지역에도 있다. 완주군 봉서사의 ‘진묵대사부도’도 그 중 하나다.
진묵대사부도의 모습. 불전함과 부도, 그 옆에 비석이 세워져 있다
완주군 용진면 봉서사. 용진면에서 한참을 들어가 서방산 중턱에 다다라서야 만날 수 있는 이 절에 매우 특이한 부도(浮屠: 돌로 만든 불교식 기념탑)가 있다. 그것도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특징을 지닌 부도다. 이 부도의 특징은 ‘매년 살이 찐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돌로 만든 진묵대사부도의 둘레 길이가 매년 더 커지고 있단 뜻이다. 분명 ‘돌’로 만들었는데 살이 찐다고?
봉서사의 유명한 도승, 진묵대사
성담스님이 소실되기 전 사진을 찾아 어렵게 보관하고 있는 진묵대사 진영
진묵대사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설화가 있는데, 그 중 대장경과 관련된 설화가 유명하다. 해인사에 자주 다녀 대장경을 모두 암송했다는 진묵대사가 제자를 데리고 해인사로 갔는데, 그날 밤 대장각 옆에서 불이 나 도저히 끌 수 없게 되자 진묵대사가 솔잎에 물을 적셔 불길이 번지는 곳에 몇 번 뿌리자 갑자기 폭우가 내려 불길이 잡혔고, 그로 인해 대장경판이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신라 성덕왕 26년(727년)에 창건된 봉서사는 진묵대사가 7살 때 출가한 본사로, 도승으로 유명했던 진묵대사의 고향과도 같은 절이다. 진묵대사부도에 신비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 이 때문일까?
봉서사에서 7년째 생활하고 있는 성담 스님께 물었더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진묵대사부도가 살이 찐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부도를 보러 왔었죠. 어느 방송국에서 이 현상을 분석하겠다고 오기도 했었죠. 저는 7년밖에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80대이신 신도분들, 그러니까 6‧25까지 겪으셨던 신도분들 말로는 확실히 크기가 커졌다고 하더라구요.”
50년 이상 봉서사를 다녔던 분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확실히 커진 것은 사실인 듯 하다. 그렇다면 진묵대사부도가 커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걸까?
한국전쟁으로 상처입은 부도, 신통력을 발휘하다
해마다 살이 찌고 있다는 진묵대사부도. 동그란 구슬같이 생긴 중간부분이 살이 찌고 있는(?) 부분이다
“봉서사는 과거 한국전쟁 전후로 해서 빨치산들이 운장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 경찰들이 봉서사가 빨치산 접선장소라고 해서 불을 질렀다고 해요. 그렇게 소실되고 나서 1960년대 초반부터 다시 재건하기 시작했죠. 이 부도도 마찬가지에요. 소실되기 전의 봉서사나 부도나 지금 위치보다 조금 더 아래에 있었다고 합니다. 재건하면서 이쪽으로 올라오게 됐어요. 소실되고 나서는 이 부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사람들이 그냥 돌인가보다 하고 뒀다고 해요. 그러다 나중에 부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해서 다 널부러져 있던 부도의 잔해들을 모아 지금의 자리에 다시 만들어놨죠. 부도가 살이찌기 시작한 건 그 때부터 였다는 것 같아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소실된 부도는 60년대 이후 다시 복원돼 지금에 이르렀고, 그 후부터 살이 찌기 시작한 것 같다는 것이 성담스님의 이야기다. 결국 복원된 이후부터 부도가 신통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셈이다.
“부도가 살이 찌고 있다고 하는데, 특이한 점이 이 부도가 한번 소실되었다가 복원되는 과정에서 부도 여기저기에 상처가 많았단 말이에요. 표면이 깎이고 파이고 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갈수록 이 표면이 매끌매끌해져가고 있어요. 살이 쪘다는 표현처럼 두께도 두꺼워지고 있고요. 그게 참 신기하죠.”
그러나 부도의 신통력(?)에 대한 의심도 있다. 과거 이 부도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방문했던 방송국 촬영팀은 각 분야 전문가 두 분을 모시고 부도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분석했는데, 두 전문가의 의견이 갈린 것.
“녹화당시에 두 분 전문가가 오셨는데 서로 의견이 달랐어요. 한 분은 이 부도가 가지고 있는 석회질이 바람과 비와 같은 자연 현상에 의해 녹아내리면서 상처난 부분들을 메우고 더 두껍게 만들고 있다고 그랬거든요. 반면에 다른 한 분은 이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진묵대사가 거쳐가거나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역에선 신기한 현상을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다면서 이건 과학적 규명이 불가능하대요. 그렇게 의견이 갈리다보니 아직도 답이 없죠.”
봉서사 왼쪽에 난 길로 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진묵대사부도 설명문
성담스님의 말처럼 아직 부도에 쌓인 신비는 풀리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누구도 이 신비한 현상을 진묵대사의 도술이 부도에 미친 것인지, 과학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저 신비롭게 바라볼 뿐이다.
진묵대사부도가 보여주고 있는 신비한 현상은 분명 과학적 요인으로 일부 해석 가능하겠지만, 그런 현상이 굳이 진묵대사를 기리기 위해 만든 그의 부도에만 나타났다는 점이 신기하다. 도술을 부리기로 유명했던 진묵대사가 상처입은 자신의 부도를 지키기 위해 또 한번 도술을 쓴 것이 아닐까. 통통하게 살이 찐(?) 진묵대사부도를 보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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